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읽기

코끼리는 그곳에 있어 An Elephant Sitting Still, 大象席地而坐, 2018

켓세라세라 2022. 10. 1. 13: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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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은 아슬아슬하다. 보통 개인의 삶은 몇 번의 행운, 그리고 몇 번의 불행이 교차하는 법, 그 행운과 불행의 줄타기에서 꾸역꾸역 살아나간다. 어찌 보면 우연히 다가온 행운이었을 뿐인 것을 자신의 정당한 노력에 의한 권리로 착각하면서 주변인들을 착취하는 것을 마다하지 않는 인간도 있고, 그리고 어떤 이에게는 불행만이 연속해서 발생해, 삶이 견디기 어려울 정도로 비상구 없는 답답한 현실일 수도 있다.



빈궁소설, 빈궁영화는 많지만, 대체로 인생은 살아야 하고, 살만하다는 것을 느끼게 해준다. Kill the Rich!... 영화 ‘조커’는 엿같은 인생을 사회구조 탓으로 돌리는 쾌감이라도 느끼게 해준다. 또는 봉준호 감독의 ‘기생충’은 서로가 서로에게 기생하는 인간 희비극을 표현하기라도 한다.

반면 ‘코끼리는 그곳에 있어’는 자신에 대한 환멸, 슬픔, 절망, 사회적 배제를 처절하게 묘사하면서, 사회 없는, 사회를 결코 표현해서는 안 되는, 표현의 자유가 억압받는 중국의 현실에서 개인의 일탈과 절망만을 다루고 있다. 중국의 사회적 문제? 중국에 대해 우리는 얼마나 알고 있는가. 중국인은 중국의 사회적 문제에 대해 무엇을 알고 있는가?

상하이 야경


조정래 선생의 ‘정글만리’를 읽으면서 공산당 부패관료와 사업가를 빙자한 사기꾼들의 협잡, 얼나이 첩 문화, 질펀한 룸살롱 접대 문화 표현이 계속 반복되는 것을 보면서, 아 조정래 선생도 기력이 다했구나했는데....이것 또한 중국의 한 일면이겠다는 생각이 든다.

삼국지와 수호지, 서유기, 홍루몽의 나라, 위대한 유교의 발상지이면서 전혀 공자님의 가르침과 거리가 먼 나라. 공산당이 통치하지만, 사회주의의 기본 휴머니즘 조차 가볍게 무시하는 나라. 미국도 따지고 보면 12개 문화권으로 구분할 수 있다고 하는데, 중국도 우리가 아는 건 장님 코끼리 만지기 식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다. 하기사 주구장창 1800년 전의 위촉오 유비 조조 손권 제갈량 이야기만 반복해서 좋아하는 우리 문화 수준이 낮은 거지... 혹은 당나라 시, 이백과 두보의 당시만 좋아하는...

5000년 역사에서 부단히도 서로 전쟁하면서 지겹도록 피곤하게 우리를 괴롭혔던 나라. 그 나라의 민중, 인민의 삶은 우리가 잘 모른다. 일본만 하더라도 정서적으로 비슷함이 그래도 있는 반면에 중국문화는 한자를 써도 그들의 사고방식과 생활패턴에 대한 인식은 무지에 가깝다. 왕서방과 아Q 정도는 편견과 선입견일 것이다. 그들도 사회경제적 성공을 꿈꾸며, 공부하고 노동하고, 연구하고, 밥먹고 잠자고 어린아이를 보며 행복과 희망을 추구할 것이다.

출처 : 다음영화



어쨌든 영화는 처음부터 끝까지 암울하다. 각 4편의 주인공들이 느끼는 막막함, 자신에 대한 모멸, 수치심... 삶이 어디서부터 망가지게 되었는지, 앞으로 어떻게 될지 두려워 한다. 이 영화를 찍은 감독도 자살을 했으니...

세계 자살율 1위인 국가의 국민이 옆 나라 빈곤, 빈민, 하층민들의 삶을 걱정해 주는 것은 가당치도 않다. 우리도 번지르한, 번듯한 것처럼 보이기만 한 삶을 한 꺼풀 벗겨내면, 영화속 추악한 현실보다 더한 것을 마주하니까.

그렇다. 자살한 작가이자 감독, ‘후보 Hu Bo’가 생각한 만저우리의 코끼리는 도대체 무엇일까. 사회 밑바닥, 막장에 다다른 이들이 인간성을 되찾을 희망은 무엇인가. 그 답을 우리는 대충은 알지 않은가? 모르겠는가?




부처님 탄생과 관련된 설화. 인도 북부 히말라야 산맥 아래에 어느 왕국, 왕비 마하마야 부인은 45세로 아기가 없었다. 어느 날 꿈을 꾸었는데, 하늘에서 큰 코끼리가 연꽃을 가지고 부인의 갈비뼈로 헤집고 들어왔다. 그 꿈을 꾼 다음 아기가 생겼고, 태어난 아기가 바로 고타마 싯타르다, 부처님이었다.

한 개인의 고립된 자아의식으로의 퇴행, 타인의 무관심과 적대감, 사회와 역사, 문명이 쌓아온 지식과 지혜와의 단절... 이것들과는 반대에 바로 코끼리가 앉아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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