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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읽기 52

하이, 젝시 Jexi, 2019

예전 개그콘서트 '솔로천국 커플지옥'에서 나왔던 개그 하나, 오나미 성녀님에게 묻는다. “요즘 젊은이들은 주말에 드라이브를 다닌다고 합니다. 성녀님은 드라이브를 누구와 같이 가십니까? ... 오나미 왈 “내비게이션~” 지도를 보고 길을 찾아가는 것과 인공지능 내비게이션의 안내를 받아 길을 따라가는 것에는 어떤 차이가 있을까. 지도를 볼 때는 지도가 제공하는 여러 정보를 종합적으로 검토할 수 있다. 목표장소 뿐만 아니라 여러 경로 각종 문화재 그 주변 지역에 대한 정보, 지리적 특징, 사람들에 대한 이러저러한 생각을 함께 하도록 한다. 반면 내비게이션 활용을 통한 이동은 주변에 대한 생각을 차단하고 자신의 관심사에만 더 집중하도록 하는 효과가 있다. ‘철도가 풍경을 살해했다’는 하이네의 명언은 ‘비디오 킬..

영화읽기 2023.04.04

위아영 While We're Young, 2014

위 아영 We're Young, 그리고 우리는 We're Old. 이다. 잠깐 동안이나마 마주할 수 있는 생활의 불편함을 담은 영화이다. 거창하게 MZ세대니, 586세대이니 이런 선입견은 내려 놓고 보시기를. 영화는 소소하고 잔잔하며 위트 있다. 화끈 한 걸 기대하지는 마시기를. 젊음과 늙음의 가치는 영화에 담긴 위트와 유머만큼이나 딱 부러지게 정의 내리기는 어렵다. 더구나 옳고 그름을 나누기는 더 어렵다. 그리고 세대 간 갈등 문제를 해결하고 통합하기를 기대하는 것은 애초에 불가능하다. 중장년이 살아가면서, 또는 청년이 살아가면서 맞이하게 될 연령의 이질감, 살아온 경험과 지식의 축적의 차이가 때로는 꼰대짓으로, 또는 진취적인 청년에 대한 모방으로, 그 반대로 기성세대에 순응하거나, 반발하거나. 그렇게..

영화읽기 2023.04.02

에브리씽 에브리웨어 올 앳 원스 Everything Everywhere All at Once, 2022

의미 없는 우주의 원리에 인간사의 의미 찾기. 도덕이나 윤리, 삶의 가치와 목적과 같은 것들은 정신과 영혼의 문제이다. 과학적으로 이를 설명할 수 있을까. 현대과학은 우리에게 일정 답이 있다고, 설명할 수 있다고 보는 것 같다. 가치는 또는 가치판단은 과학적으로 이해할 수 있는, 이해되어야 하는 사실과 사실판단에 관한 문제로 치환된다. 친절과 이타심, 돌봄과 같은 인간의 특정행동도 종교와 철학의 가르침대로 따르는 것이 아니다. 타인과 자기 자신, 공동체의 행복에 영향을 미치는 선택과 판단, 행동과 결정의 총합이다. 왜 어떤 사람들은 유복하고 현명하며, 잘 사는가. 신의 의지에 의문을 제기하고 항의한 성경의 욥은 그 선구자이다. 각자 처한 환경 그리고 대응, 선택과 결정의 결과가 그 사람을 결정한다. 우리..

영화읽기 2023.03.30

드라이브 마이 카 Drive My Car, ドライブ・マイ・カー, 2021

애초에 서로가 서로에게 상처를 주지 않는 것이 최선이다. 그래도 다양한 원인에 의해 우리의 인생은 상처를 입는다. 삶의 위기와 위선, 모순에 어떻게 맞서야 하는가. 또는 누구와 함께 이 고비를 넘길 수 있을 까. 영화 ‘드라이브 마이카’는 그렇게 삶이 짊어질 심리적 고통의 원인에 집착하지 않는다. 간단히 전생과 업보, 원죄로 설명할 수도 있지만, 원인은 중요하지 않다. 어차피 개인의 탄생은 우연이고, 그 존재의 소멸은 필연이니까. 삶의 모순은 기본값이다. 다만 생을 이어가는 것은 주어진 사회와 문화에 갇혀 살 것인가, 자신이 새로운 사회와 문화를 만들어 갈 것인가. 타인의 삶과 자신의 삶을 엮고 서로 그 경험을 나누는 것은 소중한 경험과 자산이 된다. 이질적인 존재와도 섞여서 사는 나약한 존재, 스스로 ..

영화읽기 2023.02.08

헤일, 시저! Hail, Caesar!, 2016

영화판이 인생판이고, 인생판이 영화판이다. 아사리판 阿闍梨判 이다. 영화학도가 보면 좋을 영화이다. 미국식 유머에 익숙치 않아도 킬킬대며 볼 수 있는 경쾌한 영화이다. 감독은 헐리우드에서 유명한 코엔 형제, 얼굴만 보고, 아 유대인이겠다라는 생각을 했는데, 역시나 유대인이다. ‘시리어스맨’, ‘노인을 위한 나라는 없다’의 감독들이다. 조시 브롤린, 조지클루니, 스칼렛 요한슨, 틸다 스윈튼, 레이프 파인스등의 배우가 출연한다. 출연진은 화려하고 연출은 재치가 있다. 바보와 멍청이, 욕심쟁이, 바람둥이, 똘아이, 기래기들 사이에서 영화는 꼬인 현실을 한 번 더 꼬아 놓은, 헐리우드의 과거와 현재에 대한 디스, 그리고 영화에 대한 애정을 유대인식 유머, 아이러니로 표현한다. 아이러니는 ‘말이 안된다’라는 의미..

