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읽기

킬러들의 도시 in Bruges, 2008

켓세라세라 2023. 10. 2. 11: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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켄은 레이를 죽여야 한다. 킬러 둘이 벨기에 도시 브뤼헤? 또는 브뤼주라 불리우는 도시에 왔다. 도시가 고풍스럽다. 음악과 풍경이 조화를 이루는 아름다운 영화이다. 그런데 켄이 레이를 죽이려고 하는 이유는? 또는 레이가 스스로 죽으려고 하는 이유는?

죄에 대한 생각을 하게 만드는 영화이다. 원래 인간은 죄를 갖고 태어났다. 따라서 죄질 운명이지만, 속죄와 그에 대한 대납, 죄를 짓더라도 어느 선까지는 지어야지 그 선을 넘은 죄는 져서는 안 된다는, 그 정도를 넘어서서는 안 되는 생각, 이른바 서양인들의 사고방식이다.

또는 인간은 선하게 태어났지만, 사회에 의해 또는 이해관계에 의해 불가피하게 악을 행한다. 이런 악 자체가 문제다. 그러니 옳고 그름을 따지지 말고 좋은 건 좋은 거니까, 대충 뭉게고 살자. 동양인들의 사고방식, 우리의 죄에 대한 정신이다.

대한민국 법은 서양인들의 윤리가 바탕이다. 따라서 우리가 사소하게 생각하거나 중요하게 생각하지 않은 범죄 유형들이 형법에 상세하게 규정되어 있다. 대충의 거짓말은 용납하지 않는다. 공과 사를 잘 구별 못하는 한국인들은 선을 마구 마구 넘는다. 배임과 횡령, 사기 범죄, 무고, 명예훼손 범죄가 많은 이유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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킬러가 사람을 죽이는데, 아이는 죽여서는 안 된다고? 그렇다. 뭔 그런 기준이 다 있는가?

하기사 전쟁터에서도 와 우리 가족을 향해 총과 포탄을 쏜 포로도 함부로 죽여서는 안된다. , 원칙과 규칙은 지켜져야 한다. 칸트의 정언명령이다. 어린이, 아이는 한 사회의 희망이다. 아이를 죽인 것에 대한 죄책감은 자신이 직업으로 사람을 죽인 것에 대한 죄보다, 더 크고 중요하다. 킬러 레이, 양심의 가책에 정신과 마음이 이미 죽었다. 그런 레이를 보고 켄은 차마 레이를 죽이지 못한다. 속죄와 대납의 영역, 연옥에 이미 레이는 빠져 있으니까.

출처 : 다음영화, 왼쪽, 블렌단 글리슨 켄 역, 콜린 파렐 레이역

연옥, 큰 죄가 아닌 어중간한 죄를 지은 죽은 이의 영혼이 잠깐 동안 머무르는 곳이다. 지옥이지만, 구원과 용서가 이루어 질 수도 있는 곳이니까. 이 연옥의 아이디어, 중세 카톨릭의 창발적인 생각이었다고 평가 받는다. 살아있는 가족들이 죽은 이의 천국행을 바라면서 속죄 비용을 교회에 바쳤으니까. 죽은 영혼의 안녕과 평화를 바라는 살아있는 이들의 마음은 일종의 사회적 제의가 된다. 그리고 죽은 이의 죄는 죽은 이의 죄로, 산 자에게도 작은 죄를 지으면서도 살아가도록 격려가 되어 준다. 그러니까, 죄를 덜 짓는 것이 죽는 자들이 산자 에게 비용 부담을 줄여주는 방편이기도 하다.

이미 세상은 연옥의 상태다. 어디 브뤼주만 그러하겠는가. 적어도 대한민국은 벌써부터 연옥 상태에 있다. 서로가 서로에게 지옥을 만드는 곳, 그러니까. 아이를 안 낳거나, 못 낳는 것, 인구의 소멸, 지방의 소멸은 희망의 문제이다. 사람이 살아가야할 여러 가지 이유가 있지만, 강력한 동기는 아이를 키우고 낳고, 더 낳은 조건과 환경에서 살아가기를 바라는 마음은 거의 모든 개인들의 소망이다. 주식도 기대가 가장 높을 때, 가장 고점이지 않는가. 개인의 인생에서도 가장 기대가 높은 젊은 나이일 때, 인생의 정점이 아니던가. 아니다 위대한 인물들은 나이 들어서도 인생의 상한가를 치기도 한다. 보통사람들과 훌륭한 사람의 차이이다. 보통은 나이 먹을 수록 해야 하지 말아야 할 것을 저지르는 실수를 저지르고야 만다. 하기사 하지 말아야 할 것을 억지로 행하는데 나이가 뭔 상관이랴.

매년 브뤼헤에서 열리는 '성혈의 행렬' 행사 장면 , 출처 : 유네스코와 유산

어쨌든 여러 가지 이유로 아이를 낳지 않는 것은 박찬욱 감독식으로 보자면 품위가 없는 사회란 증거다. 헤어질 결심에는 아이가 등장하지 않는다. 미래, , 희망, 소망을 버린채, 현재만을 산다는 것은 품위가 없다. 또는 과거의 전승 유적들, 과거 문화 기억, 역사로부터 단절되어 산다는 것도 품위가 없기는 마찬가지이다. 희망이 사라진 연옥에 갇혀져, 속죄 조차 쉽지 않은 삶을 산다는 것은, 도대체 우리는 무엇을 위해 살 것인가.

영화 킬러들의 도시’, 묵직한 질문을 우리에게 던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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