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 말 많은 영화이다. 깊이 여부는 모르겠다. 할 말 많은 세상이기는 하다. 그래도 일반인들 보다 조금 더 생각하는 이들이 지식인이다. 여기 저기 끼어들기 위해 철학과 도덕, 문학, 예술을 논하는 지식인이 존재하나 보다. 간명하고 분명한 세상에 모호와 현학, 장황의 언어. 애매하고 뒤죽박죽된 사고체계, 정신세계를 영화는 다소 길게, 또는 지루하게, 튀르키에 카파도키아의 아름다운 풍경과 함께 보여준다. 결국 ‘부끄러움’의 문제이다.
지식인의 정신분열은 스스로를, 서로를 용서해 주는 시대와 잘 어울려 보기에 민망하다. 민망하다의 사전적인 뜻은 ‘보기에 답답하고 딱하여 안타깝다’이다. 영화는 2014년 67회 칸영화제 황금종려상(누리 빌제 세일란), 팜스프링스국제영화제 국제비평가협회(FIPRESCI) 남자배우상(할룩 빌기너)을 수상했다.
과연 한국에서 박사학위를 받은 사람들은 몇 명이나 될까? 지식인의 소명, 사명 이 딴 것 없는 사회에서 전공분야, 자기 전문분야 연구하시느라 바빠서 사회가 어떻게 되든, 국가가 어떻게 되든 순수학문의 세계에 빠지신 분들도 많다는 것도 알겠다. 반대로 권력 밑 한자리 차지하려는... 마음이 콩밭에 계신 분들, 안락한 정규직, 교수직에서 간간히 사회에 훈수를 두거나, 쓴 소리하며 대접받는 이들. 폴리페서가 당당한 분들....각종 자신의 기득권과 ‘헤어질 결심’을 결코 하지 않는 이들이 ‘과이불개 過而不改 잘못하고서 고치지 않는다’ 라고 훈수를 둔다.
교수님들과 맞먹는 지식인 대접을 받는 언론인, 정치인들은 어떠한가. 너무 열심히 세상을 변화 시키려고 한 것일까. 적대적 강대 강 대결, 화끈한 여론전을 위해 레이더를 돌려 확보한 정보 수집을 바탕으로 공격 좌표를 찍어대는 역할을 열심히 수행한다. 좌 우 스피커의 음량 증폭에 중립을 가장한 지식인 앰프의 출력 오버가 작동한다. 그리고 지식 도매상, 지식 소매상들은 읽지도 않은 책들을 출판하는데 여념이 없다. 성숙한 시민의식 만큼, 지식인의 사명은 모호하다. 아니 애매하다.
부끄러움을 알까. 일말의 죄책감과 책임감이 있어야 마땅한데. 그것이 부족하기 때문에 우리는 잘못을 멈추지 못하고 자기 통제 능력을 찾지 못한다. 사과와 용서, 손상된 관계의 개선, 역시 개인 내면이 바로서야 바른 행동과 실천이 가능하리라.
너 또한 영화 주인공처럼 현실과 괴리된 삶을 살아가는 주제에 웬 말이 그렇게 많냐고... “때론 행동보다 생각이 중요”하다는 주인공 아이딘의 먹물주의 근성에 대해, “겁쟁이와 게으름뱅이들의 오래된 변명”이라는 통렬한 반박이 그래서 쓰라린다.
“지금까지 철학자들은 세계를 여러 가지로 해석만 해 왔다. 그러나 중요한 것은 세계를 변화시키는 일이다.” -K. 마르크스
영화 윈터슬립에서 소년이 던진 돌멩이는 죄책감이라는 무게로 다가온다. 죄책감도 사치이다. 변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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