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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사회 113

세월호와 이태원, 기억과 추모를 넘어

재해와 사고의 문제, 사람의 생명과 안전에 대한 중요한 문제이다. 어떤 사회가 바람직한 방향으로 변화한다는 것은 어떤 의미일까. 그러기 위해서 더 나은 안전한 사회, 더 나은 개인의 사회 구성원으로 만들 수 있는 제도와 시스템을 고안해 정착시키는 것이 우선이다. 또 그러기 위해서는 인간을, 사람을 개인과 사회의 속성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는 것이 또 필요하다. 세월호 사건, 이태원 사건, 한국사회를 강타하는 재난 트라우마로 작용한다. 청소년과 젊은이들의 피해가 커서 꼭 그런 것만은 아니다. 추모와 애도의 표현의 정도는 각기 다른 것은 어쩔 수 없다 쳐도, 또는 그 많은 한국사회 재난 중에 규모가 크기 때문이라고 해도, 이 시대를 사는 한국인들에게 깊은 상처를 준 사건임은 분명하다. 물론 와우아파트 붕괴 ..

한국사회 2023.04.17

교실 안 세상과 교실 밖 세상

가까운 이들의 죽음에서 비롯된 슬픔은 잠깐의 무기력을 경험하게 해줄 뿐이다. 단순한 가난과 빈곤도 그렇다. 절대적으로 가난했던 시절, 몸과 마음은 더 건강하기만 했었다. 문제는 상대적 박탈감이다. 학습된 무기력의 시작은 피할 수 없거나 극복할 수 없는 환경에 지속적으로 노출되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타인의 시선과 낙인은 참을 수 없음을 넘어서서 스스로에게 낙인을 찍은 결과이다. 자신의 능력으로 피할 수 있거나 극복할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스스로 그러한 상황에서 자포자기하는 마음은 중꺽마와 반대로 간다. 교실 안 세상, 불우한 환경, 왕따와 같은 정신적 외상, 급우의 괴롭힘, 폭력과 같이 자신이 해결하지 못한 어려운 문제에 직면한 학생은 우울증이나 정서불안을 갖기 쉬울 뿐만 아니라 자존감도 낮아진다. 드라마..

한국사회 2023.03.28

켄도와 금도, 그리고 태권도

광화문 광장에서 만 이천명의 태권도 수련자들이 품세 태극1장을 시연했다고 한다. 취지는 태권도 국기 지정 5주년 기념과 코로나로 어려운 태권도장 격려, 제2 국기원 건립 추진 홍보 차원이라고 한다. 이동섭 국기원장은 “당시 2020도쿄올림픽을 앞두고 주최국 일본이 태권도를 올림픽 종목에서 제외시키고 가라테를 올림픽 종목에 채택하려는 의도로 도쿄에서 4000명을 동원해 가라테 시범을 보이자, ‘이를 방관할 수 없다’며 여의도 국회 앞 잔디마당에서 8000여 명이 등장하는 태권도 시범을 보였다”라고 한다. 이 자리에는 서울시장도 참석하는 등 퍼포먼스 축제로 언론과 국민들의 좋은 평가를 받는 뜻깊은 행사라고 평가한다. 새롭게 알게 된 사실, 태권도가 대한민국 국기라는 법안이 통과되었다는 것. 대한민국이 공인하..

한국사회 2023.03.26

이데올로기와 인생1

이 땅에 있었던 서사들, 각종 수기와 소설로 남겨져 있다. 최근 를 쓴 정지아 작가의 라디오 인터뷰를 들었다. 정지아의 아버지는 구례 출신 빨치산이다. 한국에서는 금기어이다. 자랑할 것도 없는 불순한 정통 좌빨 공산주의자이다. 이들과 같은 이들이 문학작품 속에는 주인공으로 자주 등장한다. 최인훈 선생의 ‘광장’에서 이명준, 조정래 선생의 ‘태백산맥’에서 김범우, 염상진, 이문열 작가의 ‘영웅시대’에서 이동영, 이병주 선생의 ‘지리산’에서 박태영 같은 이들이다. 흥미롭게도 1995년인가, 엄청나게 비가 많이 올 여름이었다. 비가 너무 내려 도로가 끊기고 전기가 나간 강원도 시골 초등학교 관사에 갇혀, 할 일은 밥해먹고 담배피우는 것밖에 없던 시간에, 작고하신 어머니는 그 긴긴 밤을 자신의 집안, 특히 큰 ..

한국사회 2023.02.23

백두공주' 김주애의 등장과 한반도

북한에 대한 비판, 비난은 차고 넘친다. ‘쟤들 왜 저러냐’라는 쿨한 감정부터, 핵과 미사일, 포병 전력에 대한 두려움까지, 아예 이제는 뭘 해도 무시하는 단계이다. 그런데 휴전선 이남에 살고 있는 이들에게 희화화, 웃긴 대상으로 여겨지면서 더 나아가서 측은하게 생각이 드는 것은 왜일까. 그들에 대항해 자체 핵무장을 주장하는 것도 자뭇 그 긴장감과 현실감이 떨어진다. 설원 위를 백마 타고 달리거나, 블록버스터 영화처럼 미사일 기지에 선글라스 끼고 등장하는 장면을 슬로우 비디오 처리하는 작위적인 연출, 이래저래 어색하기만 하다. 촌스럽고 후지기만 한데다, 여기에 더해 이제 미성년 딸을 공식행사에 대동하면서 그 의도가 뭔지, 북한 권력지형의 변화가 어떻게 이루어질지 조금은 궁금해진다. 백마와 백두, 북한 왕..

