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이야기

역사전쟁, 광개토대왕과 팔로군

켓세라세라 2023. 9. 4. 10: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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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00년 광개토대왕은 남정을 결행한다. 고구려에 원군을 요청한 신라 나물왕에 대해 삼국사기는 “왕이 타던 말이 무릎을 꿇고 눈물을 흘렸다”고 신라의 위기를 은유적으로 표현한다. 광개토대왕은 기병과 보병 5만을 동원해서 신라를 침공한 왜, 혹은 가야세력을 토벌한다. 무시무시한 고구려 군대는 쉽게 왜병을 추격하며 지금 부산지역인 종발성에 이른다. 가야 연맹은 이 때 실질적으로 망했다.

만약 - 역사에서 만약 IF란 없다. 그럼에도 - 고구려가 신라를 구원하지 않았으면 한반도 역사는 어떻게 달라졌을까. 신라가 한반도 패권을 잡기가 쉽지는 않았을 것이다. 가야의 최첨단 하이테크 강철과 맞교환한 왜의 용병들, 백제로 이어지는 해상 연맹의 힘이 강하기 때문이다. 이후 장보고의 청해진 세력의 숙청, 한반도 폐쇄된 영토국가에서 탈피할 해상 교역국가로서 발돋움할 기회가 좌절된 아쉬운 역사적 장면이기도 하다.
자랑스러운가, 혹은 아쉬운가. 어차피 역사는 지난 일이고, 그 당시 살던 이들의 최선의 노력의 기억들일 뿐이다. 가야와 백제의 패망의 기억은 고스란히 일본인들의 신라에 대한 악감정만 역사서에 고스란히 실렸다. 그 기억에 대해 우리는 좋다, 나쁘다를 판단하는 것은 ? 부질없는 짓이다.
1940년 중일전쟁 허베이성, 중공 팔로군은 40만명을 동원해서 일본 침략군에 맞서 대 전투 백단대전을 벌여 승리한다. 이 전투에서 조선인 청년 1만여명은 용맹을 떨친다. 중국인들 사이에서 칭찬이 자자하다. 자랑스러운가. 치욕스러운가. 1945년 임시정부 산하 광복군은 조선 침공을 준비하며 여러 차례 일본군과 접전을 벌인다. 그런데 600여명 규모의 군대에서 장교만 400명이였다. 부끄러운가. 자랑스러운가.

히틀러가 독일 민족의 통합을 위해 주창한 순수 백인 ‘아리안족’, 허구이다. 역사는 대체로 허구일 가능성이 있다. 또는 믿고 싶은 대로, 생각하고 싶은 대로 구성해 내는 승자의 기록이기도 하다. 그러나 그 와중에 그 시대를 살아간, 주어진 현실에 최선을 다한 이들의 마음을 읽어 낼 수 있다면, 역사란 것은 소설 이상의 가치가 있는 기억을 다루는 학문이다. ‘가위와 풀’로 써내려가거나, 짜깁기 하거나, 선택적인 좋고 그름을 판단하기가 쉽다. 그래서 현재 느끼는 미움과 증오, 갈등의 감정을 이데올로기와 역사를 조합해서 짬뽕 만들기에 나서는 것이리라.
팔로군, 조선의용군, 조선 의용대. 사실 이들 중 진 사회주의자들도 있었을 것이고, 또 이들이 한국 전쟁 당시 인민군의 주력이 된 것도 사실이기는 하다. 그런데 그 당시 이데올로기에 투철한 이들이 과연 얼마나 되었겠는가. 일본놈과 싸운다니 나선 그 고생길. 나라 잃은 조선 청년들, 그 이국의 땅에서 일본군과 치열하게 전투를 하며 조선 독립을 바란 이들의 마음, 좀 기려 주면 안 될까.
진짜 자유민주주의자 칼 포퍼는 다음과 같이 말한다.

“ 우리는 자기의 일을 행하도록 배워야만 하고, 우리가 희생할 때는 그 일 자체를 위한 것이어야지 허구적인 '역사의 의미'에서 찾으려 해서는 안 된다. 말하자면 우리의 정당성은 우리가 하고 있는 일 자체에서 찾아야 마땅하며, 허구적인 '역사의 의미'에서 찾으려 해서는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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