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판이 인생판이고, 인생판이 영화판이다. 아사리판 阿闍梨判 이다. 미국식 유머에 익숙치 않아도 킬킬대며 볼 수 있는 경쾌한 영화이다. 출연진은 화려하고 연출은 재치가 있다. 감독은 헐리우드에서 유명한 코엔 형제이다. 코엔 형제, 얼굴만 보고, 아 유대인이겠다라는 생각을 했는데, 역시나 유대인이다. ‘시리어스맨’, ‘노인을 위한 나라는 없다’의 감독이다. 조시 브롤린, 조지 클루니, 스칼렛 요한슨, 틸다 스윈튼, 레이프 파인스등의 배우가 출연한다. 바보와 멍청이, 욕심쟁이, 바람둥이, 똘아이, 기래기들 사이에서 영화는 꼬인 현실을 한 번 더 꼬아 놓은, 헐리우드의 과거와 현재에 대한 디스, 그리고 영화에 대한 애정을 유대인식 유머, 아이러니로 표현한다.
아이러니는 ‘말이 안된다’라는 의미로 흔히 쓰이지만, 표현된 말과 그 실질적인 의미에 차이가 있을 때 쓰는 말이다. 예를 들어 ‘하면 된다’는 노력의 신조를 평소에 강조하던 사람이, 노력보다 운발과 점술에 의지하는 모습을 보일 때, 아이러니라고 한다. 또는 쌍욕을 하며 싫어하지만, 사실은 쌍욕을 할 정도로 가까운 사이라는 것이 밝혀질 때도 아이러니이다. 자본주의 불평등한 분배 시스템에서 가장 혜택을 보는 스타배우가 갑자기 스텝들의 빈곤한 소득을 걱정할 때, 하여간 말과 행동의 불일치, 또는 보여 지는 것과 실재, 아는 것과 모르는 것의 불일치 상태일 때도 아이러니라는 웃음이 만들어진다.
코엔 감독은 영화를 통해 등장인물들을 주로 스타인 배우들을 디스한다. 골탕 먹이고 바보로 만들고, 발 연기를 보여주고 엽색행각들을 들추어낸다. 화려한 카펫위에서 우아하게 시상식 멘트를 하는 그런 배우들이 아니다. 그냥 대중의 놀림감이다. 하기사 디스의 영역에는 어찌 배우들만 있겠는가, 매카시즘에서 헤어 나오지 못하는 미국사회, 대중들의 오해를 불러일으키는 좌파 지식인들의 지적 허영, 기독교와 공산주의, 패러디와 오마주가 뒤죽박죽 섞인 음모론은 음~모름이 되어 버린다.
어째 등장인물들은 주인공과 영화를 만드는 이들을 빼고는 대체로 몽롱한 상태이다. 무엇에 취해 있다. 제 정신이 아니다. 인생 또한 어처구니가 없지만, 그럴 싸 한 법, 그렇게 지식과 삶의 지혜, 효율을 강조하지만 결국은 관습과 전통이란 이름으로 계속 유지 되는 사회. 경쟁에 치여 나가떨어지면서도 재벌급 연예인의 삶을 걱정해 주는 아이러니, 그렇게 성공과 경제적 자유와 안정을 위해 처세술 책을 읽지만, 결국 출판사와 저자만 돈 버는 현실... 이 모두 아이러니이다. 할리우드의 자본주의 착취에 대해 떠드는 조지 클루니에게 뺨을 때려 할리우드 스타임을 자각하게 하는 주인공 에디 매닝스(조시 브롤린 분). 마르크스처럼 보이는 마커스 교수, 강아지 엥겔스와 공산주의 조직 ‘미래’ 작가 모임, 소련 잠수함의 등장. 어처구니가 없지만, 그럴 싸 하다.
인생의 과정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는 배우와 관객이 있기 마련이고, 코헨 형제의 코미디 유머를 이해하는 관객은 그 무지한 관객을 보며 또 다른 쾌감을 느끼게 해주는 영화.
그래서 다소 짓궃고 개구진 영화, 헤일, 시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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