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문정신

돌도끼에서 스마트폰으로, 그리고 챗GPT

켓세라세라 2023. 2. 5. 10: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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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일 대화형 인공지능(AI) 챗봇 'GPT'이 화제이다. PC와 스마트 폰이 국가와 사회, 개인에게 어떤 방식으로 영향을 미쳤듯이, 알파고를 뛰어 넘는 이 우수한 인공지능이 네이버 지식인과 구글 검색엔진을 넘어 우리 삶에 어떤 영향을 줄지 주목해야 할 것 같다.

1924년 영국과 미국 사이에 해저 통신 케이블이 설치되는 행사가 열렸다. 그때 영국정부는 간디를 초청해서 영 제국의 위대함, 통치의 권위를 보여주고자 했다. 영국 고위관료가 간디에게 어떻게 생각하세요?”라고 물었다. 정작 간디는 케이블이 풀려서 해저로 내려가는 장면을 보면서 그래, 어떤 대화를 나누실 건가요?” 라고 답했다고 한다.

5G 속도로 연결되어 사는 한국인과 IT 강국 인도 사이에는 아직도 삶의 질에서 수준 차이가 있다는 것을 감안하더라도 연결되어 있다는 것 자체는 중요하지 않을 수도 있다는 교훈이다. 내용 없는 텅 빈 인터넷 통신망, 신변잡기로 가득 찬 SNS, 편 가르기와 선동의 목소리만 들리는 게시판, 그 게시판에서 여론 장악 그 목적 자체에 매달리는 바보들, 진지함과 숙고 없는 카톡방의 알람 공습, 초등학생들이 적극 답을 다는 네이버 지식인, 없는 것 보다 낫다고 할 수 있지만, 모든 것을 다 아는 바보들의 출현은 간디의 우려가 괜히 빈말은 아님을 보여준다. 연결되어 있는 상태에서 소통은 오히려 잘 되지 않고, 개인 상호간에 공동의 이익 추구를 어렵게 한다. 단절이 더 쉽다. 그러한 원인은 개인 상호간의 신뢰와 인정이 연결 그 자체가 보장하지 않기 때문이다.

정보사회, 스마트 폰이 손에 주어지면서 뭔가 획기적인 시대와 사회의 변화가 있을 것이라고 기대했지만, 스마트 폰만큼이나 사람들은 그다지 스마트해지지 않았다. 물론 네이버 지식인과 검색엔진, 위키피디아는 박학다식, 잡학다식한 개인의 경쟁력과 영향력을 줄어들게 한 측면은 있다. 스마트폰이 촉발한 정치 경제 사회 문화적 변동을 무시하는 것은 결코 아니다. 인간의 사고와 생각, 판단, 의견에 어떤 식으로 손에 쥔 돌도끼는 영향을 미친 것처럼, 스마트 폰도 그러하다. 돌도끼가 그 무엇인가를 찍고 베고, 주로 짐승의 뼈를 부수어 영양가 많은 골수를 먹기 위해 사용되었지만, 결국 같은 인류의 머리통을 향해 그 돌도끼가 향했을 때, 우리 인류는 에덴동산에서 내려올 수밖에 없었다.

간디의 또 다른 어록 이 세상은 모든 사람들의 필요를 충족시켜 주지만 단 한사람의 탐욕도 만족시키지 못한다는 말은 진리이다. IT 기술에 의해 우리의 욕망 또한 증폭 된 것은 사실이다. 연결되어 있지만, 관계는 멀어져간 역설 앞에서 우리라는 비록 부족주의라고 욕먹더라도, 인류의 진화와 생존을 뒷받침했던 공동체 의식은 이제 개인과 이기, ‘에 지나친 관심과 탐색으로의 퇴행만이 남겨져있다. 흄이 말 한데로, 이성적으로만 생각해 보면, 이 세상이 멸망하더라도 내 아픈 손가락의 상처가 더 중요하다는 생각이 영 잘 못된 것 같지는 않다.

모든 것을 해결해 줄 것처럼 보이지만, 사실은 아무 것도 해결해 주지 못하는 현실 앞에서 스마트폰과 PC, 인터넷은 그냥 오락기계, 일상의 지루함을 덜어줄 놀이기계, 탐색기계에 불과한 것인지도 모른다. 간편 결제, 네비게이션, 맛집 탐색에는 유용하지만,

무엇보다도 방대한 지식과 정보, 언론, 미디어 광고의 공습 앞에서 우리는 자료 선별의 기준을 알 수 없다. 그리고 자료 선별에 실제로 영향을 줄 수도 없다. 인터넷을 사용해 모든 사람이 모든 것에 관해 객관적인 자료를 폭넓게 접할 수 있는 것처럼 보이지만 실상 접할 수 있는 정보는 제한되어 있다. 또한 그 정보는 알려지지 않는 의도와 동기가 항상 숨어있기 마련이고. 더 중요한 것은 해석이다. 수많은 사건과 사고에 대해 엄청난 법령과 규정이 있지만, 얽히고 설킨 실타래를 풀 듯이, 또는 정교한 논리적 사고에 의해 합리적 결론을 도출 할 수 있는 것은 여전히 소수의 역할과 몫으로 남아 있다.

개인 비서로 ChatGPT를 두어도 그다지 우리의 행복도와 사고의 스마트함이 향상될 것 같지 않다는 생각이다. ctrl+c, ctrl+v로 생성된 지식이 뭐 그리 현실에 영향을 미치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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