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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이야기 64

퍼펙트 데이즈, Perfect Days, 2024

인간은 필연적으로 맞이하게 될 고독, 외로움을 피할 수 없다. 그래서 인생은 비극이다. 나이 들수록, 몸은 망가지고, 마음은 울컥울컥한다. 쓸쓸함을 회피하고자 하면서 이것저것 하다가 결국 시간은 흐르기 마련이다. 고독의 찬미, 사의 찬미, 절망과 고통에 대한 철학의 논의가 있는 것도 어찌 보면 당연하다. 삶의 무게를 이겨내기 위한 방편으로 고독에는 역시 인문학이 제격이다. 생명과 기쁨, 행복의 의미 코모레비((木漏れ,KOMOREBI). 나뭇잎 사이로 비추는 햇살. 그 햇살을 느끼기에 주변 사회 환경은 어지럽고 복잡하다. 무해하고 무탈하기를 바라는 마음. 아보하‘아주 보통의 하루’이다. 소확행과 같은 말. 그러나 소확행은 '스몰 럭셔리'의 또 다른 표현으로 오염되었다고 한다. 해외여행, 값비싼 명품과 외제..

영화 이야기 2025.02.07

에브리씽 에브리웨어 올 앳 원스 Everything Everywhere All at Once, 2022

도덕이나 윤리, 삶의 가치와 목적과 같은 것들을 과학적으로 설명할 수 있을까. 현대과학은 우리에게 일정 답이 있다고, 설명할 수 있다고 보는 것 같다. 가치판단은 과학적으로 이해할 수 있는, 이해되어야 하는 사실판단에 관한 문제로 치환된다. 친절과 이타심, 돌봄과 같은 인간의 특정행동도 종교와 철학의 가르침대로 따르는 것이 아니다. 타인과 자기 자신, 공동체의 행복에 영향을 미치는 선택과 판단, 행동과 결정의 총합이다. 왜 어떤 사람들은 유복하고 현명하며, 잘 사는가. 각자 처한 환경 그리고 대응, 선택과 결정의 결과가 그 사람을 결정한다. 우리는 진동하는 다중 우주에 살고 있는가? 수축과 팽창을 쉬지 않고 되풀이하여 무한 연장되는 빅뱅과 빅크런지(대 붕괴)의 우주, 여기와 비슷한 시간의 흐름을 가진 ..

영화 이야기 2025.02.06

스탈린그라드 - 최후의 전투 Stalingrad, 1997

1993년 독일 영화이다. 적대국이었던 러시아 모스크바 국제영화제에서 작품상을 받았다. 영화는 춥다. Winter Is Comming ! 혹한기 속 잔인한 전투로 스탈린그라드 전투가 압도적이다. 한국전쟁 당시 장진호 전투도 극한의 추위 속에 벌어진 전투로 유명하기는 하다. 우리가 익히 들어 알고 있는 미국 영국 캐나다군의 노르망디 상륙작전과 이 이후 벌어진 전역의 참전 병력수가 대략 150만명인 바, 스탈린그라드 전투 규모도 그에 맞먹는다. 그러나 스탈린그라드의 사상자 수는 서부 프랑스 전선에 비해 10배가 넘게 발생해, 이른바 혈투, 인간이 벌인 가장 잔혹한 전투중 하나이다. 건물 층 하나, 벽 하나 사이에 두고 죽고 죽이는, 가장 유용한 전투장비가 수류탄과 야전 삽이었다고 하니 그 잔인함은 이루 말할..

