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읽기

매미소리, 2022

켓세라세라 2023. 8. 7. 11: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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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주가무를 즐긴다는 고대 중국인들의 동이족에 대한 기록, 그들 눈에  우리는 진심으로 참 잘 노는 민족이었다.  하여간 한민족은 노는데 특화된 사람들이란 생각이 든다. ‘섯다가 전 세계 모든 도박의 원형이듯이 K-POP, K-컬쳐는 세계 젊은이들의 문화 원형이 되어가고 있다. 특히 남도 지방 사람들이 잘 논다는 것은 익히 경험한 바 있다.

장례식장에 신명나는 춤판이라?,  출처 : 다음영화

놀아도, 장례식장에서 논다라? 초상집에서 가라오케 기계를 빌려 노래하고 춤춘다는 이야기는 들은 적이 있었다. 전통 문화 중에 이렇게 광대패가 유족을 위로하고, 긴긴 밤에 문상객들을 즐겁게 해준다는 약간 괴상한 문화가 있는 줄은 몰랐다.

괴상하다고 표현 했지만, 모든 문화는 어떤 기준에서는 약간은 괴상한 법이다. 좀 다른 문화를 접해야만 주위 사람들과 대체로 공유하는 자신의 신념과 가치, 문화가 절대로 옳지 않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장례식이 항상 근엄하고, 애도하며, 슬픔으로 치장해야 하는 법이 어디 있겠는가. 그러니 별로 생각하지 않았던 죽음에 대한 다양한 해석, 죽음을 맞이하고 받아들이는 유족들과 상가 조문이란 문화제의(文化祭儀)에 대한 다채로운 의미가 드러난다.

배우 이양희, 출처 : 다음영화

하여간 다시래기는 흥미로운 다소 낯선 전통문화 예술이기도 하면서 영화의 좋은 소재거리이다. 문화의 원형, 한국인들이 생각했던 삶과 죽음, 망자와 살아 나가야 할 사람들, 원혼에 대한 위로, 인생이란 한판 잘 노는 판 아니던가. 잘 놀다 가면 무슨 여한이 남겠는가.

한과 흥으로 전통문화를 해석하는 것이 아예 틀리지는 않는 것 같다. 한은 원통함과 아쉬움과 슬픔이 맺힌 복합감정이다. 맺히고 억눌린 것은 흥, 놀이로 풀어야 한다는 수능 끝나고 한판 크게 노는 수험생의 심리이다. 전 세계 모든 문화에도 이런 점이 관찰 되는 현상이기는 하지만, 사시사철 놀 구실을 이렇게 다양하게 마련하며 노는 것을 좋아하는 것은 우리 문화 DNA며 민족 문화의 원형이다.

배우 주보비, 출처 : 다음영화

영화 자체는 좀 아쉬운 점이 있다. 거의 모든 영화는 엔딩에 가까워지면서 뒤엉킨 줄거리가 풀리게 되기 마련인데, 일단 플롯- 사건의 흐름-이 좀 산만하다. 잠깐 등장했다 사라지는 플롯들이 집중력을 떨어뜨린다. 그리고 플롯끼리의 연관성이 좀 떨어진다. 즉 짜임새가 촘촘하게 엮여지지는 않았다. 주인공 부녀의 이야기도 좀 개연성이 부족하고. 그럼에도 영화는 흥미로운 소재와 훌륭한 배우, 이양희 주보비 두 배우의 힘으로 전개된다. 신들린 듯 한 연기, 해학과 여유, 넉넉함이 묻어나는 남도 사투리, 삶은 견뎌야 하며, 잘못된 인연과 한은 결자해지 되어야 한다.

사투리는 영화인들에게 딜레마인 것 같다. 특히나 남도 사투리는 특유의 구수한 입심과 순발력이 특징인바, 영화 매미소리는 진짜 심한 남도 사투리를 구현해 낸다. 이것도 의도이기는 하겠지만, 아무래도 대사가 잘 들리지 않아서 영화 이해와 몰입이 좀 어려웠다. 표준어화 된 각종 지역의 사투리, 영화 황산벌처럼 녹여낼 수는 없었을까. 이충렬 감독의 전작 워낭 소리’, 그 적막과 조용함과 무채색의 감정들이, 이번에는 화려한 상여의 꽃들처럼, 우리 내 산만하고 들뜬 인생사를 표현해 낸다. 삶과 죽음, 새 생명과 헌 생명 사이의 우리들. 결국 놀다 갈 인생들, 잘 놀지 못해 한 맺힌 인생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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