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문화이야기

사다리 걷어차기와 끌어내리기1

켓세라세라 2023. 8. 21. 11: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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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실과 이상의 괴리, 개인의 행복과 불행의 집단심리 문제이다. 백강현 군 이야기다. 서울과학고에 입학한 10세 소년, 자퇴를 했고, 그 자퇴과정에서 학교폭력이 있었다고 부모가 밝혔다. 백강현 군에 대한 동기 형들의 왕따와 언어폭력이 있었고, 그 배경에는 그릇된 정의감, 공정의 논리가 숨겨져 있는 듯 하다.
여론은 두 부류로 나뉘어 팽팽한데, 먼저 작고 어리지만 천재인 아이에 대한 폭력에 분개하면서 잘못된 엘리트주의에 빠진 고등학생들의 도덕성을 질타한다. 천재 한명을 키우지 못하는 사다리에서 끌어내리기 라는 것이다. 여기에 만만치 않은 반대 의견으로 애초에 조별과제도 제대로 수행 못하는 학습능력으로 무리한 입학을 원인으로 꼽기도 한다. 무리하게 입학시킨 백강현 군의 부모를 탓하면서 명문대, 의대의 중간 승차역인 영재고 과고에 무임승차했다는 논리이다.

천재? 영재? 수재? 그 차이가 무엇인지 모르겠다. 단지 IQ로만 볼 것인가.

이른바 능력주의 문제이다. 아리스토텔레스는 가장 좋은 플룻이 만들어져 누군가에게 그것을 준다면 누구에게 그 플롯을 주어야 하는 것이 합리적인지 따져본다. 항상 그렇듯이 아리스토텔레스는 상식적이다. 최고의 플롯은 플롯을 가장 잘 연주하는 사람에게 수여해야 한다. 왜냐, 플롯의 소리가 가장 아름답게 들리도록 그 플롯의 목적은 주어졌고, 그 목적 실현이 연주자에 의해 달려 있기 때문이다. 이 플롯으로 세상을 본다면 ‘각자의 몫은 각자의 것에게’, 정의와 공정이 얼마나 추상화되었는지 또는 기계적으로 이해되는지 알 수 있다.
물론 현실의 지위경쟁을 무시하지 못한다. 어떤 식으로 나누어 갖거나, 가지지 못하게 할 수밖에 없는 제한된 자원의 현실이다. 또한 지위경쟁은 자신의 내적 욕망에서 비롯되기 보다는 오히려 타인과의 비교를 통해 남들보다 더 나은 위치, 남들보다 더 높은 지위를 점하고자 하는 욕구에서 비롯된다. 보다 많은 권력과 부를 소유하고 있다면 더 높은 지위나 명예 또한 누릴 수 있기 때문이다.

공작 수컷은 깃털의 아름다음으로 지위경쟁을 한다. 우리는?

 
황금티켓신드롬과 국평오 폄하, 동전 양면의 사회현상이다. 능력주의란 것도 원래는 혈통주의와 선민사상, 신분제 계급제도에 반대되는 진보적인 것이다. 나폴레옹은 새로운 전술과 전략을 잘 이해하는 귀족이 아닌 젊은이들을 전쟁 지휘관으로 뽑았다. 본인이 그러했으니까. 그런 군대와 맞서는 구닥다리 귀족 지휘관으로 이루어진 왕과 귀족의 군대는 순식간에 무력화되었다. 나폴레옹 전성기 까지는 그렇다는 것이다. 그러나 나폴레옹 조차도 능력이 '세습'되는 것을 어쩌지 못했다. 그 역시 황제가 되어 자기 가족들을 왕으로 임명하는등 세습제처럼 계층이 고착화되며 자신의 성취를 영원히 하려고 했으니까.
세습화 경향,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 경향이 있다. 그 황금티켓을 향한 열망, 그 입시전쟁에서 무임승차가 왠 말이냐. 한국에서 학벌과 학력은 신분이다. 공부 잘하고 못하고의 차이, 그 사람의 시험성적이 그 사람을 결정한다는 사고가 개인의 불행과 사회지옥의 근저에 자리 잡고 있다.

서로가 서로를 이끌어 주고 도와주는 것은 인간의 본성인데....그러지 못하면 모두가 불행하다.

시험 성적에 의한 구분짓기, 구별짓기에는 환호와 갈채, 사회적 인정과 칭찬, 소통과 공감이 모두 짤 수밖에 없다. 거의 한국사회 구성원들은 심리적인 짠돌이다. 실질적인 경제적인 부와는 상관이 없다. 공부 못하는 이가 다수인 사회에서 다수가 패배자이다. 또는 패배자 취급을 당한다. 미생의 장그래 같은 이가 등장하면, 시험으로 계급장 딴 이들은 급 우울해진다. 현실은 시험공부와 다르게 다양한 능력이 요구되기 때문이다. 또는 공부 못하는 이들이 모두 장그래처럼 사회생활을 하기도 쉽지 않기 때문이기도 하다.
이래 저래 불행하기는 마찬가지이다. 특별히 어려운 공부를 잘하는 학생들, 수학과 과학을 잘하는 학생들을 우대하는 것을 부정 할 수는 없으나, 의대를 나와 의사만 잘 먹고 잘산다는 현실왜곡 인식, 또는 명문대를 반드시 나와야 한다는 생각에서 벗어날 수는 없을까. 공부 잘한 이들도, 못한 이들도. 다양한 루트로 서로 인정해주고 격려해 주는 사회가 영영 불가능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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