영화 이야기 2025.02.05

조커: 폴리 아 되, Joker: Folie à Deux, 2024

전편 조커 Joker, 2019에서 폭도들이 들고 있던 피켓에  ‘부자들을 죽여라! Kill The Rich!’가 적혀 있다. 증오와 미움이 차곡차곡 쌓여서 광기로 전환한다. 악의 탄생은 처음부터 평범하지 않다. 그 광기가 임계점을 넘을락 말락 할 때, 폭력과 파괴로 죽음을 지향하도록 하는 결정적 계기가 작동한다. 한나 아렌트는 유태인 학살의 악마, 아이히만 재판을 지켜보면서, 진부하고 평범하다고 평가한다. 악이란 것이 거창하거나 특별하지 않다는 것이다. 한나 아렌트에 의하면 아히히만은 개인적으로는 선량한 사람이었다. 다만 무고한 생명을 학살한 자신의 행위를 국가에 대한 의무로 정당화하고 있다고 보았다. 나치의 졸개, 아이히만이 특별한 것은 아니다. 히틀러와 나찌당의 이상에 동조하는 많은 독일인들, ‘폴..

영화 이야기 2025.02.04

에프터 양, After Yang, 2022

기억과 존재, 문화혼종, 가족의 의미, 직관적인 동양 이미지, 공각기동대에서 정체성을 찾는 자아의 침잠은 깊은 바다로의 잠수(dive)였다면, 애프터 양에서 자아는 바람과 숲과 고요, 차(茶)와 나비가 함께하는 명상의 세계에 머문다. 그리고 적절한 음악 ‘릴리슈슈의 모든 것’ 삽입곡 I Wanna Be. 공각기동대가 심오한 철학서적 같고, 블레이드러너는 디스토피아의 오이디푸스왕 비극과 같은 비장미의 영화라면, 에프터 양은 그냥 한편에 예쁜 단편 만화영화 같다. 하늘 아래 새로운 것은 없지만, 로봇, AI 인조인간, 안드로이드, 클론, 리플리컨트, 테크노, 복제인간, 인형사, 통칭해서 앞으로 잡것들로 부르겠다. 이제 미래사회를 디스토피아 혹은 유토피아로 그린 대작과 명작에서 잡것들과 엮이는 상상력이 거의..

영화 이야기 2025.02.02

‘헤어질 결심’, Decision to Leave, 2022

인도의 신 시바는 파괴의 신이다. 고대 인도인들에게 창조와 파괴는 영원한 순환이며, 불멸의 과정이다. 그러나 질서에서 무질서로 에너지가 전환되는 열역학 2법칙, 엔트로피 법칙에 의하면 붕괴는 파멸이고, 그 끝은 소멸이다. 영화 속 박해일은 안구 건조증으로 끊임없이 인공눈물을 주입한다. 자연붕괴의 과정이다. 원자로 안에서 서서히 붕괴되는 것처럼 잘 관리해야 할 시기가 갱년기이다. 자라와 석류.... 중년의 권태, 노년의 시작. 청년 장지글러는 파리에 온 체게바라를 만나고, 자신의 삶의 붕괴를 깨닫는다. 정글로 따라가기를 자청하지만, 체게바라는 자본주의 정글에서 장지글러가 할 일이 있다고 생각한다. 이후 장지글러는 유엔에서 빈곤 문제에 대한 세계적인 전문가가 되었다. 이처럼 새로운 시작을 할 수 있는 청년..

영화 이야기 2025.01.31

포가튼 러브 Forgotten Love.2023

주인공의 아내가 불륜에 빠져 집 나갔고, 주인공은 사고로 기억상실증에 걸렸다. 그리고 긴 시간이 지난 후 헤어진 딸과 우연히 만나, 우여곡절 끝에 기억이 되돌아오고 행복한 결말을 맞는다. 이것은 스토리이다. 주인공의 아내가 불륜에 빠진 것은 주인공의 성공과 삶의 자세와 관련이 있다. 집나간 아내에게 죄책감을 갖던 차에 불의의 사고로 기억상실증에 걸리지만, 자신의 사회적 지위, 아내에 대한 용서하지 못한 마음은 기억 하기를 거부한다. 그러나 딸에 대한 사랑의 기억은 그를 딸과 가까운 곳으로 몸을 이끌게 하고, 죽음에 처한 딸을 구하기 위해 최선을 다한다. 이것은 플롯이다. 주인공 딸은 평민이고, 우연히 지나가는 귀족 아들과 사랑에 빠진다. 평민과 결혼에 반대하는 귀족 부모의 계략을 극복하고 결국 결혼에 ..

