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읽기

오펜하이머 Oppenheimer 2023

켓세라세라 2023. 8. 22. 11: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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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장이란 말은 함부로 붙이지 못한다. 크리스토퍼 놀란 감독 정도는 되어야 한다. 역시나 거장의 영화이다. 극장과 영화의 위기, 그냥 극장의 위기이지 영화의 위기는 아니라는 것을 보여준다. 네플릭스 시리즈 드라마 영화나, 한국 애니매이션을 영화한 맨 날 나오는 악귀타령, 좀비타령, 미국의 수사물 들에 식상해 할 때, 놀란 감독이 한 방 크게 터뜨린다.

출처 : 다음영화

러닝 타임 세 시간이 결코 지루하지 않다. 정교한 영화적인 장치들, 클리셰를 넘어선 우아함이랄까. 한 과학자의 지적인 성취와 고뇌, 인생을 이 보다 잘 표현해 낼 수 있을까 싶다. 익히 알려진 아인슈타인, 하이젠베르크, 닐스보어, 페르미, 괴델, 파인만, 인류 과학사에 한 획을 그은 이들의 노력과 성취, 갈릴레이와 코페르니쿠스 이후의 유럽 문명에서 과학과 기술의 발전의 역사이기도 하다.

영화 라이언 일병 구하기는 파시즘과 군국주의에 신음하는 민주주의 국가 구하기라는 메시지를 선 보이지만, D-day, 노르망디 유럽 침공은 동 시간대에 벌어진 독일 국방군과 소련 적군이 벌인 혈투에 비하면 작은 작전에 불과했다.

영화 오펜하이머는 당당히 선언한다. 미국의 역사가 곧 세계의 역사라고. 미국이 만든 과학기술문명, 세계 강대국이란 것의 타이틀에는 학문의 자유가 바탕이 된다. 비록 매카시즘의 광풍에서도 진리와 진실 앞에 굴복하지 않았던 많은 과학 연구자들의 민주적인 실천이 현재 미국의 파워를 설명해 준다. 또한 희곡 키파르트의 'J . 오펜하이머 사건에서' 진실과 평화를 향한 과학자 집단의 순수 과학의 순수성, 가치중립성에 대한 그들의 고뇌를 승화시키려고 한다. 이른바 과학과 앙상블을 이루는 인문학의 협업이 가능했던 나라, 위대한 미국이다,

놀란 감독, 주연 킬리언 머피 / 출처: 다음영화

오펜하이머가 프로메테우스인지, 전쟁시 무고한 양민을 죽인 전범인지, 오펜하이머 자신은 이른바 순수과학의 순수성에 회의를 품게 된 것은 맞다. 인류가 돌도끼를 사용한 이래로 과학의 가치중립성은 원래 불가능에 가까운 것이 아니었던가.

또는 이 영화를 보고 떠 오르는 한국의 한 과학자, 아니 사기꾼이 생각나는 것은 왠일일까.

과학 기술과 국가 권력, 그리고 자본과의 상호작용, 우리의 일상 생활을 지배한다. 과학기술이 낳은 폐해를 과학 기술, 그 자체로 치유할 수 있을까. 의문이기는 하다. 그러나 딴 방법이 딱히 떠오르지도 않는다. 다만 우리가 일상적으로 쓰는 손에 잡히는 컴퓨터 통신 돌도끼, 스마트 폰이 비유적으로 일종의 감정의 자동화기, 기관단총과 같다는 것을 이해하는 사람들은 얼마나 될까.

아인슈타인과 오펜하이머/ 출처:  https://zdnet.co.kr/ 아인슈타인 또한 사회주의 지지자였다.

 이른바 수학과 과학의 시대다. 교육과 학습을 통한 지식과 정보가 중요하지만, 그 보다 더 중요한 개인의 생각하는 힘과 연구자 집단들의 협업이 중요한 시대이다. 과학자 한 개인이든, 과학자 집단이든, 과학과 정치와 행정 교육을 고민하는 이들이든, 과학기술을 포섭한 국가권력과 자본이든, 영화 오펜하이머를 보는 이들 모두, 과학기술이 낳은 문제와 변화된 사회 환경에 대한 숙고가 필요하리라, 파시즘과 군국주의에 대한 투쟁을 위해 과학적 기술 자문을 넘어 인류의 평화 문제에 대한 윤리적 고민’, 오펜하이머와 함께하시기를.

어렵고 지겨운 공부, 수학과 과학 앞에서 이 고생길을 먼저 닦아 놓은 저 거인들의 어깨에 한 번 서 본다는 차원에서, 초등학생, 중학생, 고등학생, 또는 대학생들, 대학원생들, 손에 손잡고 부모님과 함께 보시기를 권한다. 참고로 영화에서 아인슈타인은 오펜하이머에게 우리 둘의 공통점은 수학을 못하는 것이라고 말한다. 저 천재들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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