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이야기

고려 거란 전쟁 관람기4

켓세라세라 2023. 11. 26. 14:00
반응형

 강감찬은 못생겼다. 귀가 작고 곰보에 키도 작으며 왜소한 체구였다. 그렇지만 조정 회의에서 피력할 때는 그 논리의 정연함과 호연지기에서 오는 의리지용에 모두가 그 비범함을 일찍부터 알아봤다고 한다. 어쨌든 귀주대첩 당시에 70세가 넘은 나이였으니, 후세에 대기만성의 귀감으로도 남게 되시는 분이다. 더구나 성종 때 장원급제 했지만 30대 중반으로 일반적인 문관으로 등용되기에 나이도 많았다. 고려사와 고려사 절요에 등장하는 것은 60세가 넘은 나이, 이부상서 지금의 행정자치부 장관으로서 거란의 2차 침략 때, 항복하자는 대신들의 의견에 결연히 왕의 피난을 주장하면서 부터이다. 국방과 치안 보다 내정과 행정, 외교 등의 정치행정가로서 살아오신 문관이다. 역사 사서보다 길거리 민담과 설화에 그 기억이 남아 있는 특이한 분이기도 하다.

강감찬 장군 분 최수종, 출처 KBS 홈페이지

그 설화 중 대다수는 해를 끼친 동물이나 귀신들로부터 백성을 구제한 이야기들이 대부분이다. 영웅에 걸 맞는 기억들이기는 하다. 못생긴 것을 미화하는 기억은 재미있다. 원래 잘생겼는데, 큰일을 하기 위해 스스로 천연두에 걸려 곰보가 되었다는 것은 민중의 사랑이 표현된 것이리라. 역사란 어떤 한 사람의 특별한 공적, 특출한 리더쉽을 기억할 때, 그를 기억할 필요는 있다. 한 개인이 역사의 주체로 인식되는 것이다. 시대를 대표하는 미원과 같은 상표이다.

미원이 조미료의 한 종류이듯이. 강감찬 같은 영웅도 사회 구성원, 특히 엘리트 집단의 구성원이며, 왕정과 중앙집권, 지배이데올로기 유교의 논리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다. 그건 뭐 이순신 장군도 마찬가지 아니던가. 더구나 전투 전쟁에서 승리한 뒤, 지휘관 한 사람만 훈장을 받는 등 각종 포상을 독차지하고 나머지 중간 간부들과 일반 병사들의 공적이 상대적으로 무시되는 것은 매우 불공평하기 마련이다. 더구나 활약한 양규 장군 이름은 어느 정도 알고 있지만, 하공진, 유종, 지채문, 강민첨, 정성, 김숙홍등 무관출신 장군들은 좀 낯설다.

그리고 김종현이라던가, 조원 같은 문관이면서 지휘관 역할을 잘 수행한 이들도 있었으니, 모든 공이 강감찬 장군 한명으로 수렴되기에는 무리가 있다.

원래 한 개인이 처리할 수 있는 정보의 양은 적다. 개인의 지식은 대체로 얕아서 복잡한 세계를 피상적으로만 이해할 뿐이다. 보통 사람은 시대 상황이, 국제정세, 전쟁상황이 얼마나 위험한지 판단하는 정도의 기본 능력조차 없다. 그리고 이런 능력을 학습을 통해 함양할 수 있는지도 불확실하다

반면 집단정신, 집단지성은 공동체의 산물이지 어느 한 개인의 성과가 아니다. 공동체의 의식과 이데올로기, 기억 속에 저장된 것을 잘 이끌어내도록 하는 것이 교육이고 학습이다. 결코 한 뛰어난 개인의 머리에 저장된 것이 아니다. 혹은 타인, 주로 책에 저장된 지식에 의존하는 이들, 이들 지식을 모으는 것에 탁월하게 비범한 이가 강감찬 장군이다.

강감찬 장군은 문관이자 관료로서, 유학에 정통한 분이었을 것이다. 그렇지만 거란, 송과의 외교관계, 정치에서 왕과 조정관료들과의 관계, 수령으로서 백성들과의 관계에서 충실한 지식의 습득자이자 현명한 생각을 하는 판단력과 결단력의 소유자였을 것이다. 지리나 병서에 대한 지식도 상당했을 것으로 보이는 바, 국가의 일을 처리하고 결정하는데 가장 적절한 인재로서 고려사회의 산물로 보는 것이 타당하다.

여러 인물 중 지채문이라는 현종의 충신이 있다. 잘못도 다소 있지만, 거란과의 2차전 당시 현종이 피난 갈 때 끝까지 호종, 호위한 분이다. 의기소침한 현종 왕을 위해 기러기 사냥을 시연하면서, 왕이 자신감을 잃지 않도록 했던 인정스런 사람이 지채문이었다. 이외에도 양규를 비롯한 필사적으로 고려와 백성을 지키려고 했던 다소 무명의 장군들도 잘 기억하는 것도 필요하리라.

반응형

'역사이야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논쟁 ‘고려거란전쟁’  (50) 2024.01.28
고려 거란 전쟁 관람기5  (23) 2023.12.24
고려 거란 전쟁 관람기3  (38) 2023.11.21
고려 거란 전쟁 관람기2  (37) 2023.11.19
고려 거란 전쟁 관람기1  (38) 2023.11.1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