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예술이야기

재벌 추앙 시대를 지나면서

켓세라세라 2022. 12. 5. 14:11
반응형

16부작 ‘재벌집 막내아들’ 시청률이 8부에 이르면서 19.5% 고공행진 중이다. 세상에 제일 쓸데없는 걱정이 재벌가 걱정이라고, 드라마에서 스쳐지나가는 이 입을 빌려 말한다. 복수극은 차지하고서 사람들은 재벌가 이야기를 왜 좋아할까. 일상에 떠도는 술자리 안주 같은 이야기들, 대한민국 국민들은 그들에 대한 정보를 단편적으로 알고 있는 것들이 있다. 삼성가에 내려오는 유전병, 이병철과 장남 이맹희와의 갈등, 현대가에서 왕자의 난, 어떤 연애인이 재벌가에 시집갔는데, 영어를 못해서 스트레스를 받았다는 이야기. ‘재벌집 막내아들’ 순양 그룹은 삼성가과 현대가의 이야기를 뒤섞어 놓은 느낌이다.

출처 : JTBC

재벌(財閥, chaebol)은 이른바 대규모 기업집단이다. 그 운영을 가족이 통제하는 재벌 조직은 흔히 족벌 경영을 한다는 이유로 비난 받는다. 주인공 진도준 역 송준기는 말한다. 북한 3대세습은 비판하면서 한국재벌의 세습은 왜 문제 삼지 않느냐고. 하기사 그렇게 따지면 빈살만의 사우디아라비아의 왕족 국가경영은 왜 아무도 문제시 하지 않는가. 또는 국회의원을 대를 이어서 세습하는 일본의 지역 족벌 체제는 무엇이라고 해야 하나. 실리콘 밸리에서 조차 인종과 학연으로 모여 사업을 하는 것은 당연하다. 각 대학에서 알게 된 벤처 창업자들, 그들끼리의 리그에서 정보를 공유하고 인간관계, 신뢰를 쌓아나가 기업의 성장, 혁신의 아이콘이 된 과정이 있지 않은가. ??

그렇다, 재벌드라마 인기는 가진 자들에 대한 대중들의 선망을 보여준다. 전혀 격과 급이 다른 경제생활, 일상생활을 보여주더라도, 그들도 인간이고 결국 희노애락과 생로병사에서 자유로울 수 없는 욕망의 포로라는 것을 알면서, 이리 저리 수를 쓰고 애써 봐도, 제가 놓은 덧에 걸리거나, 제 꾀에 제가 넘어가는 어리석음을 보면서 아 우리는 역시 같은 인간이구나 하는 동질감을 느껴서인가보다.

정주영과 이병철, 출처 : 시사IN

한국 경제의 고도성장기, 독과점, 내부 부당거래, 노동자의 기본권 억압, 중소기업에 대한 횡포, 분식회계, 환경파괴, 부정축재등 그 악행은 먹고사니즘에 묻히고, 이를 비판하는 이들은 좌파로 간주되었다. 재벌총수 스스로 독재자에게 준 뇌물도 “돈 안 주면 재미없을 것 같아 줬다”라고 인지상정으로 이해되기도 했다.

재벌체제의 구조적 문제는 드라마 ‘재벌집 막내아들’에서 다루는 1990년대 말 경제위기를 볼러온다. 계열회사 간 출자를 통한, 총수와 가족의 낮은 지분율로 그룹 전체를 지배하는 그룹지배 상황에서 문어발식 확장, 과잉투자등이 결국 그들의 뒷발목을 잡게 되면서 국가경제는 아수라장으로 바뀌게 된다. 그 이후의 상황, 몰락한 재벌도 있고 세습, 3대에 걸친 경영승계도 마무리되면서, 여전히 재벌은 한국 경제의 중심이다. K 컬쳐와 더불어 국가 이미지를 대표하기도 한다.

김신록 김도현 배우, 출처 : 내외경제 TV

ESG 경영이니, 기업의 사회적 책임이니 하지만, 잊혀져 있기도 하고, 숨겨져 있기도 한 것 같은데, 아직도 대한민국에서 재벌의 영향력은 막대하다. 재벌이 깔아놓은 민주주의 세 권력 행정 입법 사법 모두에 걸친 정보력과 인적 네트워크는 엄청나다. 언론과 시민단체에 미치는 돈, 광고주로서의 영향도 무시무시하지 않은가. 그러한 영향력 하에 대기업 집단의 수출이 안 되면 국가경제가 휘청하는 반복되는 현상.
과거 한때는 재벌을 해체해야 한다, 없애야 한다는 강경한 사회 분위기도 있었지만, 지금은 그 기운은 모두 다 사라져 버린 듯하다. 그냥 추앙의 대상이 된 느낌.
하기서 예전에도 젊은이들이 재벌을 비판하면서도 대기업 재벌기업에 취직하고자 애를 쓴 것은 아이러니였긴하다. 다시 예전과 같은 대기업 재벌과 부자에 대한 부정적이고 거부적인 정서가 다시 형성될 날이 올 것인가. 모르겠다. 반복되는 레퍼토리 부의세습, 비윤리적인 경영, 회피하는 기업의사회적 책임.... 이윤극대화 앞에 무시되는 생명.

이항재 비서실장역 정희태,  출처 : JTBC

‘재벌집 막내아들’을 통해 본 훌륭한 연기자들... 이성민씨야 두말하면 잔소리고, 이항재 비서실장역 정희태, 진화영 역 김신록, 최창제 역 김도현의 연기는 드라마에 몰입하게 끔하는 명연기이다. 스타 연기자들을 넘어 이런 배우들이 각광받고 주목받는 것처럼, 한국 기업의 생태계도, 재벌대기업의 경쟁력을 넘어 설 수 있는 수출 강소기업들이 많이 나왔으면 한다.

재벌 추앙 시대를 지나면서 드는 생각이다.

반응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