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사회

모든 것을 다 아는 바보들의 출현

켓세라세라 2022. 8. 25. 17: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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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에 한국어인지 일본어에서 들어온 말인지 애매한 구라라는 말을 갖고 인터넷에서 시비가 붙은 적이 있다. ‘이게 어디서 구라치고 있어영화 타짜에 나오는 대사처럼, 구라는 사기행위 거짓행위, 거짓말이란 뜻이 있다. 그런 뜻도 있지만 구라는 이야기’ ‘이라는 뜻도 있다고 친절하게 설명을 해 주었지만, 끝까지 구라에는 거짓말이라는 뜻만 있다고 우기는 것이 아닌가. 그래서 근거를 가지고 구라에는 백구라, 황구라와 같이 이야기를 잘하는 사람을 뜻한다고 해도 받아들여지지 않는다.

 

본인이 잘 모르는 것이 있다는 것을 쉽게 인정하기 어렵다는, 자신은 모자르고 부족하다 라는 것을 인정하기 어렵다는 것은 알겠다. , 인간의 본성의 한 측면이다.

 

 

심심한 사과심심하다는 뜻으로 오독한 사건과 비슷하게 우리말 사흘을 4일로 이해하는 것은 좀 심했다. 어쨌든 지식인 사이에서 설왕설래 중이다. 대중의 낮은 문해력의 원인, 적반하장의 태도, 사회적 배경, 시대적 환경, 지식인 본인들의 당혹감...

 

문해력이란 말을 쓰기에도 좀 뭐 하다. 인터넷과 SNS 글쓰기와 읽기의 가벼움에서 비롯되었다는 것은 이해할 수 있다. 그러나 심상찮은 것이, 어느 덧 모르는 것을 부끄러워하지 않고 오히려 모르는 단어를 쓴다고 화를 내는 소비자, 유권자로서 대중의 자만심이 영 껄끄러운 것이다.

 

또 다른 인간의 본성, 원래 남이 모르는 것을 내가 알고 있다는 것은 즐거운 법이다. 그 자체만으로 남보다 우위에 있다는 심리적 자만을 남긴다. 이러한 또 다른 본성은 사회적 억압기제로 작용해, 사회 내 계급이 분화되었음을 어느 정도 안다. 정보의 비대칭성, 지식의 비대칭성을 통한 지식 권력의 독점이 인류 문명의 한 축이었다는 것도 분명하다. 서구사회에서 중세의 가을, 르네상스를 거쳐 과학혁명, 그리고 계몽주의를 통해 이러한 권력 독점은 깨진다. 그리고 대중들의 읽고 쓰기에 기반한 민주주의가 발전한다.

 

 

 

 

경제학에서도 의 정보량과 의 정보량의 차이를 다룬다. 바로 정보의 비대칭성이다. 정보의 불균형이 경제상황에서 중요한 이유는 정보의 차이가 곧 선택과 거래방식의 차이로 이어지기 때문이다. 나는 모르고, 너는 안다는 것을 모르게 되면,,,, 사기꾼의 먹이감이 될 뿐이다. 중고차 시장에서 사기행위는 쉽게 일어난다. 중고차 시장에서도 판매자가 구매자보다 차의 품질에 대해 항상 더 많은 정보를 갖고 있기 마련이다. 침수차인지 아닌지 구매자는 알기 어렵다. 결국엔 구매자가 품질이 낮은 제품을 비싼 가격에 사는 일이 발생하게 된다.

 

그러니까 사기를 당하지 않기 위해 모르는 것을 알고자 하는 것도 인간 본성의 한 축일 수밖에 없다. 그런데도 자신의 무지를 인정 못하는 것은 왜인가? 심심한 이라던가, 사흘이라는 단어의 의미를 정확하게 몰라도 현실에서 큰 문제가 발생하는 것은 아니다. 검색하면 순식간에 많은 지식과 정보가 나오는 네이버 지식인구글’, ‘유튜브가 있기 때문이다.

 

 

 

여기서 우리 뇌의, 인식의 착각이 벌어진다. 인류의 집단 지성과 지식의 보고로서 인터넷과 스마트폰에서 제공하는 무한한 것처럼 보이는 정보가 다 자신의 것처럼 착각한다. 구글신과 네이버 지식인의 신도로서, 우리는 맹목적으로 그들이 제공하는 정보를 믿는다. 접속할 수만 있다면, 세상 어떤 엘리트 지식인이 와도 서로 구라치면서 논쟁할 자신이 있는 것이다. 그러나 과연 그런가.

 

막스 베버가 정확하게 지적한 지식의 획득 가능성으로써, 지성의 역할은 구글과 네이버지식인 앞에서 쪼그라 들 수밖에 없다. 심심한 사과의 심심한이라는 정확한 뜻을 모를 수는 있지만, 알고 바로 시정하는 것과 자신이 모르는 것에 부끄러움도 없는 것은 큰 차이이다. 배움의 지성은 자신이 모르는 것을 인정하는 데서부터 출발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이러한 사태에 대해 이런 저런 징후를 읽고 분석하며 걱정해주는 지식인은 진심이다. 예상컨대 이 사회 엘리트 지성, 고학력 지식인들의 무지한 대중에 대한 국평오낙인찍기가 더욱 심화될 것은 문제이다. 여기에 대한 또 반발... 지식을 놓고 벌이는 한판의 인정투쟁

 

누가 승리자고 누가 패배자일지.... 뻔하지 않겠는가.

 

또한 정치인들이 흔하게 남발하며 쓰이는 집단지성의 단어의 쓰임에 우리는 좀 더 유의해야 한다. 겉으로 보기에는 좃문가, 기레기와 같은 지식권력에 도전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단순한 어휘의 부족은 결국 사고의 부족, 편향된 집단사고, 집단 극화 현상으로 나타나게 마련이다.

 

 

 

 

이러한 대중들의 게시판 장악과 카톡 상의 의견 나눔은 결국 상식의 결여, 판단력 부재로 나타나기 마련이고, 이를 기가 막히게 또 이용하려는 영악한 자들에게 다시 대중들은 선동당하기 좋은 구조일 뿐이다. 한국 정치가 이를 증명하고 있지 않은가.

 

이래저래 모든 것을 다 아는 바보들의 출현으로 한국 사회는 앞으로 더욱 혼란해 질것으로 예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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