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사회

무임승차 공화국, 생존의 법칙이 공존의 법칙을 앞설 때

켓세라세라 2022. 7. 31. 17: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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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8, 12 중대는 연대 내 중화기 중대이다. 81mm 박격포를 주특기로 받은 나는 8중대에 배속 받았다. 81mm 박격포는 무겁기도 하거니와 각종 포와 관련된 기자재 관리도 중요한데, 그 중에 하나가 공이이다. 포탄을 밀어 넣으면 포 밑에서 뾰족한 강철심이 포탄을 때려 포가 나가는 구조에서, ‘공이가 없으면 포를 쏠 수 없다. 그렇기 때문에 특별히 이 부품을 관리하는 병사를 따로 두는데, 잃어버리면... 바로 영창행이다.

 

 

81mm  박격포, 42.5kg, 포다리 포열 포판 세명이 나누어 메고 행군한다.

 

바로 내 밑에 후임병이 그 부품관리를 맡게 되었는데, 어쩐 일인지 그 공이를 잃어버린 큰일 난 사건이 벌어졌다. 중대 전체가 난리가 났다. 중대장이 알기 전이어서, 소대장을 비롯한 간부들 고참 병사들은 잃어버린 후임병에게 그 공이를 찾아내라고 엄청 갈굴 수밖에 없었다. 중대 전체가 처벌 받을 수 있음을 각오하고 있었는데 다음날... 그 사라진 공이를 기적적으로 다행히 찾았다면서 공이를 보여주는 것이 아닌가. 그래서 없던 일인 것처럼 보였는데....도대체 사라진 공이를 내 후임병은 어떻게 찾아 왔던 것일까?

 

 

열차 무임승차가 극성이라고 한다. 도둑질이다. 하루 494, 연간 18만명이 적발된다고 하니, 해도 해도 심했다. 적발된 비율을 대략 10%로 잡으면, 하루 5000여명, 180만여명이 열차 무임승차를 하고 있다는 계산인데, 이게 정상적인 나라인가 한숨이 나올 만 하다.

 

 

공유지의 비극이다. free-rider, 목적지까지 가기 위해서는 요금을 지불해야 한다. 그러나 검표 제도에 허점이 있어 요금을 내지 않으면서 기차를 이용한다면, 정당하게 요금을 지불한 사람들이 바보가 된다. 또 사람들은 바보가 되지 않기 위해서 멀쩡한 사람도 무임승차에 도전한다. 공공재인 기차를 운영하는 수입의 감소는 전체 국민들의 기차 서비스 수준의 저하로 연결될 것이고, 적자 운영 노선은 폐지되어 교통약자들의 고통은 커질 수 있게 된다.

 

 불공정행위의 대표적인 비유에 무임승차행위라는 말을 쓰는 것은 너무나도 당연하다. 이러한 사회적 부정행위에 사람들은 불쾌감을 느낀다. ‘뿌린 대로 거둔다’, ‘각자의 것은 각자의 것에게라는 정의의 원칙, 공정의 원칙, 비례의 원칙이 어겨졌다고 느끼기 때문이다. 책임이 전가되어, 어떤 누군가의 희생, 노력을 배신하고, 노력하지 않은 이들, 자격 없는 이들이 부당한 특권을 누리는 것은 결코 용납할 수 없다.

 

 

 

그런데 어른이 어린이 표를 끊고 타거나 청소년 대상 할인 승차권으로 무임승차하는 사례도 많다고 한다.  기술적, 제도적 약점을 이용해서 기차 출발 뒤 10분까지 예매를 취소할 수 있어, 승무원 검표가 끝나자마자 예매를 취소하는 수법이 이용된다고 한다. 개찰구가 사라진 것도 무임승차가 많아진 심리적 원인일 수 있다. 불법을 저지르는데 유능한, 약삭빠른 이들의 무임승차, 공유지의 비극을 방조·조장한 코레일의 책임이 크다. 공공기관은 제 요금 받고 기차를 이용하는 이들이 상대적 박탈감을 느끼지 않도록 해야 한다

 

또 한 측면에서 전체 가구 중 17.2%는 연소득의 대부분을 빚을 갚는 데 쓰는 이른바 적자가구현실에서, 경제적인 극빈층이 저지르는 생계형 범죄에 대해서는 일벌백계의 처벌을 일방적으로 주장하기도 어렵다. 엄벌주의, 가산금을 대폭 올리는 것만은 능사가 아니다.

 

그러나 정말 궁핍해서 무임승차를 하던, 스릴을 느끼기 위해서 그렇든, 남들 다하는데 나만 안하면 바보가 되는 게 두려워 반칙행위를 하던, 사회 내에서 장기적인 의무와 책임을 다하기보다, 순간적인 단기적 이익을 더 중요하게 여기는 개인이 많을  때, 그 사회는 건강하지 않고 경쟁력이 없는 것은 당연하다. 생존의 법칙이 공존의 법칙을 넘어서는 이러한 사회 현상을 목격할 때, 우리는 사회를 사회라고 부를 만한 것이 없어짐을 서글퍼 하기 보다는 이제는 서로에게 섬뜩함을 느끼게 된다.

 

무임승차 공화국, 결국 우리는 황폐, 붕괴단계로 가고 있는가

 

그런데 잃어버린 '공이'... 어떻게 다시 찾은 것일까. 사연인 즉, 내 후임 병사가 공이를 다른 중화기 중대인 4중대에서 훔쳐온 것이었다. 그 결과...

 

4중대장은 시말서 쓰고, 4중대 담당병사는 영창가고. 다음 날  4중대 부대원 전체가 완전군장으로 일주일 동안 연병장 뺑뺑이를 도는 게 아닌가.

 

그 모습을 본 우리 중대원 모두는 가슴을 쓸어내리면서도, 한편에서는 씁쓸함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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