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읽기

숨겨진 검, 오니노츠메 The Hidden Blade 隱し劍 鬼の爪, 2004

켓세라세라 2022. 8. 31. 14:15
반응형

야마다 소지 감독의 황혼의 사무라이 2탄? 쯤 되는 영화이다. 전작 황혼의 사무라이의 플롯 구조는 거의 유사하게 흘러간다. 정교한 리모델링이랄까. 속정 깊은 로맨스, 내용도 비슷하고 배우도 남주인공과 여주인공이 바뀌었고 상당수 전작과 겹치는 연기자들이 보인다. 그런데도 전혀 지루하지 않다. 풍성해진 스토리, 일본식 유머, 메이지 유신과 더불어 변화한 일본 사회에 대한 시대상, 볼거리들이 많아졌다.


남자 주인공이 홀아비 하급사무라이에서 노총각 하급사무라이로 바뀌었고, 로맨스 여성은 친구동생에서 거느리던 여성 가노로 바뀌었다. 검술도 단검에서 사무라이 검, 카타나 진검 승부로 나온다. 그리고 숨겨진 검.... 비술인 ‘숨겨진 검’이 무엇인지는 영화를 통해 확인해보시기를

일본식 유머, 영국식 제식 훈련을 받는 사무라이들


심리학자 김경일은 인간의 인식 차이를 설명하며, 차이점을 더 많이 설명할 수 있는 대상은 사실 동질적이라고 설명한다. 예를 들어 데스크탑 컴퓨터와 노트북의 차이를 설명해서 써보라면, 쓸 것이 아주 많다. 반면 노트북과 원숭이의 차이를 써보라면 그 차이점을 생각해 내기가 쉽지 않다는 것이다. 일리가 있다.

한국과 일본, 기나긴 수 천년간 역사 과정에서 참 많은 사건과 분쟁, 전쟁, 교류가 있어왔다. 어찌 보면 전 세계에서 몽골과 더불어 우리와 가장 닮은 4촌 쯤 되는 유전자, 모양새, 언어의 민족 아닌가. 왜구 침탈, 임진왜란과 일본 제국주의 침략이 양국 간 감정, 물론 우리가 일방적으로 피해의식을 가지고 일본 침략자들에 악 감정이 지금까지도 문화적 밈으로 남아있는 것은 사실일 지라도.



그 많은 차이점에도 불구하고 일본이라는 명칭, 해 뜨는 곳이라는 의미는 정작 일본인들에게 먼 태평양 지역이 일본이지만, 바로 우리 한반도 동해안 남해안에서 바라보던 우리 조상들 입장에 보면 해돋이(日出), 히타치(日出)의 땅이 지금의 열도가 아니겠는가. 가야, 신라, 백제, 고구려, 그 전에 마한 진한 변한의 우리 조상들이 동해안 남해안 서해안에서 해 뜨는 곳(日本)으로 이주한 이들이 지금의 일본 민족과 그들의 고대문화를 만든 것은 빼박의 역사적 진실이다. 총, 세균, 철의 저자, 제레미 다이아몬드 교수의 견해가 아니더라도 말이다.

일본 영화를 보다 보면, 익숙한 의성어 의태어들이 나오는 것도 자연스럽다. 중국과는 정말 다른 민족 문화라고 느끼는 반면, 뜨거운 것을 먹었을 때, 우리와 똑 같이 ‘앗 뜨거’ 이러지를 않나, 언니를 아니우에, 위(上)를 ‘우에’라고 경상도 사투리하고 똑같이 발음하는 것을 보면 차이점 만큼이나 많은 동질감도 느낄 수 있다.

오사카


검도를 하다보면 어떤 우리 정통 무술, 무예가 아닌 것에 대한 자괴감 열등감 문화를 접하면 당혹스럽다. 일본 검도, 왜 왜놈의 무술을 배우냐고. 또는 검도인 스스로 옷을 개량한다던가, 원래 우리 검술이 원조고, 이것이 일본으로 흘러들어갔다는 해괴한 논리를 접하게 된다.

태권도... 8.15 해방후 일본인들이 본국으로 도망칠 때, 같이 운영하던 가라테 도장도 문닫았고, 호구지책으로 한국인 가라테 사범이 발차기를 더 개발해서 태권도로 명칭을 바꿨다는 사실은 전혀 중요하지 않다. 남북한 공히 국기내지 민족의 무술로 사기 아닌 사기를 치고 있다는 것도 참 우습기도하다. 이런 현실에서 검을 쓰는 데, 국적이 어디 있으며, 활을 쏘는데 국적이 왜 중요한지, 극진가라테 최배달 선생이 귀화한 일본인이라는 것이 무엇이 그렇게 중요할 까. 가라테 마저 원조를 따지고 들어가면, 대만 등지에서 청나라에 대항하던 반란군 한족들의 맨손 수련, 쿵푸, 우슈가 원조 아닌가.

영화 ‘숨겨진 검’에는 검도 수련과 관련된, 경구의혹의 교훈이 담겨진 검술 수련 장면이 나온다. 주인공 카타기리 무네조는 중대한 결투를 앞두고 검술 스승을 찾아간다.

검도 스승, 전작 황혼의 사무라이에서도 스승으로 나온다.


스승은 ‘검을 뽑아들면 누구나 긴장하는 법, 마음도 몸도 굳어버린다. 그건 자연스러운 것이다.’라고 한다. ‘그리고 서서히 평정심을 찾도록 한다. 몸의 긴장도 따라서 풀어진다.... 중요한 건 피하는 건 몸이지 마음이어서는 안 돼’ ‘마음은 언제나 공격 또 공격이다.’


평정심, 부동심. 생사여탈 기로에서 집중해서 상대방의 칼과 움직임을 분명하고 또렷하게 바라보게 한다.

어찌 검도, 검술 대련에서만 평정심과 부동심이 필요하랴. 우리 삶을 위협하는 온갖, 리스크 불안요인들... 정면으로 응시하게끔 도와주는 운동.... 검도이다.

내가 검도를 하는 이유다.

반응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