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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이야기 64

올리브 키터리지 Olive Kitteridge 2014, HBO 드라마

타인으로 이루어진 세상은 이해하려고 해야 하는 것인가. 있는 그대로 받아들여야 하는 가. 또는 이해하고 받아들여야 하는가. 이해가 안 되는 것은 원래 이해가 안 되는 것을 이해하려고 노력했기 때문이다. 애초에 기대를 하지 않는 것이 이롭다. 원래 그러하니까. 이것이 인생이다. 세상에는 경계가 있다. 넘어서는 경계, 넘지 말아야 할 경계. 주인공 ‘올리브 키터리지’는 그 경계를 불친절로 넘어선다. 거칠고 직설적이다. 자신의 욕구와 욕망이 그 무엇을 원하더라도, 무한히 충족할 수 없다는 사실을 무의식과 의식, 본능적으로 알아가며 살아간다. 원 하는 것을 얻지 못하는 좌절을 견디는 방법을 배우지 못하면 몸과 마음에 사단이 나기 마련이다. 주변 사람들이 힘들다. 강하면 부러진다. 자아도 그런 것 같다. 주위에 ..

영화 이야기 2025.04.21

브로커 Broker, 2022

고레다 감독의 ‘어느 가족 Shoplifters, 2018’과 다소 비슷한 메시지, 감동 휴먼 스토리, 최고의 배우들... 그런데 이런 영화가 나오다니... 호평과 악평이 공존하는 영화다. 한국 정서에 맞지 않는 지나치게 절제된 감정선이 문제일까? 연기가 밍밍하다. 한국인의 정서와 일본인의 정서가 결정적으로 다르다는 것을 감독은 잘 모르는 것 같다. 일본인들은 그런가 보다. 일본 영화를 보면 연기가 ‘밍밍하다’ 그리고 조연들에 대해 자상하게 골고루 내용과 이야기를 분배한다. 한국은 그런 거 없다. 주인공으로 응축해서 확 터뜨려야 한다. 한국인은 굵고 직선이다. 화가 날 때, 펑 터뜨려 줘야 한다. 슬플 때 짜 내야 한다. 일본식 절제된 감정 연기를 좋아하는 사람들도 물론 있을 것이다. 이 연기로 송강호..

영화 이야기 2025.04.11

그린 북 Green Book, 2019

모든 것은 같을 수가 없다. 백인과 흑인은 다르다. 그리고 그들이 가진 사회적 힘의 차이는 대체로 갈등의 원인이다. 그 갈등의 원인의 원인이 또 어디서 시작되었는지 대충 우리는 안다. 시작은 우생학이다. 나찌 독일은 유태인만 학살한 것이 아니다. 슬라브인, 집시, 동성애자, 정신병환자, 장애인도 학살 대상에 포함되어 있다. 독일 나찌 이전에는 잔혹한 서양 제국주의 국가들이 저지른 아프리카와 아시아의 식민통치가 있다. 백인에 의해 저질러진 아메리카 인디언 학살, 그리고 흑인노예를 통한 경제적 착취. 이것을 가능하게 했던 생각은 ‘그들’은 인간이 아니라 짐승으로 보는 우생학이었다. 처음부터 차이를 알지 못하면 갈등이 없을 것이고, 다름을 강조하거나 차이를 인식하면 갈등은 커진다. 일반적으로 이처럼 차이에 ..

영화 이야기 2025.04.10

임협 헬퍼, 任侠ヘルパー, 2012

후지 TV의 드라마 임협 헬퍼의 인기 연장선상에서 영화로 만들어 졌다. 임협은 깡패 야쿠자, 헬퍼는 간병인 요양보호사를 뜻한다. 이른바 영화 제목은 ‘깡패 간병인’이다. 수축사회란, “저성장 기조가 장기간 지속되면서 정치, 경제, 환경을 비롯한 사회 모든 영역의 기초 골격이 바뀌고 인간의 행동규범, 사고방식까지 영향을 미치는 현상을 가리키는 말”이다. 홍성국 저자는 성장을 낙관할 수 있던 팽창사회가 끝이 나고 사회 시스템이 수축사회로 돌이킬 수 없는 전환을 맞이하고 있다“고 말한다.『수축사회, 홍성국, ㈜메디치미디어, 2018년』 총 인구는 감소한다. 젊은이와 노동인구는 줄어든다. 상당수 인구는 노인들이 차지한다. 수축사회의 기본 동인이다. 그리고 세계적 현상으로 국가 간, 혹은 개별국가 내에서 이루어..

영화 이야기 2025.04.06

에너미 엣더 게이트 Enemy at the Gates, 2001

소련이 승기를 잡은 스탈린그라드 전투, 1942년 8월부터 43년 1월 까지, 5개월 동안 독일군 40만, 루마니아 15만, 이탈리아 11만, 헝가리군 14만 사상자가 발생했다. 소련군은 약 112만 명 병력 손실. 단일 전투로 세계 최대, 최고의 기록이다. 이 참혹한 전쟁을 어찌 통계만으로 설명이 되겠는가. 그 안에 죽거나 다친 병사들의 삶에는 모두 그 나름의 드라마가 있을 것이다. 살아 숨쉬며 꿈을 꾸고 살아가던 보통 사람들,  “나? 말하고 싶지 않아....말하고 싶어도.... 한마디로.... 그런 말해서 안 되는 일이거든....” 전쟁의 잔인함, 말과 글로 어찌 설명이 가능하겠는가. 영화는 그 잔인함을 영상에 표현한다. 영화 초기 볼가강변 전투, 무모한 돌격과 쌓이는 시체, 몇 주간 소련군은 ..

