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예술이야기

핑크플로이드, 로저워터스의 일갈(一喝)

켓세라세라 2022. 8. 9. 15:19
반응형

고등학교 2학년 여름방학 때였던가, 카세트테이프, LP판으로 듣던 'The Wall'을 보러가지 않겠느냐는 친구 제안에 기꺼이 대학로 음악 카페로 향했다. 87년 6월 항쟁의 여파가 거리에 곳곳에 남아있었고, 대학로에서 펼쳐지는 민중문화, 시위문화는 고등학생으로서 쭈빗쭈빗 어색하기만 할 때였다. 과감하게 대학생인 척 500cc맥주를 시키고, 핑크 플로이드의 The Wall을 감상했다.

 


문화적 충격, 쇼크는 지금도 잊혀 지지 않는다. Another Brick In The Wall, Pt. 2 영어 가사, 소시지가 되어 만들어져 나오는 학생들. 제도교육에 대한 전면적인 부정, 선생을 학교에서 몰아내고 학교를 불태우는 장면...

그 파격적인 음악을 시각으로 확인하는 순간. 내가 앞으로 보낼 20대가 어떠할지 무의식에서 결정되는 순간이었다. 그리고 그들이 던지는 메시지가 훨씬 더 사회비판적이고, 문명비판적이었으며, 심지어 사회주의적 색채가 강하다는 것을 알게 된 것은 인터넷이 활발하게 이용되면서 핑크플로이드에 대한 정보가 가감 없이 전달될 수 있던 때였다.

 


그 후 핑크플로이드 그룹 리더인 로저워터스와 데이비드 길모어의 갈등, 법정 소송등으로 잡음이 그들의 명성을 끌어내렸고, 록 역사상 가장 위대한 밴드로서 한물간 아티스트, 프로그레시브 록의 대명사로 기억되거나 추억으로 남겨질 때, 간간히 그들의 재결합활동은 뉴스에 등장하곤 했다.

최근 이 노년의 할아버지들은 러시아의 침공으로 고통 받는 있는 우크라이나를 지지하는 노래를 발표했다. 수익금은 인도적인 지원에 쓰일 것이고, 그들이 던지는 전쟁반대, 폭력반대 메시지.... 길모어는 “평화롭고 민주적인 독립국이 강대국에 비정상적이고 부당한 공격을 당하는 것을 보면서 좌절감을 느꼈다”라고 가디언 인터뷰에서 밝힌다. 주도한 것은 데이비드 길모어였지만, 핑크플로이드의 핵인싸 로저 워터스도 그 활동에 대해 참여는 하지 않았지만 암묵적인 동의가 있는 것처럼 보였다.

 


그러나 최근 78세 로저 워터스는 우크라이나 전쟁에 미국과 나토 책임론을 들면서 조 바이든을 전쟁범죄자 취급해서 작은 파문을 일으킨다.

"미국은 왜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을 협상에 나서라고 부추기면 안되냐"
“전쟁의 주요 원인은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가 러시아 국경 가까이 가니 러시아가 대응한 것” “중국이 캐나다나 멕시코에 미사일을 배치하면 미국이 어떻게 반응하겠냐”

더 나아가서 "그들(중국)은 대만을 포위하는 게 아니다. 대만은 중국의 일부이고, 1948년 이후 국제사회에서 절대적으로 그렇게 받아들여지고 있다"면서 친 중국적인 인식을 드러낸다. 결국 CNN 진행자와 논쟁 하다가 "그걸 모르면 충분히 읽지 않은 것이다. 가서 읽어라"라며 쏘아 붙였다고 한다.

로저워터스와 데이비드 길모어 모두 영국 노동당 추종자이면서 사회주의를 지지하는 예술인들이다. 다만 데이비드 길모어가 중도좌파라면, 로저워터스는 좀더 좌편향의 정치색을 가지고 있다고 하는데....로저워터스의 핑크플로이드를 좋아했던 우크라이나인, 대만인, 홍콩인이 들으면 질색할 얘기들이다. 로저워터스의 이야기가 허황된 것인가? 일면의 진리와 진실은 있을 것이다. 우크라이나 전쟁에 대한 로저워터스의 이야기 맥락은 프란치스코 교황의 주장과 거의 일치한다. 과연 교황 성하의 견해를 폄하할 수 있겠는가.

 

출처 : www.stereogum.com


문화 예술이 사회에 어떤 영향을 줄 수 있냐고? 또는 문화예술이 한 개인에게 어떤 영향을 줄 수 있냐고? 예술이란 무엇이냐고? 핑크플로이드 자체도 지나치게 전위, 실험적인 음악이라는 틀로만 해석되어 왔었다. 프로그래시브 Progressive, 진보이다. 그리고 프로그래시브는 래디컬 radical 이다. 표면적인 자유와 민주주의 인권이라는 모던한 얼굴 뒤편에, 그 추악한 진실을 우리에게 드러내는 활동, 그 진실을 회피하지 말고 정면에서 대면하도록 하는 용기를 북돋는 행위...근본을 파고드는 인식이 어찌 예술뿐이랴,

한국의 진보 세력이 새겨들어야 할 핑크플로이드 노장, 로저워터스의 일갈이다. 그리고 제발 “가서 읽어라”

반응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