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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이야기 64

무사도 식스틴 Bushido Sixteen, 2010

2010년 일본 하이틴 검도영화이다. 검도 집안 출신으로 승부(쇼부)에 집착하는 이소야마와 명랑하게 학창시절을 보내는 니시오기의 갈등과 화합의 이야기다. “너는 검도를 왜 하니?” 검도에 대한 회의감이 드는 이소야마. 다른 한편에서는 고등학교 최고 선수가 되고픈 욕망 또한 존재한다. 실패한 검도선수인 이소야마의 오빠는 검도를 그만 둔 뒤 그 의미를 알게 되었다고 동생 이소야마에게 얘기한다. “친구 니시오기와 검도하는 모습이 즐거워 보였다”면서 영화에는 여주인공들의 아빠들도 비교 된다. 이소야마의 아빠는 검도관장이다. 인생 그 자체가 검도인데, 삶의 자세는 엄숙하다. 맹목적으로 자식들의 검도 성공을 압박하는 듯하지만, 그렇게 과욕을 부리지는 않는다. 니시오기의 아빠는 실패한 발명가로서, 경제적으로 파산하고..

영화 이야기 2025.03.15

이상한 나라의 수학자 In Our Prime, 2022

증명되지 않는 것은 믿을 수 없다. 어찌 수학의 세계만 그러하랴. 조금은 여기저기서 가져온 영화 같다는 생각을 할 수밖에 없는 영화이기는 하다. 굿월 헌팅의 모습도 잠깐 보이다가, 탈북자들의 애환도 섞이고, 최민식 배우의 탄광촌 음악선생님 이야기 ‘꽃피는 봄이 오면’의 연기도 보이고...한국 입시교육의 현실과 비리도 녹여져 있다. 수학이라는 학문의 세계와 현실 입시에서 다루는 수학과는 상당히 괴리감이 있을 터, 리만 가설, 오일러 공식, 어디서 들어는 봤는데 도통 이해가 되지 않는 먼 나라 이야기들이다. 북에서는 미사일, 남에서는 좋은 대학과 직장에 필요할 뿐이라는 영화 속 대사처럼, 수학의 현실적인 효용은 잘 느끼기 어렵다. 그렇다. 모든 학생들이 수학을 잘 할 필요는 없다. 또는 수학의 세계가 아름..

영화 이야기 2025.03.11

플로리다 프로젝트 The Florida Project, 2018

‘현수’는 EBS 다큐멘터리 K–교육격차 시리즈에 나오는 가상의 초등학생이다. 이 아이는 무기력하다. 하루의 시작을 학교에 와서야 세수하고 옷 갈아입고, 수업시간에 그냥 멍하게 있거나 졸거나, 학습에 의욕이 거의 없는 아이를 ‘현수’라고 통칭한다. 현수는 신도시가 아닌 원도심 슬럼가, 분양아파트 보다 임대아파트에서 더 많이 존재한다. 플로리다 프로젝트 The Florida Project, 2018에는 여섯 살 ‘무니’가 나온다. 무니 혹은 현수가 사는 세상. 미국이나 한국이나, 사각지대는 어디나 있다. 사회 밑바닥, 냉혹한 현실을 바라보는 따뜻한 시선, 혹은 순수함만으로는 인간답게 살 수 없다는 절망의 사회의 벽. 싸구려모텔에 장기 투숙하는 홈리스, 범죄와 마약, 매춘, 알콜 중독, 욕설 등에 노출된 ..

영화 이야기 2025.03.09

Going the distance, 로키1976 ost by Bill Conti

시련, 고난, 역경의 상황에 대처하는 방식에 따라 다양한 가치관과 인생관을 확인할 수 있다. 한 개인의 행동에는 물리적, 사회적 환경의 제약이 뒤따르며 이러한 제약을 극복해가며 살아간다. 때때로 역경과 고통의 상황에 접하며 이러한 문제를 해결할 때 우리는 좀 더 높은 가치의 삶을 누릴 수 있고 인간다움을 실현할 수 있다. 도전, 불굴, 의지, 투지의 성장기, 인간 승리를 달성하는 것은 감동을 준다. 'Going The Distance'는 그저 그런 영화음악 OST가 아니다. 3분 이내의 경음악이 한 편의 인생 희노애락을 모두 담고 있다. 착실한 준비과정을 보여주는 것을 시작으로 점점 멜로디는 고조된다. 실력을 마음껏 발휘하는 듯하지만, 뜻대로 되지 않는다. 그리고 위기에 봉착한다. 그러면서 지나온 혹독한..

영화 이야기 2025.03.07

하이, 젝시 Jexi, 2020

영화는 저속한 B급 병맛, 킬링타임용 코메디이다. 새 스마트폰을 사러간 필(애덤 더바인)에게 매장 직원은 “댁들은 새 폰이 아니라 재활 치료가 필요해요.(you don’t need a new phone. You need rehab.)”라고 한다. 이스라엘 신경생물학자 로젠블럼은 기억에 대한 연구실험에서 인간의 기억과정과 인공지능, 컴퓨터의 기억과정이 어떻게 다른지를 밝힌다. 인공지능이 정보와 지식을 즉각 저장하는 데 반해, 인간은 정보를 받아들이고 나서 한참 뒤에 처리한다. 정보와 지식의 수준과 질은 이 때 정보가 어떻게 처리되는 지에 달려 있다고 한다. 즉 숙고, 뜸 들이기가 필요한 것이 인간의 뇌이다. 그러니 생각과 궁리를 통한 학습에 가장 좋은 것이 독서이다. 지도책. 예전 사회과 부도를 펴고 이..

