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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이야기 64

이디오크러시, Idiocracy, 2006

황당하고 저속한 B급 코미디 영화이다. 미국사회의 어두운 면을 가볍게 다룬 것 같지만, 풍자는 신랄하다. 미국사회 지식인들은 자신의 사회를 어떻게 바라보는지 알 수 있는 영화이다.영화제목 이디오크러시(Idiocracy), Idio는 바보, cracy는 지배라는 말이니까. 데모크러시의 조합처럼, 바보들이 지배하는 사회체제를 말한다. 지능이 평균인 한 미국인이 타임 슬립해서 간 미래 2500년의 세상은 엉망진창이다. 주인공은 지능이 좀 모자란 평범한 인물인데, 미래사회에서 가장 똑똑한 사람으로 활약한다. 영화 이디오크러시에 나오는 이디오는 Fool을 의미한다. Idiot는 원래 지금의 바보 천치, 멍청이 이런 의미로 쓰여 지지는 않았다. 고대 그리스에서 Idiot란 자신의 문제에만 관심을 갖고 공동체 문제를..

영화 이야기 2025.01.06

윈터 슬립 Winter Sleep, Kis uykusu, 2014

참 말 많은 영화이다. 깊이 여부는 모르겠다. 할 말 많은 세상이기는 하다. 그래도 일반인들 보다 조금 더 생각하는 이들이 지식인이다. 여기 저기 끼어들기 위해 철학과 도덕, 문학, 예술을 논하는 지식인이 존재하나 보다. 간명하고 분명한 세상에 모호와 현학, 장황의 언어. 애매하고 뒤죽박죽된 사고체계, 정신세계를 영화는 다소 길게, 또는 지루하게, 튀르키에 카파도키아의 아름다운 풍경과 함께 보여준다. 결국 ‘부끄러움’의 문제이다. 지식인의 정신분열은 스스로를, 서로를 용서해 주는 시대와 잘 어울려 보기에 민망하다. 민망하다의 사전적인 뜻은 ‘보기에 답답하고 딱하여 안타깝다’이다. 영화는 2014년 67회 칸영화제 황금종려상(누리 빌제 세일란), 팜스프링스국제영화제 국제비평가협회(FIPRESCI) 남자배우..

영화 이야기 2025.01.05

희생 (Offret, The Sacrifice, 1986 ) | 스웨덴 , 영국 , 프랑스 | 감독 안드레이 타르코프스키

고대 이스라엘의 전통에서, 속죄일(贖罪日)에 많은 사람의 죄를 씌워 황야로 내쫓던 양이 희생양이다. 신(GOD)이 제물을 태운 냄새를 왜 좋아하는지 그 이유는 모르지만, 동서양 공히, 양, 염소, 돼지 등을 헌신과 감사, 정화와 속죄, 복을 기원하는 의미로 제사에 사용되었다. 성경에 기록된 바, 아브라함은 자기 아들 ‘이삭’을 번제에 바친다. 이른바 인신공양이다. 자기희생을 통한 구원의 종결자, 이 죄 많은 세상에 스스로 속죄양이 되어 인류를 구원하고자 한 서사의 완성은 메시아 예수이다. 세상을 구원해야 한다는 생각은 꽤나 오래 된 것 같다. 고대인과 중세인, 근대인, 우리 모두의 해방, 세상의 구원, 압제를 끊고 모두가 자유롭고 풍요로운 삶을 누리는 꿈. 워낙 부조리와 고통, 죄가 판치기 때문일까. 마..

