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읽기

이순신 장군 영화, 실패한 ‘천군’

켓세라세라 2022. 6. 5. 11: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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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독 김한민 이순신 3부작 중 명량에 두 번째 한산, 용의 출현이 개봉한다. 이번에는 박해일이 이순신 장군 역을 맡는다. 명량에 이어 이번에도 영화관에 보러갈 예정이다.

 

과거 영화 난중일기였는지, ‘성웅 이순신이었는지 자세한 기억은 없으나, 초등학교 단체관람 차원에서 네 댓번 보았다. 영사기 성능이 안 좋은지 중간에 잠깐 영화가 끊기기도 하고, 영화시간을 줄이기 위해 스토리 전개가 엉망이 될 정도로 필름을 잘랐던 것 같다.

 

그래도 좋았다. 왜군의 만행에 치를 떨다가...

 

화면을 꽉 채운 무시무시한 거북선의 등장과 그 맹활약에 우리 모두는 만세를 부르고, 환호성을 지르며 기뻐했다. 이순신 장군이 억울하게 끌려가는 장면에서 관객들, 모두 초등학생하고 선생님들이었겠지, 같이 목 놓아 흐느꼈다. 그렇게 우리 모두는 하나였다. 배신자 원균은 무능한 역적이었고, 덩달아 원씨 성을 쓰는 아이들은 놀림감이 되었다. 선조? 선조는 간신의 말을 믿는 착한 왕으로 그려졌나? 실제 역사에서는 이순신을 아주 싫어한 인물이었지만,

 

영화로 놓고 보면 난중일기와 성웅이순신은 크게 흥행을 못했다고 한다. 엄혹한 유신시절이어서 그런가, 관이 주도하는 독재자가 후원하는 듯 한 영화여서 그런가.

 

어쨌든 그 이후 이순신 관련 드라마는 계속 제작이 되었고, 불멸의 이순신 KBS는 역시 큰 인기를 얻었다. 그러던 중 간만에 2005천군이라는 영화가 나왔다.

 

그 당시 유행하던 타임슬림과 시대적 염원을 담은 남과 북 군인들의 연합작전, 이순신 장군의 조금의 흑역사를 버무린 듯한 코미디도 아니고 장렬함과 통쾌함도 덜한 그런 영화, 어설픈 CG가 조합된 영화로 혹평을 받았다.

 

개인적으로는 재미있게 본 영화였다. 영화니까. 출연진들은 화려하다. 박중훈, 김승우, 황정민에 마동석까지 나온다. 여배우로는 공효진이 나오고.

그런데 장렬함과 비장함이 떨어지고, 감히 우리의 영웅, 성웅 이순신 장군을 코믹하고 어리버리하게 만들어? 이런 국민 감정이 영화 흥행 실패에 주 원인이었을 것이다.

 

또 그 당시 장편의 불멸의 이순신을 보고 나름 역사인식이나 이순신 장군에 대한 이해가 깊이 있게 심화되는 시점에서 이순신 장군을 희화화한다는 것은 아무래도 받아들이기 힘들었던 정서이였으리라. 실제로 진중하고 성실한 이순신 장군이 젊었을 때, 과거에 계속 낙방해 추레한 공시생으로 인생 낙오자처럼 살지 않았을 테고.

 

 

출처 : 싸이더스 픽쳐스

 

어쨌든 영화는 영화다. 남과 북이 힘을 합쳐, 민족의 영웅이 되지 못할 낙방 공시생 이순신을 돕고 격려해서, 왜적을 물리치는 민족의 영웅을 만든다는 스토리는 그리 나쁘지 않다.

 

영웅에 대한 기억을 쉽게 바꾸려는 것처럼 보이는 영화는 성공하기 힘들다는 선례를 만든 영화 천군

 

사실의 역사와 가공의 픽션이 원래 영화이지만, 거북선 등장에 만세를 부르고, 끌려가는 이순신 장군에 슬피 울었던 대한민국 청장년 세대와 그 자식들에게 이미 선택되어 있고 관리된 기억을 넘어서기는 어려운 일이다.

 

그렇기 때문에 관리된 기억을  상상력으로 넘어서는 시도를 할때, 꿈의 서사인 영화는 더 풍부해지리라.

 

그런 차원에서 한번 영화 한산을 보기 전에 천군을 가볍게 보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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