영화 이야기 2025.03.02

미키 17, Mickey 17, 2025

‘숨 막히는 공포와 역겨움’, 빅터 프랑켄슈타인 박사의 생명 창조는 이러했다. 작가 메리 셀리는 인간이 신이 되어 생명을 창조해내는 것을 과학의 공포, 기술의 역겨움으로 표현했다. 1997년 복제 양 돌리의 탄생 소식은 인공지능 프로그램 '알파고(AlphaGo)'가 이세돌 9단을 이겼을 때 충격과 비슷했다. 생명 복제가 결국 인간 복제 가능성으로 생각되면서 복제 기술로 탄생한 인간이 보일 수 있는 정체성 혼란, 가족관계의 얽힘, 결국 복제인간을 수단화 하는 윤리의 문제 때문에 많은 의심과 논란을 불러 일으켰다. 영화 ‘아일랜드The Island, 2005’ 는 똑같은 외모와 기억을 가진 인간을 복제해, 복제 비용을 댄 자신의 의료용 장기로 사용하는 인간 존엄성 훼손 문제를 다룬다. 영화 가타카 Gatta..

영화 이야기 2025.03.01

6시간 후 너는 죽는다, You Will Die In 6 Hours, 2024

공허한 삶에서 확신만큼 허약한 것은 없다. 무의미한 노력만 하고, 진짜 노력은 없는 상황의 연속이다. 숭고한 대의와 자신만의 정의에 몰입 헌신, 열광은 불안한 삶에 대한 불평 불만을 타인에게 돌리는 게으른 생각에서 비롯한다. 비겁하다. 낡은 사회구조는 사람과 사람 간의 소통, 혈관과 통로를 비좁게 만든다. 녹슨 산화철과 포화지방이 동맥경화의 원인인 것처럼, 생각은 무뎌지고, 단단해진다. 꼰대와 같은 경로 의존적 사고만 남는다. 이제는 직접 문제해결을 하겠다고 나서는 정의봉을 든 십자군은 그렇게 만들어지고, 본인이 대식세포인 것처럼 이리 저리 단죄할 것들을 찾아다닌다. 그리고 황홀해진다. 도파민 중독이다. 누가 더 잘못 했는가. 일일이 사회는 판정하지 않는다. 그냥 양심에 따라 너의 죄가 더 크고, 내..

영화 이야기 2025.02.25

‘천군’ Heaven's Soldiers, 2005

영화 ‘난중일기’였는지, ‘성웅 이순신’이었는지, 자세한 기억은 없으나, 학교 단체관람 차원에서 네 다섯 번은 보았다. 영사기 성능이 안 좋아서, 중간에 잠깐 영화가 끊기기도 하고, 영화시간을 줄이기 위해 스토리 전개가 엉망이 될 정도로 필름을 잘랐던 것 같다. 그래도 좋았다. 왜군의 만행에 치를 떨다가... 화면을 꽉 채운 거북선의 등장과 그 맹활약에 관객 모두는 만세를 부르고, 환호성을 지르며 기뻐했다. 이순신 장군이 억울하게 끌려가는 장면에서 관객들, 같이 목 놓아 흐느꼈다. 배신자 원균은 무능한 역적이었고, 덩달아 원씨 성을 쓰는 아이는 놀림감이 되었다. 그 이후 ‘불멸의 이순신’ KBS 드라마는 역시 큰 인기를 얻었다. 그러던 중 ‘천군’이라는 영화가 나왔다. 그 당시 유행하던 타임슬림과 시대적..

영화 이야기 2025.02.24

한산: 용의 출현 Hansan: Rising Dragon, 2022

깔끔하다. 군더더기 없이 담백하게 한산대첩을 재현해 냈다. 사실 대한민국 국민이면 어느 정도 알고 있는, 학익진, 거북선, 승리의 한산도 전투는 새롭게 조명하기도, 흥미 있는 주제를 덧붙이기도 어려운 주제이다. 김한민 감독은 ‘명량’에서 보여줬던 신파와 같은 것들을 덜어내고, 첩보, 전투 준비, 전투과정, 전술과 전략, 전투 장면에 집중해서 비교적 역사적 사실에 충실한 영화를 만들어 냈다. 거북선이 2층인가 3층인가, 역사에 어느 정도 관심 있거나 밀리터리 덕후라면 알고 있는 논쟁이다. 이 논란에 대해서 영화는 3층 거북선, 2층 거북선을 모두 보여줌으로써 불필요한 논쟁을 피해갔다. 관련해서 거북선 용머리에 대한 논란, 화포를 쏘려면 자라목처럼 있어야지 위로 솟은 용머리는 아니라는 설도 있고, 연기를 ..

영화 이야기 2025.02.23

한국이 싫어서 Because I Hate Korea, 2024

‘세상에서 가장 우울한 나라’ 미국의 유명 유튜버 마크 맨슨이 소개한 한국이다. 아! 이 사실을 어떻게 알았지. 은밀한 내면을 들킨 것 같아 머쓱하다. 이미 ‘헬조선’과 ‘수저계급론’이런 말이 떠 돈지 꽤 시간이 지났다. 맨슨은 “자신이 하는 일에만 집중할 수 있는 환경을 마련하고, 그들에게서 가능한 많은 것을 얻어내기 위해 강렬한 사회적 압력과 경쟁을 적용한다”며 “이 공식은 효과적이라는 게 입증됐으나 한편으로 심리적 낙심을 만들어냈다”고 냉청하게 분석한다. 잔인한 입시경쟁, 취업경쟁, 승진경쟁, 장시간 노동, 수도권 과밀화에서 오는 인구압력, 빈부 격차, 학벌주의... 사람들의 생각과 행동, 말도 거칠어 졌다. 일상에서 억눌러진 정서는 ‘묻지마 범죄’로 학교폭력으로, 교권침해로, 층간소음 갈등, 주차..

영화 이야기 2025.02.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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