혹은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이 한국 정서를 잘 모르는 듯.
역시 일본 영화는 안 되나 보다. 상영 중인 영화에 멘트를 하기는 좀 그렇지만,
훌륭한 메시지와 좋은 스토리, 최고의 배우들을 데려다가 이런 영화를 찍다니, 결국 감독의 역량 부족이라고 할 수밖에 없다.
한국판 ‘어느 가족’이라고 해도 할 말이 없는데, 한국 정서에 맞지 않는 지나치게 절제된 감정선이 문제다. 한국판 ‘어느 가족’이 아니고, 일본판 ‘브로커’라 불리는게 더 맞다.
메시지
‘당신은 사랑받기 위해 태어난 사람’ 한 때 군대 코미디 ‘푸른거탑’에서 어떤 부대에서 수화하면서 경례하던 장면이 생각났다. 태어나 줘서 고마워, 삶의 자존감을 잃은 이들에게 정말 소중한 상호 격려의 메시지다. 그리고 서로 의지가지하는 삶. 바람직하다. 바람직한 건 알겠는데, 왜 서로 존중해야하는지에 대한 성찰과 사회적 반성은 약하다.
스토리
스포일러일 수 있어서 언급하지 않는게 좋을 듯하다. 다만 집중해야할 포인트가 많아서 산만하게 이야기가 전개된다. 플롯들이 교차하면서 자연스럽게 엮이지 않고, 각각의 이야기가 그저 그렇게 흘러간다. 한가지만 덧 붙이자면 그 고아원의 운영 부부의 플롯이 짦아서 아쉬웠다. 얼마나 기구한 사연들이 그 속에 있겠는가.
연기
제일 아쉽다. 한국인의 정서와 일본인의 정서가 결정적으로 다르다는 것을 감독은 잘 모르는 것 같다. 한국인은 직선이다. 화가 날 때, 펑 터뜨려 줘야 한다. 슬플 때 짜 내야 한다. 연기들이 밍밍하다. 일본인들은 그런가 보다. 일본 영화를 보면 연기가 ‘절제되어 있다’ 그리고 조연들에 대해 자상하게 골고루 내용과 이야기를 분배한다. 한국은 그런거 없다. 주인공으로 응축해서 확 터뜨려야 한다.
일본식 절제된 감정 연기를 좋아하는 사람들도 물론 있을 것이다. 이 연기로 송강호 배우가 칸영화제 남우주연상을 탓으니까. 그런데 한국인들, 송강호가 화가날 장면에서 시원하게 욕하는게 더 자연스럽다고 생각하는데 전혀 그렇지 않으니까, 이질감을 좀 많이 느낄 것 같다. 송강호와 강동원, '의형제'의 그 케미는 다 어디 갔나
그래도 우리에게 ‘브로커’가 주는 메시지는 소중하다. 언제 우리가 장애인이나 성소수자, 버려진 아이들의 삶에 대해 직접 경험할 일이 있나. 상호 교감할 일이 적다. 물론 시설에 다 몰아 버려서 그렇다고들 하는데...
드라마 ‘우리들의 블루스’에서 다운증후군 은혜씨 이야기는 많은 것을 보고 배우게 해 주었다.
그렇다. 사회적 배제와 소외를 다루는 한국 영화가 드문 드문 나오는 현실에서 나름 ‘브로커’는 의의가 있다. 다시 말하지만 이 좋은 주제와 스토리, 배우들을 데려다가 일본식으로 버무린 것 같아서 아쉬울 뿐이다.
'영화읽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캡틴 판타스틱 , 알고 보면 불편할 수도 있는 (4) | 2022.06.19 |
---|---|
우리들의 블루스, 여운의 드라마. (5) | 2022.06.17 |
마틴 스콜세지 감독 영화 '사일런스' (5) | 2022.06.12 |
이순신 장군 영화, 실패한 ‘천군’ (7) | 2022.06.05 |
만남의 광장, 분단체제는 개나 줘버려, 코미디로 버무린 민초들의 삶 (7) | 2022.05.29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