영화 이야기 2025.01.04

드라이브 마이카 Drive My Car, 2021

애초에 서로가 서로에게 상처를 주지 않는 것이 최선이다. 그래도 다양한 원인에 의해 우리의 인생은 상처를 입는다. 삶의 위기와 위선, 모순에 어떻게 맞서야 하는가. 또는 누구와 함께 이 고비를 넘길 수 있을 까. 영화 ‘드라이브 마이카’는 그렇게 삶이 짊어질 심리적 고통의 원인에 집착하지 않는다. 간단히 전생과 업보, 원죄로 설명할 수도 있지만, 원인은 중요하지 않다. 어차피 개인의 탄생은 우연이고, 그 존재의 소멸은 필연이니까. 삶의 모순은 기본값이다. 다만 생을 이어가는 것은 주어진 사회와 문화에 갇혀 살 것인가, 자신이 새로운 사회와 문화를 만들어 갈 것인가의 문제이다. 타인의 삶과 자신의 삶을 엮고 서로 그 경험을 나누는 것은 소중한 경험과 자산이 된다. 이질적인 존재와도 섞여서 사는 나약한 존재..

영화 이야기 2024.12.03

헤일, 시저! Hail, Caesar!, 2016

영화판이 인생판이고, 인생판이 영화판이다. 아사리판 阿闍梨判 이다. 미국식 유머에 익숙치 않아도 킬킬대며 볼 수 있는 경쾌한 영화이다. 출연진은 화려하고 연출은 재치가 있다. 감독은 헐리우드에서 유명한 코엔 형제이다. 코엔 형제, 얼굴만 보고, 아 유대인이겠다라는 생각을 했는데, 역시나 유대인이다. ‘시리어스맨’, ‘노인을 위한 나라는 없다’의 감독이다. 조시 브롤린, 조지 클루니, 스칼렛 요한슨, 틸다 스윈튼, 레이프 파인스등의 배우가 출연한다. 바보와 멍청이, 욕심쟁이, 바람둥이, 똘아이, 기래기들 사이에서 영화는 꼬인 현실을 한 번 더 꼬아 놓은, 헐리우드의 과거와 현재에 대한 디스, 그리고 영화에 대한 애정을 유대인식 유머, 아이러니로 표현한다. 아이러니는 ‘말이 안된다’라는 의미로 흔히 쓰이지만..

영화 이야기 2024.12.02

코끼리는 그곳에 있어 An Elephant Sitting Still, 大象席地而坐, 2018

인생은 아슬아슬하다. 한 보통 개인의 삶은 몇 번의 행운, 그리고 몇 번의 불행이 교차하는 법, 그 행운과 불행의 줄타기에서 꾸역꾸역 살아나간다. 어찌 보면 우연히 다가온 행운이었을 뿐인 것을, 자신의 정당한 노력에 의한 권리로 착각하기 마련이다. 그러면서 주변인들을 착취하는 것을 마다하지 않는 인간도 있고, 그리고 어떤 이에게는 불행만이 연속해서 발생해, 삶이 견디기 어려울 정도로 비상구 없는 답답한 현실일 수도 있다. ‘코끼리는 그곳에 있어’는 자신에 대한 환멸, 슬픔, 절망, 사회적 배제를 처절하게 묘사하면서, 사회 없는, 사회를 결코 표현해서는 안 되는, 표현의 자유가 억압받는 중국의 현실의 절망을 드러낸다. 개인의 일탈과 절망? 중국의 사회적 문제? 중국에 대해 우리는 얼마나 알고 있는가. 중..

영화 이야기 2024.12.01

사일런스 Silence, 2017, 마틴 스콜세지 감독

거장 마틴 스콜세지 감독 영화이다. 우리에게 익숙한 리암 니슨이 출연한다. 비슷한 영화 제목으로 ‘더 사일런스’, 사일런트‘, ’사일런싱‘등이 있으니 주의!실화를 바탕으로 한 원작, 책이 있고 다시 이를 영화로 옮겼다. 17세기, 임진왜란 전후 쯤일까, 포르투칼 출신 2명의 선교사는 일본에서 실종된 선배 신부(리암 니슨)를 찾으러 떠난다.주제는 상당히 무겁다, 묵직하다. 정신에 울리는 어지러움을 간결하게 시각화해서 표현해 냈다. 이야기의 힘과 영화라는 매체의 힘이다. 종교의 권력화로 인한 역사의 진행, 우리는 유럽의 종교전쟁과 서구문명의 전 지구적 팽창을 경험하면서 현재의 세계 질서를 만들었음을 안다. 일본 사회에서 탄압받는 천주교, 키리스탄과 그들의 위험, 위기 그리고 정치적 사회적 박해를 피해 다니는..