영화 이야기 2025.01.21

캡틴 판타스틱, Captain Fantastic, 2016

좋은 평가를 받은 영화이다. ‘그린북’의 토니 발레롱가 역, ‘반지의 제왕’에 아라곤 역을 맡은 ‘비고 모테슨’이 주인공이다. 배우의 변신은... 참 대단하다.‘따뜻한 가족영화 내지 힐링영화’, ‘책 읽는 독서교육이 좋다.’ ‘학교를 안보내고 아이들이 잘 클 수 도 있겠다’라고 생각하면 오산이다. 알고 보면 불편할 수도 있는 영화다. 영화에 등장하는 여섯 아이들은 아빠와 더불어 자연에서 체력단련과 사냥술, 생존술을 익히고 악기를 연주하고, 인류의 고전, 책을 다양한 언어를 익히면서 읽는다. 과학도 스스로 공부하고...사회에서 떨어져 살지만, 이들은 서로를 사랑하고 감싸며, 연대하고 가장 가식 없는 삶을 실천한다. 영화에 등장하는 아빠와 엄마는 이른바 철저한 ’좌파’ ‘사회주의자’이다. 그리고 페미니스트..

영화 이야기 2025.01.20

타인의 취향 The Taste of Others, 2001

내가 무엇을 좋아하고 싫어하는 것은 온전히 내 마음에 달려 있기 때문에, 모든 개인의 취향은 존중해야 하고 존중받아야 한다. 과연 그런가? 그러한 문화, 가치 상대주의 태도는 느슨하고 관계의 긴장을 자연스럽게 풀리게 한다. 영화에는 3류, 프랑스 소도시의 예술인들이 나온다. 연극은 고전적이고 회화는 이미 철지난 추상화를 그리는 젊은 작가의 작품이고, 그리고 아마추어 클래식 연주... 영화 ‘타인의 취향’에 나오는 연극이나 미술작품은 다소 작품성과 기술적인 수준이 다소 낮은 것처럼 보이는데, 마지막에 등장하는 서투른 플롯 연주처럼 결국 다른 악기와 어우러져, 복합적인 화음으로 표현될 때, 그 안에 포함된 서로에 대한 배려를 읽어낼 수 있다면 역시 인(仁)한 훌륭한 예술이라 할 수 있을 것이다. 영화 ‘타인..

영화 이야기 2025.01.19

시리어스맨 A Serious Man, 2009

삶의 의미에 답을 구하기 위해 교회로 성당으로 사찰로, 점집으로....진학, 취업, 결혼, 승진, 결혼, 불륜, 건강 등 우리의 일상의 걱정들, 잘 될 것인지, 잘 안될 것인지 알 수 없는 문제들... 어떤 이끄는 힘에 의해 목사, 신부, 스님, 무당을 만나서 삶의 위기에 대해 논하고 가르침을 구하곤 한다. 여유가 있다면 중복해서 위기관리를 하기도 한다. 교회 다니면서 용한 점쟁이를 찾는 것이 뭐가 문제랴.영화 주인공은 미국사회 유대인 공동체에서 중산층으로 살고 있는 미국인이다. 시리어스 맨, 진지한 남자이다. 유대인 공동체에서 딸 아들 두고 있는 전형적인 중산층의 삶을 사는, 물리학을 가르치는 교수, 종신 재직권 임용 심사를 앞두고 있다. 날벼락, 가끔 인생은 배배 꼬인 것처럼, 위기의 순간들로 위태위..

영화 이야기 2025.01.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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