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문화이야기

말이 그렇다는 거지

켓세라세라 2024. 3. 25. 12: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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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승환 & 김혜선의 개그, 찰싹 붙어 다니는 캐릭터의 대사이다. 정승환이 김혜선에게 "우리 에리카 닮은 딸 있었으면 좋겠다"라고 하자, 김혜선은 "지금 당장 만들까?"라고 끈적거리며 답한다. 그러자 정승환은 당황하며 "흐헝...말이 그렇단 얘기지"라고 말한다.

KBS 개그콘서트 '심곡파출소' 캡쳐

선의의 거짓말, 언어유희, 말장난이다. 정명(正命)을 강조한 공자님이 싫어할 만하다. 말을 바르게 한다는 것에 대한 저항도 만만치는 않다. 현실은 복잡다난하고 얽기 설기 섞여서 거짓말과 개소리, 잡설 구분이 되지 않는다. 다산 정약용 선생도 공자의 소정묘 처형에 찬성했다. 言爲而辯, 말솜씨가 좋은데, 사특해서, 사람들을 현혹시킨다는 것이다. 거짓말과 개소리를 극도록 싫어한 공자의 후예들은 소정묘에 대한 변론이 마음에 들지 않다.

할 말 많은 세상에 바른 말만 하기는 어려운 법. 준엄한 양반 문화에 기가 질린 이 땅의 백성들은 그래도 실컷 할 말은 하고 살았다. 광대놀이, 판소리의 해학적인 묘사를 보라. 일본인은 칼로 싸우지만, 조선인들은 입으로 싸운다. 그래서 그런가. 궁시렁 궁시렁, 비꼼, 언어유희, 말장난 재미 전통이 유지되어 온다. 더구나 입틀막에 대한 공포, 전체주의와 독재에 대한 공포이다. 그래서 어느 정도 헛소리마저 허용하게 한다. 헛소리를 할 자유마저 없으면, 자유민주주의에서 자유를 떼야 한다.

비트겐슈타인에 의하면 언어란 원래 하나의 놀이이다. 거짓말과 개소리에 대한 구분도 말장난 같기도 하다. 상대방을 속이려고 쓰는 말은 거짓말이고 진실과 상관없이 하는 말은 개소리라고 구분하기도 하지만, 그렇게 분류를 해서 얻을 이익은 무엇인가. 상대에게 피해를 주면 거짓말이고 혼란을 주면 개소리라는 것도 꼭 트럼프의 언어를 분석해서 알 수 있는 것은 아니지 않는가. 피해를 주면서 혼란을 주는 쌍방향 다원적 언어 구사이다.

현상 그대로 바라보기가 마땅치 않지만, 부끄러워하고 미워하고 사양하며 옳고 그름을 아는 도구로서 개소리 대한 이해는 철저히 사회정치적이다. 각 당사자가 처해 있는 상황에 대한 이해에 주의를 기울인다면, 거를 건 거르고 수용할 것은 수용할 수 있으리라. 마당극에서 심하게 양반을 비꼬며 웃음거리로 삼아도 말이 그렇다는 거지라는 관용의 넉넉한 마음으로 이해해 줄만하다.

 

넉넉한 마음이 없이 벌어지는 정치언어의 상찬, 결국 체제와 사회, 관습, 문화의 산물이고 삶의 양식의 표현일 뿐이다. 결국 의사 소통의 장애, Communication Breakdown은 필연이다.

편견과 오만, 독선, 편향, 욕심, 욕망의 언어 구사를 알아채지 못하는 한, 소정묘의 후예들이 등장하는 것 또한 필연이다. 혼란을 느끼게 하는 선동가들이 사용하는 언어를 분석하는 것은 정신분석의 과정이다. 날리든이든 바이든이든, 듣고 싶은 데로 듣거나, 사고의 입출력이 고정되어 있거나, 문제의 원인과 진행 과정 및 결과에 이르기까지 배후에 연계되어 있는 복잡한 인과 관계는 생략한 채 특정 프레임에 갇혀 있는 한, 여론 정보 조작의 정치언어는 항상 주변에서 관찰이 가능할 것이다.

Havin' a nervous breakdown, drive me insane, ow, suc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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