영화읽기 2023.01.25

윈터 슬립 Winter Sleep, Kis uykusu, 2014

참 말 많은 영화이다. 궁시렁, 궁시렁, 할 말 많은 세상이기는 하다. 그래도 일반인들 보다 조금 더 생각하는 이들이 지식인이다. 깊이 여부는 모르겠다. 여기 저기 끼어들라고 철학과 도덕, 문학, 예술을 논하는 지식인이 존재하나 보다. 간명하고 분명한 세상에 모호와 현학, 장황의 소리. 결국 부끄러움의 문제이다. 가까운시기, 한국사회를 관통했던 지식인, 정치인들의 스캔들, 좌와 우, 진보 보수가 뒤바뀐 논리 전개가 어리둥절했던, 애매하고 뒤죽박죽된 사고체계, 정신세계를 영화는 우리에게 길고 길게, 다소 지루하게 튀르키에의 아름다운 풍경과 함께 보여준다. 영화는 67회 칸영화제 황금종려상(누리 빌제 세일란), 팜스프링스국제영화제 국제비평가협회(FIPRESCI) 남자배우상(할룩 빌기너)을 수상했다. 이쯤 되..

영화읽기 2022.12.18

퍼스트 리폼드 First Reformed, 2017

개혁이 시작된 곳 내지 시발점, 제목이 모든 것을 말해 준다. 그러나 제목의 메시지로 가기까지 영화는 전개 과정에서 보여주는 미국의 현실 아니 우리의 현실을 담담히, 또는 다소 쇼킹한 방식으로 보여준다. 영성, 환상, 인간, 이상, 종교, 성경, 교회, 역사.... 롤랑 조페 감독의 ‘미션’과 마틴 스콜세지 감독 영화 '사일런스'에 이어서 신학교 학생들이나 기독교, 이슬람교, 불교에 상관없이 종교인인들, 영성에 관심 있다면, 반드시 보고 숙고 해야야 할 영화이다. 성과 속의 문제, 구원의 문제, 종교와 권력, 돈의 문제, 그리고 환경문제. 병든 개인에서 병든 사회, 병든 지구라는 단선적인 설정은 결국 개인과 사회의 아픔과 고통에 대한 치유는 어디서부터 출발하는가라는 또는 해결의 중심에 있지 않은 주변부 ..

영화읽기 2022.12.04

에프터 양[After Yang, 2021]

영화가 그냥 식상하다. 뻔하다는 말과 더불어 작위적인 느낌을 도통 지울 수가 없다. 물론 이렇게 혹평을 해도, 이 영화는 많은 장점이 있다. 기억과 존재, 문화혼종, 가족의 의미, 직관적인 동양 이미지, 공각기동대에서 정체성을 찾는 자아의 침잠은 깊은 바다로의 다이브였다면, 애프터 양에서 자아는 바람과 숲과 고요, 차(茶)와 나비가 함께하는 명상의 세계에 머문다. 그리고 적절한 음악 ‘릴리슈슈의 모든 것’ 삽입곡 I Wanna Be. 그럼에도 불구하고, 공각기동대가 심오한 철학서적 같고, 블레이드러너는 디스토피아의 오이디푸스왕 비극과 같은 비장미의 영화라면, 에프터 양은 그냥 한편에 예쁜 단편 만화영화같은 느낌인 것은 어쩔 수가 없다. 하늘 아래 새로운 것은 없지만, 로봇, AI 인조인간, 안드로이드, ..

영화읽기 2022.11.22

멀지 않은 이야기, 정복자 펠레

Pelle the Conqueror, Pelle erövraren, 1987 영화배경은 19세기 말 덴마크. 명작이기 때문에 진하고 잔잔한 감동을 추구하는 분들이 좋아할 영화이다. 스웨덴에서 덴마크로 농업 이주한 가난한 늙은 아버지와 어린 아들... 스웨덴, 덴마크 바이킹의 나라들이다. 그런데 북유럽의 추위마냥 척박한 땅, 그 만큼 사람들은 우직하면서도 소박하다. 장원, 농장을 중심으로 한 어느 덴마크 마을, 그 시대, 그 시절, 그랬을 법한 인간 군상들의 모습들이 그려진다. 삶이 투쟁이고 먹는 것이 생존인 시대, 그런 시대와 사회를 살지 않았어도 감정이입하며 그 서사에 공감하는 것이 인간이다. 먼 이야기가 아니다. 가문까지는 아니더라도 집안의 3~5대 조상들의 역사를 한번 따져 보시라. 다음과 같은 이..

영화읽기 2022.11.09

하얀 리본 as weiße Band 2009 읽기3

영화 ‘하얀 리본’에서 제기하는 가장 본질적인 모순은 사실 ‘체제’의 문제이다. 사회 시스템이 억압을 정당화하고, 규제 에너지가 충만할 때 개인의 삶은 숨 막힐 수밖에 없다. 남작인 귀족이 마을 토지 소유의 반을 차지하고, 생산과 소비, 노동을 통제하는 공동체에서 전통이라는 힘의 남용은 결국 개인의 자유에 대한 억압으로 나타난다. 봉건제 사회를 거쳐 자본주의가 도래하면서, 사람들이 봉건제적인 삶에 향수는 느끼되, 대체로 되돌아가기를 바라지는 않는다. 공동체 의식을 바탕으로 상호 호혜적인 행동을 하는 인간관계? 따라서 근대 초기의 사회주의 운동내지 무정부주의는 복고적인 성격을 띨 수밖에 없다. 또는 마르크스가 살았던 시기는 자본주의가 고도로 발달해서 문제가 되었던 사회가 아니라, 봉건제 사회의 모순이 극에..

영화읽기 2022.1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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