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문정신

검도의 교훈, 두려워하지 말라 2

켓세라세라 2022. 8. 18. 16: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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몸은 솔직하다. 두려움은 근육을 경직시키고, 과도하게 힘이 들어가게 한다. 그리고 유연하게 상황을 파악하지 못하게 한다. 그래서 검도에서 두려워하지 말라는 것이다. 맞을 때 맞고, 때릴 때 때리면 되지, 과도하게 피하거나 맞는 것에 감정적으로 대응하면 안 된다. 올바른 자세를 유지하면서 산뜻하게 과감하게...

출처 :bunkajapan.com


그러나 인간인 한, 자신을 가격하러 다가오는 적(敵) 앞에서 평정심, 부동심을 유지하기가 쉽지는 않다. 반대로 상대방의 평정심과 부동심을 무너뜨리는 기세가 실력이다 라는 것을 최근에야 깨달았다. 어떠한 상황에서도 무너지지 않을 마음을 닦는 것이 검도의 요체이지, 단순히 신체단련이나 기술로서의 검도는 낮은 수준의 검도이다.

절제와 겸손, 진정한 용기와 거리가 먼 만용과 건방, 오만한 사람들이 많은 것은 고분고분하고 순응하는 인간을 요구하는 사회 권력에 대한 그 반작용일까. 쉽게 타인을 재단하고 판단하면서 충고를 해주는 것은 다 같이 평등한 인간이라는 동질성을 확인하는 심리일까. 아니면 타인에 대한 자신의 우월감과 자존감을 지키려는 방어기제일까. 모두 다일까.


어딜 가도 잘 기가 죽지 않는 한국인들.... 그래서 ‘선을 넘는 한국인, 선을 긋는 일본인’이라는 책까지 나왔다. 어릴 때부터 애들 기죽이는 것만큼은 금기시 했던 가정교육의 영향일까. 의연하고 당당한 건 좋은데, 오지랖만 넓고 건방져 보이고 오만해 보이는 것은 어쩔 수 없다. 그리고 탄탄한 실력과 기술, 바른 마음과 태도를 바탕으로 하지 않는 기세란 결국 허장성세일 뿐. 열등감과 질투심으로 상대방에 맞서는 기세만 남았다고 할까나.

한중일 동양 삼국의 국민들은 서구사회에 비해 집단주의적 성격이 강하다. 개인주의가 강한 서양인들에 비해 자신의 모습이 비춰지는 모습이 중요한 체면문화가 강하다. 체면...

겉으로 보이는 자신의 모습이 존중받기를 바라기 때문이다. 예의를 가장하지만, 사실은 상대방에게 무시당할 까봐 두려운 것이다. 또한 사회적 관계에서 타인의 시선이 두렵기 때문에 우리는 타인이 두렵도록 허장성세를 보인다. 비싼 독일차를 사랑하는 중국인과 한국인.



신라 골품제도부터 고려 귀족제, 조선 양천제도, 조선 후기 전 상민의 양반화의 지난한 역사적 결과일까? 그리고 여전히 베이비부머 세대에게 남아있는 전근대적 농촌 공동체 문화, 타인의 시선과 평가, 평판에 아주 민감한 문화에서 우리는 심리적으로 자신의 약함, 두려워하는 마음을 숨기는 문화가 발달한 것이 아닌지 모르겠다. 그러니까. 나름 정 情으로 포장된 훈장질과 지적질, 꼰대질이 심할 수밖에, 특히 젊은이들이 피곤해 한다. 초코파이 이제 줘도 안 먹는다.

구한말 조선을 방문한 많은 서양인들은 앞에서는 비굴할 정도로 친절하지만 속을 알 수 없는 중국인, 일본인과 달리, 양반이든 상민이든 기품 있고 당당하며 의연한 조선인들에게 많은 호감을 표현했다.

“스스로를 생각해서 옳지 않다면 누더기를 걸친 비천한 사람에 대해서도 두려움을 느끼게 되고, 스스로 생각해 봐서 옳다면 천군만마가 쳐들어와도 나아가 용감하게 대적할 수 있는 것이다.(昔者曾子謂子襄曰: 子好勇乎? 吾嘗聞大勇於夫子矣: 自反而不縮, 雖褐寬博, 吾不惴焉; 自反而縮, 雖千萬人, 吾往矣.)”


맹자님 말씀이다. 이는 두려움 없이 상대와 맞서 이기려는 혈기지용을 넘어선, 진실과 도덕성을 기반으로 행동하는 용기인 의리지용을 설명한 내용이다. 의 義, 스스로 의롭다면 한 점 부끄러움 없이 대적할 수 있는 대인배, 군자의 성품이 갈고 닦아아져 내려온 곳.

자꾸 그 훌륭한 문화가 혹독한 근대화 과정에서 흔적도 없이 사라져, 허례의 오만과 건방 만용만이 남아있는 것 같아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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