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문정신

가까운 미래, 챗GPT

켓세라세라 2023. 2. 6. 11: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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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빠르게 많이 연결되어 사는 사람들이 더 잘 산다고 볼 여지는 없다. 연결은 이제 전기자동차를 넘어 스마트자동차, 자율주행차로 나갈 것이고, 신체와 기계의 연결, 뇌와 장치의 연결, 메타버스, 마치 SF 영화의 장면처럼 진행될 가능성이 높다. 이러한 시대에 인공지능의 등장은 필연적이다.

인류역사에서 불의 발견과 사용만큼이나 호모 사피엔스의 진보에 기여한 것은 언어 ‘말’이었고, 같은 인간 끼리 고도의 협력은 생존능력을 높여 주었다. 네안데르탈인과 호머사피엔스의 경쟁에서 인간이 우위를 가진 것은 기술적인 측면보다, 더 지능적으로 협력을 함으로써 다양한 현실에 질서 있게 탄력적으로 대응하는 언어를 통한 네트워크의 형성이었다고 보는 것이 타당하다.
이후 문명의 발생과 문자의 등장, 지식은 좀 더 전문적이 되었고, 최초 수메르 문명이든 중국이든 이집트이든 글을 쓰고 읽으며 지식과 정보를 독점한 직업, 필경사, 서기는 훌륭한 직업으로 각광받았다. 학원 선생을 귀하게 접대하면서, 학원 땡땡이 친 아들을 예쁜 아내 얻으려면 공부 열심히 해야 한다고 꼬시는 아버지의 심정이 표현된 쐐기 문자, 5천년전 아버지의 마음으로 그리 웃어 넘길 일이 아니다.

설형문자

동서양을 막론하고 지식인 집단의 등장은 파피루스와 목간이라는 불편한 매체에서 종이라는 매체의 등장으로 대중들에게 지식과 학문의 세계는 열려졌다. 우리가 생각하는 근대 현대는 생각해 보면 그리 오래 전이 아니다. 봉건적인 억압과 중세의 어두움에서 차근차근 근대의 빛은 자신을 드러내고 있었고, 계몽의 힘은 문자의 힘, 책의 힘이었다.
어떻게든 당나라에 유학을 보내려 했던 한반도의 지배계층, 조선 후기 어떻게 해서든 청나라에서 발간되고 정리된 책을 사모으고 읽기 위해 필사적이었던 양반 선비들... 책과 도서관이 지닌 권력의 속성은 문자의 발명에서부터 필연적이었다. 그 힘은 시대가 지날수록 숙고의 힘과 사고의 힘이 계속 강화된 현실과 무관하지 않다. 그리고 그 힘은 근대에 이르러 폭발하였다.
이후 정보화 내지 정보사회의 도래는 이른바 시각 이미지, 영상의 힘이 사람들에게 더 큰 영향을 미쳤다. 대중들에게 미치는 이 시각의 힘은 상상력과 감성적이며 공감각적 감각을 더 극대화 시킨 듯하다. 정보전달의 효율성은 문자 매체보다 뛰어나지만 개인의 무의식에 침투하는 그 힘은 책이 스스로 상상하게 만드는 것과 반대로, 상상을 강요하는 힘으로 작용하는 것 같다. 영화 스타워즈의 첫 장면, 우주로 향하는 것처럼 보이는 문자열의 힘은 우주에 대한 상상력으로 먼 미래를 가까운 미래로 경험하게 해 주는 것처럼 해 주었다. 어쨌든 책을 더 안 읽고 못 읽게 된 것은 미디어 환경의 변화와 맞 닿아 있다.

문자, 책을 통한 정보습득이 의식적 논리적이고 소통은 이성적이라면, 정보사회의 영상 이미지는 그렇지 못하다는 역설, 이제 문자 텍스트를 척척 써내는 인공지능의 등장이 과연 어떤 순기능과 역기능, 잠재된 기능을 보여줄지 지켜봐야 하겠다.
또한 문명의 방향이 이러하니 이 스마트함을 누리는 사람들의 심성은 어떠할까. 심성이 변화할 방향은 속도는? 분명한 것은 책을 읽는 스마트한 뇌를 가진 이들이, 이미지에 포획된 깊이 없고 내용 없는 외양에 치중하는 이들을 압도할 것이라는 사실이다.

또 불변하는 사실 하나는 이 세상의 도서관과 출판 되는 책 중 90% 이상의 책은 사실 아무도 읽지 않는 책들이라는 것이다. 잊혀진 생각과 지식도 많을 것이고 이 많은 텍스트에 담겨진 정보를 효율적으로 꺼내 쓸 수 있다는 것은 ChatGPT의 큰 장점이다. 그러나 이 또한 활용하는 이들의 몫인 법, 네비게이션도 어디로 가야할 목표가 있는 사람에게 유용하고, 지도도 볼 줄 아는 사람에게 유용한 법. 검색어의 수준이 그 사람의 수준 아닌가.
ChatGPT, 인류가 쌓아온 거대한 도서관 역할을 할 것이다. 그 챗GPT 도서관 등장 앞에서 흥분과 설레임으로 때로는 겸손함으로 오히려 현실 도서관에서 고전 텍스트를 깊이 있게 이해하려는 이들과 그 도서관이 제공하는 지식이 마냥 자신의 것으로 착각 위조하는 이들, 공부하기 싫은 학생들이 베껴 제출하는 숙제, 리포트가 양산되는 미래는 바로 지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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