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읽기

천국을 향하여 Paradise Now, 2005

켓세라세라 2023. 10. 11. 10: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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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영화를 EBS에서 한 번 봤고, 왓챠에서 다시 보았다. 지금은 왓챠에서도 내려진 것 같다. 능력 것 구해서 봐야 할 영화이다. 이 영화, 이스라엘 정부의 영화기금으로 제작되어서 더 아이러니하다. 물론 이스라엘에서는 상영되지 못했다.

출처: 다음영화

전쟁인지, 테러인지, 게릴라전인지, 특별 작전인지 애매하다. 하여간 일개 군사 조직과 국가 간의 폭력, 화약고에 불이 붙은 일들이 진행 중이다. 화약고라고 불리우기에는 식상하나, 어느 정도는 예견되어 온 사건, 사태, 네탄야후 총리는 “"끔찍한 일을 겪을 것"이라며 보복을 예견한다. 이 일이 있기 전, 2014년 가자지구에서 벌어진 하마스에 대한 이스라엘의 포격과 폭격에 환호하며 불꽂놀이를 즐긴 유대인들, 야금야금 정착촌을 건설하며, 군대와 장벽의 보호아래 수영장 놓인 호화주택에서 바베큐 맥주 파티를 즐기던 이들의 행동은 이 번 사태의 예고편이었을 것이다.

물론 천국을 향하여를 찍은 하니 아부 아사드감독은 어떤 상황의 무게감과 복잡성들이 영화에 모두 보여지기는 불가능하다. 어떤 진영도 도덕적 입장을 주장할 수 없다. 왜냐하면 어떤 삶을 택하는 것은 도덕적 행위가 아니기 때문이다. 전체 상황은 우리가 도덕이라 부를 수 있는 것 밖에 있다. 우리가 더 큰 대화창의 한 부분이 될 수 있는 의미 있는 무언가를 만든다고 생각하지 않는다면, 우리는 나불루스에서 우리의 삶을 내던질 수 없었을 것이다.”(출처; 다음영화) 라고 말한다.

하니 아부 아사드  감독, 출처 : 다음영화

게임 장면처럼 고화질 TV 화면에서 반복 재생되는 생생한 전쟁 장면들, 그들의 고통과 슬픔에 공감하기는 무척 어렵다. 또는 국제 전문가들, 평론가들, 교수들이 나와서 역사적으로 그 땅은 이러 저러했으니까, 19세기 제국주의 서양이나 미국의 책임이 크다라던가 해도, 또는 이스라엘의 패악질도 근거가 있다라던가 하는 설명도. 어차피 이스라엘에서 안전을 확인하는 교민만 중요할 뿐일지도 모른다. 또는 뛰어오르는 유가, 폭락하는 증시만 걱정을 할 뿐이다.

다음은 예전 인도주의 실천 의사회에서 활동한 이의 경험담이다. 그 의사는 이스라엘 폭격에 온 가족이 몰살당한 팔레스타인 어린 남자아이를 치료했는데, 가족을 잃은 마음에 상심해 그 아이는 시름시름 죽어가고 있었다. 그 의사는 아이를 살리기 위해, 독한 말 한마디를 했다고 한다. “너는 총을 쏠 수 있는 손가락이 다치지 않았다”, 이 말에 기적같이 그 아이는 삶의 의지를 갖고 건강을 되찾았다고 한다.

복수가 복수를 낳는다는, 폭력은 더 큰 폭력에 의해서만 억제 된다는 사실, 폭력과 테러는 끊어지지 않을 것 같은 무한궤도일 것 같지만, 그 궤도를 끊기 위해서는 더 큰 용기와 희생, 도덕적인 결심이 필요하다는...그렇지 않으면 인간은 단순 자극에 반응하며 사는 아메바나 하등동물과 다를 바 없다.

영화, 천국을 향하여 중, 출처: 다음영화

그 폭력의 사슬과 고리에서 우리는 살아왔고, 또 살아가야 할 운명이라는 것을 부인하지 못한다. 다만, 그 폭력의 사슬에서 삶을 지속할 수 있는 것은 반성하는 존재이기 때문일 것이다. 또는 책임을 지려하기 때문일 것이다. 가자지구든 이스라엘이든, 학생들은 공부를 할 것이고 젊은 연인들은 사랑을 할 것이고, 아이를 낳고 키울 것이다. 사업가는 어떻게든 돈을 많이 벌지 고민할 것이고, 가족이나 공동체에 병자와 약자를 돌보는 문제로 골치 아플 것이다. 또 누군가는 마약을 하거나 술을 마실 것이고, 도박도 할 것이다. 또는 알라신이든 야훼신이든 기도를 할 것이다. 자기 자신을 위해서, 가족을 위해서, 자신의 민족을 위해서, 원래 알라신과 야훼신은 같은 신이다.

사람이 사람인 한 살아가야 할 특별한 이유를 찾는 것이 어리석다. 의외로 전쟁과 같은 고난의 시기에 잘 숙달되고 생존의 숙련도를 보여주는 것이 인간이다. 이타주의 회로가 아주 잘 작동된다. 행복도가 오히려 높아진다고도 한다. 자살률은 거의 제로로 떨어진다. 그래도 고난과 고생은 극복되어야 하고, 현실에서 회피하는 것이 맞다. 평화를 향한 노력에 지지를 보낼 수밖에 없기도 하다.

또는 우리가 사는 대한민국에서는 가자지구에서 벌어지는 것과 같은 물리적 폭력은 없지만, 심리적으로 두 진영으로 나뉘어서 거짓과 허위를 구별하지 못해 생떼쓰거나, 상대편을 욕하거나, 자신들의 알량한 경제적 이익을 위해 떼쓰고 협박하는 일상의 전쟁을 치루는 사람들을 보면, 차라리 진짜 전쟁 통에 사는 이들이 행복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들기도 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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