한국사회 2023.02.22

이데올로기와 인생2

마지막으로 들은 뜻밖의 이야기, 큰 외삼촌이 돌아가시기 전 즈음, 큰 외삼촌은 박정희의 삼선개헌, 유신에 대해 찬성했다고 한다. 그리고 새마을 운동이나 경제성장에 대해 호의적이었고, 박정희 식 정치를 긍정했다고 한다. 알다가도 모르겠다. 아니다. 유연하게 생각하면 먹고사는 문제를 해결하는 게 민족의 과제고 민중의 숙제임을 그가 왜 몰랐겠는가. 유물론자이면서 민중주의자라면 그럴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다. 사상과 신념이 그 사람을 규정짓는 시대에, 인간은 곧장 자기 자신을 종교나 이데올로기와 일치 시킨다. 이른바 옳고 그름의 영역이다. 강한 신념의 영역이다. 기독교 신자, 무슬림, 불교도, 자신이 누구인지를 나타내는 종교들. 또는 무슨 무슨 주의들, 국가사회주의, 무정부주의, 민족주의, 공산주의, 사회주의, ..

한국사회 2023.02.21

닭 두 마리와 인생

배고픈 유년기, 폭력적인 청소년기 학교현실, 대학교 운동권이 된 헤프닝, 무시무시한 HID 근무까지. 디즈니플러스 드라마 ‘카지노’에는 주인공 최무식, 최민식의 지난 이야기들이 나온다. 우리들의 서사이다. 우리 자신을 알게 되기까지 이른바 근대화 산업화 민주화로 퉁치지 못할 숨겨진 서사들이다. 때는 한국전쟁 시기이다. 한바탕 인민군이 호기롭게 부산근처 까지 내려갔다가, 유엔군의 반격에 다시 밀려 후퇴한 시점에서 낙동강변 근처 마을에 살던 우리 일가는 낙동강 넘어 피난 갔다가 다시 집으로 돌아왔다. 남겨진 폐허와 시신들, 무더운 날씨에 고모는 인민군의 시신들을 치우느라고 생 고생을 했노라고 오래된 기억을 떠올렸다. 돌아온 마을에는 미처 피난 갔던 이들이 챙기지 못한 암탉과 병아리들이 동네를 돌아다니고 있었..

한국사회 2023.02.19

잘사는 한국, 못사는 국민

한때 한국 농업, 단위 면적당 생산량은 세계 1위라는 사실은 성실하고 부지런한 한국인의 끈기에 자부심을 가지게 하였다. 저 먼 카자흐스탄과 우즈베키스탄에서도 고려인들은 그 농사짓기 어려운 땅에서 기적적으로 농사에 성공하였다는 이야기 까지. 사실은 이 땅 한반도는 화강암 산악지대로 비옥한 평야지대 농토는 인구대비 적을 수밖에 없었고, 농사를 짓기 어려운 돌무덩이 밭을 일구어 그럭저럭 7백만에서 1천만명 정도가 먹고 살았던 땅이었다. 목축도 잘 안 된다. 양이나 소가 먹기에 좋은 목초지도 없고, 풀은 너무 질기다고 한다. 좁은 농토에 딸린 입식구가 그 만큼 많으니 악착같이 소출을 늘이려고 온갖 농사기술을 발전시켜야 했던 것은 어찌 보면 당연한 결과이다. 어찌 농업뿐이랴, 이 땅에서 지금 농토와 산 깎아서 설..

한국사회 2023.02.18

양가감정과 안티프레질

묘하다. 양가감정을 잘 처리하는 것에는 숙달이 필요하다. 소리 없는 아우성과 같은 형용모순, 어법 모순, 역설이다. 미워하며 사랑 할 수 있고, 싫어하며 좋아할 수 있다. 뜨거우나 시원할 수 있다. 꼴 보기도 싫은데 애처롭다. 못 된 것이 분명한데, 때로는 안타깝기도 하다. 너무나도 잘 싸우는 적장은 죽도록 이기고 싶으나 다른 한편으로 존경스럽다. 때로는 이러한 양가감정은 아싸리하지는 않기 때문에 모호하고 애매한 상황으로 우리를 몰아간다. 인도네시아 티모르 섬의 원주민 터부 문화, 전투를 치루고 적의 머리를 벤다. 그리고 제사의식을 치루어 목을 잃은 병사의 원혼을 위로하고 달랜다. 북아메리카에 살던 원주민은 머리가죽벗긴 시체 앞에서 한달 동안이나 애통해 한다고 한다. 어디 그 뿐이랴, 위화도 회군으로 정..

한국사회 2023.02.14

딸들의 전쟁, 부모찬스

말 타다 대학가고, 삼성 후원 받아 메달 딴 이가 부모찬스로 의료인이 되다 만 이에게 뭐라 한다. ‘의료인의 자질과 자격은 다르다. 나는 그래도 실력으로 메달 땄다.’ 욕심이 없고 마음이 깨끗한 이를 보기는 참 어렵다. 가식과 위선과 허세는 관용과 용서와 용기와 대비된다. 이른바 딸들의 전쟁이다. 뭐 묻은 개가, 뭐 묻은 개를 나무라는 식인가. 권력형 비리라는 점에서 공통된 부모의 과오를 안고 살고, 부모찬스로 길러진 이들이 숙명처럼 안고 사는 이 들간의 인정투쟁인가보다. 측은지심(惻隱之心) 젊은 나이에 부모가 사회적인 단죄를 받는 것은 마음을 아리게 한다. 온갖 사회적 질타와 냉정한 시선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그래서 측은하다. 온갖 죄가 만연한 사회에서 정도의 차이만 있을 뿐, 왜 우리 가족에게만 가..

한국사회 2023.02.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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