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사회

자객 공천과 스텔스 정치

켓세라세라 2024. 1. 12. 12: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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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는 개인의 욕망을 반영한다. 한 표 행사하는 유권자이든, 출사표를 던지는 예비 선량이든 그렇다. 그렇기 때문인가, 상대방에 대한 헐뜯기와 욕하기, 깎아내리기, 사다리 걷어차기, 해자 치기, 정치공학이란 대개 그런 것들이다. 마키아벨리스트가 아닌 정치인이 이상할 정도이다. 유가적인 이상인 선비와 지사형 정치인은 이제 별로 설 자리가 없어 보이기도 한다.

나의 미래는 너의 미래 없음이다. 한 개인의 출세와 성공을 위한 정치를 국민을 위한 정치로 바뀔 가능성은 있는가. 정치인들과 그들을 대변하는 스피커에서 나오는 헛소리들을 걸러내는 데는 여전히 고성능 헛소리 탐지기가 필요하지는 않다. 그냥 소음과 잡음으로 치부하면 될 일인가.

사마천의 사기에는 암살자, 형가가 스펙타클하게 기록되어 있다. 한편의 영화 같다. 형가는 진시황을 암살하기 전, 역수를 건너며 壯士一去兮不復還 장사일거혜불부환 장사 한번 가면 돌아오지 못하리라라고 노래한다. 장사壯士는 진짜 사나이다. 영화 300에 나오는 스파르타병사나 죽음을 두려워하지 않는 사무라이, 바이킹 전사와 같다. 목숨을 초개처럼 여기는 강한 정신력의 소유자다. 당당하고 호기롭다. 아니면 말고 식이 아니다. 한번 사는 삶에 여한을 남겨두지 않는 태도, 그 태도와 자세는 비루하지 않아서 많은 울림을 준다.

자객이 등장해서 저격을 한다. 한국 총선 정치판이 그렇다. 미국 대선도 거의 그렇다. 팽팽한 정치적 긴장감은 인류사회의 숙명이다. 일방적인 복종과 복속 보다는 나을 수 있다. 모 아니면 도의 정치적 갈등에 대해 강준만 교수는 대한진국이라고 표현한다. 빨간색 아니면 파란색 진영, 이도 저도 아닌 이들은 3지대를 형성한다. 양 진영도 따지고 보면 강경파와 온건파로 또 갈린다. 목소리 크면서 주도하고 있다는 강경파들의 목소리만 들린다.

백제 동성왕은 자객에 의해 살해당한다. 그리고 왕으로 등극하는 무령왕. 인류 역사에서 정적 제거를 위한 암살, 독살, 쿠데타는 일반적이다. 김부식의 삼국사기에는 국인(國人)이라는 이들이 꽤 많이 등장한다. 특히 고구려와 백제에서 그렇다. 왕권을 차지하기 위한 귀족 세력간 대립과 경쟁에서, 자신의 정체를 분명히 드러내지 않고 암살을 비롯한 세력 축출을 자행한 이들에 대한 총칭이다.

플라톤의 국가에는 기게스의 반지에 대한 이야기가 소개되어 있다. 비밀동굴에서 스텔스가 가능하게 한 반지를 차지한 목동 기게스, 그 보이지 않음을 이용해 왕을 죽이고, 왕비를 차지한다. 그리고 온갖 나쁜 짓을 한다. 글라우콘은 소크라테스에 맞서 결론을 내린다. 만약 어떤 사람이 어떤 악한 짓을 하는지 알 수 없다면, 그 악한 행동의 유혹에 넘어가지 않을 사람이 어디 있겠냐고 말이다.

익명이란 장점, 진시황 암살에 실패한 형가는 역사에 기록을 남겼지만, 거의 모든 암살자, 닌자, 자객, 어사신들은 이름이 없다. 그리고 드러나지 않는 다수의 익명의 대중 또한 기꺼이 자신을 드러내지 않는다. 애초에 자신을 드러내고 현실을 비판하거나, 저항하거나, 요구하거나, 무엇을 주장하기가 자신이 없기 때문이다. 처음부터 자신의 욕망을 숨기기도 용이하기도 하다. 민주주의 투표란 원래부터 무기명이 원칙이기도 하니까. 나를 숨기고 이리 저리 말할 수 있는 것도 자유이기는 하다만, 개딸이란 이름으로, 또는 윤핵관이란 총칭으로 이리저리 정치판에 영향을 미친다. 그리고 더 많은 다수의 이름 없는 이들은 드러나지 않으면서, 유튜브 방송을 보고, 여론조사의 대상으로, 또는 팬덤으로 자신의 정치욕구를 발산한다.

 

빙하에서 떨어져 나온 빙산은 보이는 부분이 일부이고, 대부분은 물 속에 잠겨 있다. 마치 인간의 무의식과 같다. 그 빙산과 같은 무의식에 좌우되는 정치, 중얼거림과 되뇌임, 웅얼거림, 불쾌하다는 감정의 표현이다.

스텔스 기능을 켜고, 잠복해서 기다리다가 배설하는 것에 좌우되는 정치, 다수의 욕망과 무의식에 의해 결정되는 정치, 자격 없는 자객이 저격하는 공천이다. 그러나 그 빙산 조차도 자신의 의지대로 움직이지 못하고 그냥 해류와 조류에 떠다니고 있을 뿐인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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