영화 이야기 2024.11.30

황산벌 Once Upon A Time In A Battlefield, 2003

삼국통일의 의의, 그런 거 없다. 감독의 전쟁에 대한 시각은 냉정하다. 전쟁은 현실이다. 그렇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수단 방법을 가리지 말고 싸워야 한다. 영화는 코믹하고 재치 있으면서도 릴렉스 하기도 하다가, 강한 긴장을 준다. 어느덧 비장감에 빠져 있다가 전쟁의 슬픔과 허무함으로 마무리한다. “전쟁을 하든가 말든가, 나라가 망하든가 말든가, 자식을 죽인다 살린다 그러냐”고 계백 부인(김선아)은 계백(박중훈)에게 따진다. 백제군 앞에서 ‘나는 화랑 반굴이다’ ‘나는 화랑 관창이다’라고 외치는 목소리에는 처절함과 처연함이 묻어난다. 자살 공격을 강요하면서 김흠순이 “봐라 가늘고 오래 살면서 역사에 이름 남는 사람 있냐”라고 하자 아들 반굴은 “아부지, 내는 길게 살고 싶다. ”라고 한다. 그런 아들에..

영화 이야기 2024.11.23

세키가하라 대전투 Sekigahara, 関ヶ原, 2017

영화는 오카다 준이치가 연기한 이시다 미츠나리, 그 상대편에 결국 전쟁에 승리하고 에도 막부를 연 일본 국민배우 야쿠쇼 코지가 연기한 도쿠가와 이에야스의 대립과 갈등의 이야기다. 세키가하라 전투, 조선 침략한 자들이 자신의 나라 일본으로 돌아가서 동군 서군 편먹고 일본을 놓고 땅따먹기 한 전투이다. 조금이나마 익숙한 이름들, 임진왜란에 참전했던 왜장 고니시유키나와, 가토 기요마사, 구로다 나가마사, 시마즈 요시히로... 이른바 조선전쟁, 일본식으로 분로쿠 게이초의 역이 끝나는 시점, 참전했던 일본 영주들의 영업 손실은 막대했다. 피폐해진 채로 간신히 일본으로 돌아와서 밀린 청구서를 내밀어 봐야, 오야붕은 죽고 난 다음, 자신들이 입은 손해에 대해서는 각자 알아서 하라니까. 화가 날만도 하다. 동군은 히..

영화 이야기 2024.11.22

최후의 추신구라 The Last Chushingura, 最後の忠臣蔵, 2010

복수극은 재미있다. 밋밋한 일상에서 무언가 범상치 않은 사건은 사람들에게 관심을 잦게 만든다. ‘최후의 추신구라’ 영화는 47인의 사무라이가 치욕을 당한 주군을 대신해서, 16년을 기다리며 준비한 복수를 실행한 다음, 할복 사형을 당한 그 이후의 이야기이다. 루스 베네딕트의 『국화와 칼』에서 소개된 ‘추신구라’ 사건은 일본인들이 좋아하는 극적 요소를 모두 갖춘 이야기이다. 일본인에게 온징(恩人)이란 다른 사람에게 온을 입히면 그 사람은 무슨 수를 써서라도 그걸 갚아야 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추신구라 복수극이 본 편이었다면, ‘최후의 추신구라’는 그 후편의 이야기로 온징(恩人)이 좀더 분명하게 드러난다. 베네딕트 여사가 설명한 온징(恩人)의 의미, 그리고 일본인들의 job의 사명, 이 투철한 사회의식이자 ..

영화 이야기 2024.11.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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