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지 오웰의 소설『1984 』의 오세아니아 사회는 오전 11시에 시작되는 2분간의 ‘증오 시간’이 있다. 반란군 대표자가 증오의 대상이기도 하고, 경쟁국 유라시아 군대가 주로 증오대상이다. 실컷 욕하고, 분노를 표출하면 스트레스가 해소되면서 당원들의 진짜 불만을 잠재운다. 그런데 증오대상은 중요하지 않다. 분노를 표출할 수 있는 감정의 배출구의 기능, 그 자체가 목적이기 때문이다. 공포와 불안, 위기를 한 점으로 응축시켜 감정을 폭발하게 한다. 독일국민의 불안 심리를 유태인에게 집중 몰아세운 것 과 비슷하다. 그래서 악의 평범성 기제는 원래 잘 작동한다. 미움과 증오의 뿌리에는 구체적인 어떤 사람, 집단이 있고, 그들의 생각과 말, 행동이 자리 잡고 있어야 한다. 이른 바 적이나 적국, 자신과 이웃, 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