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이야기

어떤 정치인의 불안

켓세라세라 2024. 2. 28. 13: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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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적치고는 크게 일어났다. 단순한 초적이나 반란군을 뛰어 넘는다. 이름 없는 변방의 장수에서 한반도 정치를 좌지우지하는데 긴 시간이 필요하지 않았다. 잔챙이 도적떼들과 이리저리 어울리다, 그들을 압도하는 자신을 발견했다. 이왕 큰 도적이 되어서, 나라를 통째로 훔쳐서는 안 될 것이 어디 있겠는가. 장점 많은 정치인이었다. 출신은 비천했으나, 자신의 실력으로 각종 승리를 쟁취했고, 시대정신에 맞는 정책에 명쾌한 입장을 내보였다. 특히 신속한 판단과 세상을 구원할 아젠다가 별 것인가. 내가 하겠다고 하면 믿고 따르면 될 일이다. 훌륭한 지도자로 비춰지자, 자신에게 귀부하는 다양한 여러 정치 세력들이 있었다.

언제부터인가 일이 꼬이기 시작한다. 무슨 이유 때문일까? 치고 나가야 하는데 전선이 정체되어 있다. 외부 확장이 막히고 나니 그나마 고착화된 진영대결에 안주하는 내부세력들이 마음에 들지 않는다. 자신을 조여 오는 칼날 방어에 다들 미온적이다. 그러니 이제 권력의 시야는 내부로 향한다. 모두가 어째 불만인 것 같다. 자신을 위해 총화 단결해야 할 결사대는 아직 미약하다. 아, 아직도 내가 확고한 정치적 다수파가 아니구나라는 생각에 잠깐 좌절에 빠진다. 그러다 나를 위해 희생하기 보다 자신들의 보신에 급급한 이들이 눈에 가시로 들어온다. 잠재적 경쟁자도 보인다.
믿을 수 없다. 권력이 안정이 안 된다. 자신의 결함보다, 자신의 처지와 상대하는 대상, 입지와 유불리에 따라 다른 사람이 되어야겠다고 결심한다. 숨죽여 있는 각종 정파들의 이해관계, 비겁하게 무임승차하는 자들이 꼴 보기 싫다. 불신을 거둬내고 지금의 갈등국면을 잠재워야 하는 것은 다음 문제이다.
 
공기는 어수선하고, 잡음이 여기저기 들린다. 정치적 욕심 때문에 난맥이 생긴다는 우려는 기분 나쁘다. 내 말과 행동은 다음 언행으로 바뀔 때까지만 유효하다는 것을 인지시켜야 한다. 강한 권력자로서 자기애가 나쁜 것은 아니지 않는가. 리더쉽에 상처받을 것이라고 경고하는 뒷담화나 하는 자들은 편협하고 대세에 편승하기만 하는 겁쟁이 기회주의자들이다. 파벌의 정치 근처도 못 갈 것들이, 궁시렁 거린다. 과감한 숙청은 본보기다.

공익을 표방한 특정 세력 편향의 이익 추구가 정치의 요체이지 않는가. 다양한 관점의 수렴과 왜곡 없이 민의를 정책에 수렴하는 것은 애초에 내게 힘이 될 때만 관심 같던 일들이다. 어차피 다수의 선호가 공익과 직결되지 않는 것이 세상 아니던가. 분열・갈등의 정치 현실을 극복하고 힘을 모으라고? 어불성설이다. 적전분열, 내부분열은 적과의 내통과 같다. 배신자들에게 기회를 박탈해야 한다.
편법과 대중을 현혹하는 기술로 지금까지는 버텨볼만하다. 버티다 보면 기회는 오고 대권도 잡을 수 있지 않겠는가. 그런데 점점 불안해 지는 것은 왜 일까. 이 불안에 떠는 '나'를 역사는 연산군에 빗대어서 욕되게 기록하겠지.
이런 ‘나’는.... ‘궁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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