영화 이야기 2025.03.25

계시록 Revelations, 2025

계시(啓示)는 일종의 세상에 대한 정보를 보여주는 ‘프레임’이다. 리빌레이션은(Revelation) 계시한다는 의미를 가지고 있지만 폭로한다는 의미도 가지고 있다. ‘프레임’에 대해 어빙 고프만은 “사건과 그 사건에 대한 우리의 주관적 관여를 지배하는 원칙”으로 설명한다. 이 프레임이 변할 때, 반전(反轉), 극적인 효과가 발생한다.한나 아렌트는 유태인을 학살한 아이히만을 보고 놀란다. 괴물이 아니라 평범한 사람이었기 때문이었다. 악은 평범하고 진부하다. 따라서 모든 괴물의 탄생에는 사실 특별함 보다는 평범함과 익숙함이 더 큰 원인으로 작용한다. 부패한 시대와 사회, 협잡과 착취, 비리, 세속적 욕망, 부적절한 상황은 참 익숙하다. 간음, 간통 불륜, 외도, 바람피우기는 부정한 인간의 행위이기는 하지만..

영화 이야기 2025.03.22

황야 Badland Hunters, 2023

작품 내적인 완성도를 따지기는 민망한, 재미와 볼거리는 조금 있는, 인물, 사건, 배경이 그럴 듯하지만, 어디서 다 가져온 듯한, ‘매드맥스’와 레지던트 이블‘이 떠오르는 영화다. 폭력 종결자 ‘데우스 엑스 마키나’ (god from the machine) 마동석이 주먹 원타치 기계에서 총질 기계로 진화를 볼 수 있다. 주인공이든 조연이든 배우들은 나름 생명, 사랑, 자유, 진실, 용기 등의 가치를 지향한다. 갈등관계에 있는 인물과 상황에 맞서 해결해야 할 과제를 위한 여정은 그럴 듯하다는 개연성이 바탕이 되어야 한다. 영화 속으로 몰입을 하기 위해서는 플롯은 논리적이어야 한다. 영화꾼의 재주는 그럴듯한데서 멈추버리면 안 된다. 넘어서기 위해서는 철학이 필요하다. 재능의 영역이다. 예를 들어서 ‘공각기..

영화 이야기 2025.03.21

천국을 향하여 Paradise Now, 2006

능력 것 구해서 봐야 할 영화이다. 전쟁인지, 테러인지, 게릴라전인지, 특별 작전인지 애매하다. 2014년 하마스에 대한 이스라엘의 포격과 폭격에 환호하며 불꽃놀이를 즐긴 유대인들, 야금야금 정착촌을 건설하며, 군대와 장벽의 보호아래 수영장 놓인 호화주택에서 바베큐 맥주 파티를 즐기던 이들의 행동은 2023년 10월 사태의 예고편이었다. 다음은 ‘국경없는의사회’에서 활동한 이의 경험담이다. 그 의사는 이스라엘 폭격에 온 가족이 몰살당한 팔레스타인 어린 남자아이를 치료했는데, 가족을 잃은 마음에 상심해 그 아이는 시름시름 죽어가고 있었다. 그 의사는 아이를 살리기 위해, 독한 말 한마디를 했다고 한다. “너는 총을 쏠 수 있는 손가락이 다치지 않았다”, 이 말에 기적같이 그 아이는 삶의 의지를 갖고 건강을..

영화 이야기 2025.03.20

매미소리 CICADA, 2022

동이족은 음주가무를 즐긴다고 기록한 고대 중국인들. 그들 눈에 동쪽 오랑캐들, 참 잘 노는 놈들이었다. 하여간 한 민족은 노는데 특화된 사람들이란 생각이 든다. ‘섯다’가 전 세계 모든 도박의 원형이듯이 K-POP, K-컬쳐는 세계 젊은이들의 문화가 되어가고 있다. 특히 남도 지방 사람들이 잘 논다는 것은 익히 경험한 바 있다. 놀아도, 장례식장에서 논다라? 초상집에서 가라오케 기계를 빌려, 노래하고 춤추는 것을 본 적이 있기는 하다. 전통 문화 중에 이렇게 광대패가 유족을 위로하고, 긴긴 밤에 문상객들을 즐겁게 해준다는 약간 괴이한? 문화가 있는 줄은 몰랐다. 괴이하다고 표현 했지만, 모든 문화는 어떤 기준에서는 약간은 괴상한 법이다. 좀 이질적인 문화를 접해야만, 주위 사람들과 대체로 공유하는 자신의..

영화 이야기 2025.03.19

만남의 광장 Underground Rendezvous, 2007

고속도로 휴게소를 다룬 영화가 아니다. 영화 제목 ‘만남의 광장’이 무엇을 뜻하는지는 직접 영화를 보고 확인하시라. 어눌하면서 띨 한, 임창정과 류승범 두 배우의 연기 대결이 펼쳐진다. 재미가 쏠쏠하다. 남과 북 체제를 나타내는 남북한 군인들의 어리버리한 모습도 잔재미가 있다. 출연배우의 면목을 보면 화려하다. 박진희 백일섭 임현식 김수미 김형자 최성국 김광규 이한위 이대로 이상훈 홍기훈 심원철 김희원 등 분단을 다룬 영화는 매년 출시가 되고, 차곡차곡 쌓이고 있다. 백두산, 강철비, 공조, 공작등 첩보물, 액션물이 대세다. 물론 진지하게 남북한 분단과 갈등을 정면으로 다룬 공동경비구역이나 웰컴투 동막골 같은 명작이 있기도 하다. ‘웰컴투 동막골’이 동화적이고 몽환적이고, ‘간첩 리철진’은 가슴을 애리는..

영화 이야기 2025.03.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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