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이야기

고려 거란 전쟁 관람기2

켓세라세라 2023. 11. 19. 17: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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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려 현종의 즉위 과정은 드라마틱하다. 출생부터 고아였기 때문에 그러하기도 하고, 어설픈 역사의 조연 배우들의 헛발질들이 그를 왕위에 오르게 하였다. 그리고 왕위를 놓고 치밀하게 준비한 듯한 여러 정황들이 보았을 때, 기다리며 준비한 이들에게 복이 오는 듯한 교훈을 역사가 보여주는 듯하기도 하다.

고려 7대왕 목종, 배우 백종현,  출처 : KBS

현종의 어머니 헌정왕후, 경종의 네 번째 부인은 천추태후의 동생이다. 경종이 일찍 죽어 젊은 나이에 과부가 되었다. 하필 간통한 대상은 숙부, 왕욱이었는데, 지금 기준으로 보면 큰일 날이다. 신라왕족들 수준의 근친혼에 버금가는 사건인데, 조금씩 유교가 국가원리로 자리잡던 시기라, 헌정왕후의 오빠인 성종은 결국 삼촌 왕욱을 유배시킨다.
하여간 현종, 대량원군은 준비된 왕통임에는 틀림없다. 차기 고려 왕조 공인 권력 계승자이다. 일찍이 현종 어머니인 헌정왕후가 꾼 꿈도 심상치 않다. 일찍이 꿈에 오줌을 누었는데, 오줌이 온 나라에 흘러 넘쳤다. 이것으로 점을 치니까, 아들을 얻으면 왕이 된다는 점괘를 구한바 있다. 어디서 많이 보던 스토리 아닌가? 김유신 여동생 보희가 꾼 꿈을 문희가 돈 주고 사서 김춘추와 혼례를 올렸다는 그 스토리. 그 다음 애기였던 현종이 성종이 보러 오자, “아빠‘ ’아빠‘라고로 불러서 성종이 애틋하게 여겼다는 것도, 누군가 뒤에서 연출한 것이 느껴진다. 하기사 현종 아버지인 왕욱은 견식이 넓은 사람이었다고 하는데, 자신의 아들을 위해서 무엇인들 못할 것인가. 대량원군 시절, 소년 현종이 지은 시도 자신이 지금은 뱀이지만 용이 될 것이라고 표현 한 바, 순진하게 어떨 결에 왕이 된 것은 결코 아니다.

고려 현종, 배우 김동준, 출처 : KBS 공식 홈페이지

어떤 역사적 성취나, 큰 변곡점에는 항상 소인배들의 엉성한 음모와 잔머리도 역할을 하는법, 김치양과 천추태후 목종의 어머니, 목종의 태도와 자세도 그러하다. 김치양은 원래 승려행세하던 사기꾼이니까, 호가호위하면서 일신을 영달을 누리던 자이었던 좀 수준 낮은 이였던 것은 맞다. 그런데 천추태후와의 사이에서 난 아들을 왕으로 삼으려고 했다는 기록은 믿을 게 못된다. 그렇게 치밀하게 역성혁명을 기획한 것은 아닌 것으로 보인다. 왜냐 하면 강조가 5천명의 군대로 개경으로 남하할 때까지 준비 병력이 하나도 없었다는 점에서 그렇다. 그리고 쿠데타 후 김치양 부자 포함 7명만 죽임을 당하고, 30명 정도 유배를 보냈다는 것도 그들이 별 큰 세력이 아니었음을 짐작케 한다. 대량원군 시해 음도도, 제대로 마음만 먹으면 왜 못 죽였겠는가. 그리고 고려 초 정식 군대인 2군 6위 군대는 그냥 손 놓고 구경만 했다는 것인데, 김치양 세력이 다소 불의하기는 했지만, 좀 조잡한 짓을 하던 이들이었지 ,원대한 꿈을 실현할 의지도 꿈도 없었던 것이 맞다. 천추태후도 섭정을 하면서 과부인 김에 김치양과 바람 핀 것과 권력을 김치양에게 좀 나눠준 죄 밖에는 없다. 그렇게 나쁜 어머니도 아닌 게, 목종은 참 효자였다. 목종도 남색을 밝히기는 했어도 초기에는 영명하다고 평가받았던 인물인 바, 이미 다음 후계자는 현종이라고 밝힌 상태였고, 정치도 곧잘 한 왕이다. 그럼에도 엉성하게 강조에게 밀지를 주고 김치양 세력을 없애라고 하다가, 어머니와 묶여서 준비된 여러 세력들에게 숙청 당했다고 보는 것이 맞겠다. 후에 고려사나 고려사 절요을 집필한 사관, 성리학자들에 의해 되풀이된 레퍼토리, 왕이 똑똑하더라도, 외척이나 친척에 휘둘리면 안 되고, 주색잡기에 빠지면 안 된다. 공부를 열심히 해야 하고, 신하들의 말을 잘 들어야 한다 등등. 하여간 왕 노릇 하기 어렵게 만든 유교의 일관된 논리이다.

강조, 배우 이원종, 출처 : KBS 공식  홈페이지

강조의 쿠데타도 쿠데타라고 하기에 석연치 않은 부분이 많다. 군대의 이동은 예나 지금이나 엄격하게 관리되는 일인바, 부월 없이 군대를 동원한 것이 맞기는 하지만, 목종의 밀지가 있으니 꼭 잘못된 것도 아니다. 하공진, 양규와 같은 무장들의 지지가 있었을 것이고, 목종에 반할 의사가 강조에게는 애초에 없었던 것 같다. 그러나 개경에 군대를 끌고 오면서, 목종이 죽었니, 안죽었니, 병석에 누웠니, 건강하니 등등 반대 세력의 역정보, 확인 되지 않는 정보에 속은 것도 있고, 오판한 것도 있으니, 이도 저도 아닌 것에 짜증이 나서 이미 준비된 현종으로 갈아탄 것으로 보인다. 강조파 무신들이 대체로 고려에 충성심이 깊은 인물들이라는 점에서 더 그렇다.
어쨌든 역사는 안 좋은 머리를 짜내, 음모를 꾸미고, 모함하고 속여서 권력을 쥐려고 하는 마키아벨리스트 보다, 우직하게 자기 갈길 가다가, 자신에게 주어진 차례라고 역사가 말할 때 움직이는 자들을 좋아한다. 이 또한 최근에 우리는 경험하지 않았던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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