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사회

물수능과 불수능의 블루스

켓세라세라 2023. 6. 19. 12: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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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권초는 물수능, 정권말기에는 불수능이라는 공식은 이미 성립해 있다. 이 공식을 다시 한번 확인 시켜 준다. 공정한 입시, 100년지 대계 운운하는 것 만큼 좀 지겹다. 어디서 꼬인 매듭을 풀어야 할지 난감하다는 말도 지겹고, 무엇이 공정한지에 대한 기준이 각각 다른 것은 각자가 처한 경쟁의 유불리, 이익이 걸린 문제라는 말도 구태의연하다. 안다고! 하여간 정교하게 표계산 해서 저렇게 하는 것 같지 않아서 더 한심해 보이기도 한다.
지금이야 영어 수능은 절대평가 되어서 그나마 학교에서 가르치는 것과 테스트 하는 것이 비슷해졌고, 영어 사교육도 그저 그렇게 되어 버렸다. 역시 제도의 힘이다. 그리고 가르친 다음 평가하는 것은 교육에서 반드시 지켜야할 기본이다. 그러나 경쟁이 격화되어 있는 상태에서 가르치지 않고 알아서 준비해서 시험을 봐야 할 이유는 오로지 변별 때문이다.

즉 변별을 할 수밖에 없는 엄연한 현실, 전제가 있음을 무시하지 못한다. 입시생 모두가 원하는 대학교와 의대에 진학할 수는 없기 때문이다. 그러면 적어도 높은 수준의 국어 능력이 어느 정도 필요한지, 수학 실력능력은 대학공부를 위해 고등학교에서 어디 까지 준비해야 하는지, 영어는 원서를 읽을 정도가 되야 대학교에 갈 수 있는 건지, 그 기준 목표는 좀 분명하게 정해 놓고 가야 하는 것 아닌가. 또는 사회과목이나 과학 과목도 기본적인 법과 경제, 사회문화나 역사도 기본적인 소양이 어느 정도 고등학교 과정에서 쌓아야 하는지 정해야 하는 것 아닌가.
예전에 4지 선다 단순 암기형 시험 학력고사, 지나치게 단순해서 우악스러웠던 이 시험 조차도 학교 공부만으로는 도저히 고득점을 맞기는 어려웠다. 아무도 얘기 하지 않았지만 단순 암기를 통한 공부도 암기 과목이라는 기타 과목에만 통하였고, 국영수는 학교공부만으로는 해결하기 어려운 문제들이 많이 출제되었다. 국어? 국어국문학을 전공한 사람도 풀기 어려운 문제가 나왔고, 영어 지문은 고급독해라는 이름으로 그 난이도가 라틴어 수준이었다. 수학은 말할 것도 없다. 동경대 문제를 구해다 푸는 학교와 학생들이 있었을 정도니. 하여간 그래도 열심히 공부하면 성적이 나오는 시험이 학력고사이긴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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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창기 수능은 어찌 보면 이상적인 시험이긴 했다. 공부 별로 안하고 머리 좋은 학생들이 유리한 시험, 단순 암기가 아니라 사고력과 나름 창의력이 필요한 그 사람의 지적 능력을 테스트하기 좋은 시험이었으니까. 그러나 문제가 된 것은 학교 공교육이 수능 때문에 붕괴될 지경에 이르게 된다. 학교에서 배우는 것하고 시험 치는 것이 상당히 이질적이니, 사교육은 그 갭을 치고 들어가서 시험을 잘 보기를 원하는 학부형과 학생들의 요구를 충족시켜 주었다.
그리고 다시 입시 당국과 공교육의 반격, 그래 그러면 수능을 EBS 수능강의에서 70% 출제하도록 하자, EBS와 연계를 하면 사교육도 잠재우고 학교에서 EBS 교재로 가르치고 학교 선생님들의 권위와 일자리 만족도가 높아게 된다는 취지였던 것 같다. 그러다 보니 고2 고3 뜸 되니 교과서는 아무도 보지 않고 졸업시점에서 폐지 트럭 차량이 전국의 고등학교를 돌면서 교과서를 수거하는 진풍경이 벌어지곤 했다.
어쨌든 입시제도도 논술과 구술면접, 내신위주 전형, 입학사정관 전형을 본 딴 학생부종합전형, 고등학생들이 논문을 쓰고 봉사하러 외국에 나가고, 온갖 경시대회에서 입상하려고 생쇼를 하고, 자기소개서는 자소설이 되는 등 경쟁은 이상한 쪽으로 흘러 버리고 말았다.

이 모든 것은 전제를 고치지 않고 개혁하는 시늉을 하는 얄팍한 정치권력의 쇼에서 비롯된다. 입시 자율권을 달라고 했던 대학교 총장들, 그들 요구를 들어주었더니 입시 비리만 늘어났고, 논술을 학교에서 가르치도록 유도했더니 결국 못 가르치겠다고 아우성 친 고등학교 선생들, 그나마 내신 평가가 입시에서 중요하니 교실에서 선생들의 권력은 다시 쓸만하게 되었다.
이 과정에서 잊혀진 진실과 사실, 이 모든 논의는 대한민국 2천만 가정과 50만 고3 수험생들, 그리고 초중고 학생들에게 모두 적용되는 문제가 아니다라는 것을 우리는 잊고 있다. 입시경쟁에 올인하는 한국의 상류층 가정과 그들을 따라가며 추종하는 일부 중산층들의 욕망이 불러온 착시효과일 뿐이다. 열심히 공부하는 학생은 일반고에서 상위 한 20%나 되려나, 공부할 동기와 여건이 안 되는 다수의 학생과 학부모들은 어차피 논외이다.
논의의 중심인 수능 국어, 비문학 문제를 대통령부터 국무위원, 국회의원들이 풀어보기를 권한다. 과연 테스트 해 볼 만한 시험인가, 지나치게 어려워 내서는 안 되는 문제인가. 이것 때문에 사교육이 발생하는 가. 공교육은 이런 테스트를 준비해 줄 수 없는가? 기타 왈가왈부하는 교육관계자들, 한 번 풀어 보고 평가하는 글들을 언론에다 발표해 보시라. 스무살, 학문의 세계에 입문하는 학생들, 특히 명문대, 의치한수약대, 유력 공대에 들어갈 학생들이 챗 GPT 시대에 이 정도는 독해하고 문제를 해결할 실력을 쌓아야 할지, 판단해 보시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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