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예술이야기

‘가자 장미여관으로, 즐거운 사라’를 만나기 위해

켓세라세라 2022. 10. 5. 15:32
반응형

한국에서 ‘표현의 자유’를 상징하는 인물은 단연코 故 마광수 교수이다. 자유가 일천한 한국사회에서 기꺼이 순교자의 길을 걸었고, 그 결과도 드라마틱한 죽음이었다. ‘즐거운 사라’가 결코 즐겁지 않았고, ‘가자 장미여관으로’는 폭력이 난무하는 대학 캠퍼스에서 최루탄을 피해 가는 곳으로 비아냥들어야 했다.

연세대 국문학과 수업을 들었던 지인에게 들은 이야기. 마광수 교수는 중간고사 과제로 짧은 소설을 제출하라고 했다고... 어떤 학생이 변태성욕 주인공을 내세워 마광수 교수의 와이프를 상대로 온갖 변태 성애를 하고, 마광수 교수는 그것을 보고 즐기는 소설 내용을 썼다고.... 마광수 교수는 그 학생에게 당당히 A+를 주고 칭찬을 마다하지 않았다는...

출처 : KBS 뉴스 캡쳐


그렇다. 그 시대에 마광수 교수는 너무 앞서 나갔다. 민주화 되었다고 해도 군사독재의 온기가 사회 곳곳에 남아있던 시절이었고, 한국사회는 외설과 예술을 구분조차 하지 못하는, 자유에 대한 기본적인 인식이 약했던 시대에 그는  문화 전사였다. 그리고 야하다는 것이 결국 시대의 트랜드가 될 것이라는, 룸살롱 패션과 화장 트렌드가 전 사회적으로 확산 될 것을 예견한 선지자였다. 형사고발과 유죄판결, 한편의 통렬한 코메디였으니, 기꺼이 독배를 마시는 소크라테스의 심정으로 감옥생활을 묵묵히 받아들였을 그 였다.

"이제는 예쁜 애들이 공부 잘해요." "외모 보고 반하지 마음보고 어떻게 아나?" "'마음이 고와야 여자다 얼굴이 예쁘다고 여자냐'라는 말은 새빨간 거짓말이다" 그가 남긴 명언? 망언?은 한국사회 성에 대한 이중 잣대, 낮의 엄숙성과 밤의 쾌락이 동시에 존재하는, 일종의 살아있는 고발이었다.


자유란 가치를 지키고자 한 점에서 마교수는 한국판 드레퓌스라 할만하기도 했다. 유죄를 선고하고 판결을 내린 검사와 판사들. 검사들이야 룸살롱 좋아하는 거 세상이 다 아는 거고, 판사들의 그 희안한 판결문은 거의 변태성욕자들 수준이었다.

문체부, 어느 고등학생이 그린 대통령 풍자만화 '윤석열차' 전국학생만화공모전 금상을 수상했고, 문체부는 상을 준 기관에 유감과 "엄중 경고"를 날렸다는데...

한국만화영상진흥원 전국학생만화공모전 금상 수상작 '윤석열차'


뭐, 표현의 자유도 절대적인 것은 아니다. “타인의 권리와 명예를 보호”하기 위해, 그리고 “국가안보와 공공질서, 공공건강 또는 공공윤리”를 보존하기 위해, “민주사회에서 필요한 경우 명백히 법률로 정해진” 한도 내에서 제약이 있을 수는 있다. 좀 기준이 모호하기는 하다. 그러나 자유 중에 자유, 사상 신념, 종교, 학문, 예술의 자유도 표현 안하면 뭔 소용이랴. 세상에 읽지 말아야 할 책이 어디 있으며, 듣지 말아야 할 음악이 어디 있는가. 그만큼 표현은 제한을 두어서는 안 된다는 자유주의 민주주의의 원칙이다. 굳이 혐오를 부축이고 전쟁을 선동하는 것이 아니면 된다는 것이 국제법적인 기준이니까.

대상을 줘야 마땅한 작품을 가지고, 정치적인 주제를 다뤘다고 유감 표명, 엄중경고 하는 수준 하고는...쯧

한국사회에서 이처럼 어이없게도 자유를 표방하는 정부에서 자유를 가볍게 파괴하는 일이 벌어지는 것은 충성경쟁이 낳은 오해인가 착각인가, 무지인가. 어쨌든 각료들과 문화예술정책을 관장하는 장관과 관료들을 대상으로 ‘자유’ 특강이라도 해야할 판인가보다.


어쨌든 마광수 사후, 그 영전에 술 한잔 올릴 사람 없는 팍팍한 현실에서 마광수 교수에 대한 기억도 점점 희미해 져 간다. 아니다. 윤석열차 자유의 정부가 기려야할 자유의 전사로서... 표현의 자유에 대한 위협이 있을 때마다, 항상 다시 기려져야 할 인물로

관능과 본능의 해방, 즐거운 장미여관이 가진 의미를 놓친, 동시대 무라카미 하루키의 ‘상실의 시대’에 열광한 우리들의 일천한 문화를 되돌아 보면서...

반응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