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문정신

범생이가 범생이를 꺼리는 이유

켓세라세라 2022. 8. 24. 11: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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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지오스본과 로니 제임스 디오, 둘 다 굵고 파워플한 성량을 바탕으로 1980년대 전성기를 구가하던 록그릅 보컬들이다. 헤비메탈의 시조. 물론 악동 오지오스본은 엉성한 발성으로 실력으로 그다지 좋은 평가를 받지 못하기는 하지만...



그들의 음악 성향보다, 이 둘은 기이하게 인생 삶이 묘한 대조를 이룬다. 오지오스본은 악동이다. 공연 할 때, 살아있는 박쥐를 뜯는 퍼포먼스를 한 기행으로 유명세를 탓고, 록과 헤미메탈의 정신인 ‘자유’를 일상생활에서 너무나도 잘 실천하였기 때문에 담배와 폭식, 술과 마약, 복잡한 여성편력 등 망나니에 가까운 삶을 살았다. 이와 대조적으로 디오는 목소리와는 다르게 작고 날렵한 신체로 발성도 완벽하고 타고난 성실맨으로서 악마성과 과격함, 반항의 상징과는 거리가 먼 착실한 범생이였다. 별명이 ‘성직자’였다고 하니 말 다했다. 디오는 채식주의자에 평소에도 술 흡연은 절대 하지도 않았고 착실하게 운동을 하는 등 건강관리를 철저히 했다고 한다.



그리고 의외로 오지오스본은 영국 성공회 신자이고 디오는 카톨릭 집안에서 태어났지만 무종교인이었다는 것도 이채롭다.

그런데 극적인 것은 누가 건강하고 오래 살았냐면..그 치사량에 가까운 술과 마약을 흡입한 망나니 생활을 했던 오지오스번은 지금도 살아있는 반면, 디오는 2009년 사망했다. 지능과 건강에 30~40% 타고난 유전자가 영향을 미치고, 나머지는 태어난 후 양육 환경, 가정환경, 생활환경에 의해 결정된다고 했을 때, 의외의 결과라서 참 인생 알다가도 모르겠다. 오지오스번 유전자는 의사들의 연구대상이라고 한다.


얼렁뚱땅, 대충대충, 막 사는 삶이 착실하고 정교하며 계획을 세운 인생보다 장수한 기이한 인생비교....일반화 시킬 수 있는가? 그 많은 성실함과 노력을 강조한 이들을 머슥하게 한다.

마시멜로우 실험, 참을성과 자제력이 강한 아이들이 이후 학업성취도에서 더 좋은 결과를 보였다는....물론 성실하고 계획적이며 자신에 대한 절제를 잘 하는 사람들이 더 건강하고, 더 유능한 학습자이고, 사회경제적으로 성공할 가능성이 높다. 그리고 온순하고 순응 적응력이 좋기 때문에 폭력과 범죄와 관련성도 적어서 장수할 가능성은 더 높다고 생각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그러나 최근 심리학 연구 결과는 성실맨들의 성격적 결함에 대해 보고한다. 주로 타인과 관련된 관용의 마음과 관련해서 범생이들은 타인의 판단, 평판과 관련 있을 때만 관대함을 보여주지만, 타인의 시각이 미치는 영향력이 없을 때 타인에게 되려 가혹하며, 이기적인 본성을 훨씬 과감하게 드러낸다고 한다. 화이트칼러 범죄, 세금포탈, 지도교수의 대학원생에 대한 갑질,  이상할 건 없다.


하기사 인류역사에서 대량학살, 숙청을 주도한 이들, 효율적인 살인자들은 모두가 범생이었다는 악의 평범성, 진부성이 증명되니 새삼 새로운 이야기는 아니다. 지나치게 강요된 자제력, 절제력은 소시오패스를 만드는 사회문화적 기제인가?
이는 조금은 널널하며 엉성한, 치밀하지 않고 자신에게 관대한 사람들이 타인에게 관대하며 다 같이 잘 사는데 더 기여함을 의미한다. 즉 기꺼이 삶의 즐거움과 호기심을 누리는 것에 대해 그다지 죄의식을 갖지 않는 사람들이 훨씬 사회적으로 바람직할 수 있다는 것이다.



동네 건달, 양아치 형들의 삐뚤음, (그 연기 최고는 류승범, 임창정이다.) 우리도 대충은 직감적으로 느끼지 않는가? 크게 사고치지도 않을 뿐더러, 소소하게 못된 짓을 하고 얼렁뚱땅하지만 이들이 더 인간적이라는 거. 자신이 못났다는 것을 잘 알기 때문에 타인의 못남에 대해서도 그렇게 빡빡하게 굴지 않는다.

그래서 그런가. 어렸을 때부터 대체로 범생이로 살아 오긴 했지만, 범생이들을 본능적으로 꺼려했다. 놀 때 놀지 못하고, 선하고 착한 얼굴을 보이기 위해 애써 노력하는 모습들이 자연스러워 보이지 않았다. 성인이 되어서도 그렇게 타인에게 ‘노오력’, ‘하면된다’를 강조하는, 절제하고 그 강제된 모습에서 못 벗어난, 결국 그래봐야 타인을 착취하고 이용해 먹기 위한 거란 걸 보면서, 또는 자발적으로 타인에게 결국 이용만 당하는...

묘하게 오버랩되는 사건, 완벽에 가까운 삶을 살았던, 살고자 했던 박원순 시장. 그에 대한 다른 정치인의 “너무 도덕적으로 살면 사고 난다”라는 평가... 아이러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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