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인공의 아내가 불륜에 빠져 집 나갔고, 주인공은 사고로 기억상실증에 걸렸다. 그리고 긴 시간이 지난 후 헤어진 딸과 우연히 만나, 우여곡절 끝에 기억이 되돌아오고 행복한 결말을 맞는다. 이것은 스토리이다.
주인공의 아내가 불륜에 빠진 것은 주인공의 성공과 삶의 자세와 관련이 있다. 집나간 아내에게 죄책감을 갖던 차에 불의의 사고로 기억상실증에 걸리지만, 자신의 사회적 지위, 아내에 대한 용서하지 못한 마음은 기억 하기를 거부한다. 그러나 딸에 대한 사랑의 기억은 그를 딸과 가까운 곳으로 몸을 이끌게 하고, 죽음에 처한 딸을 구하기 위해 최선을 다한다. 이것은 플롯이다.
주인공 딸은 평민이고, 우연히 지나가는 귀족 아들과 사랑에 빠진다. 평민과 결혼에 반대하는 귀족 부모의 계략을 극복하고 결국 결혼에 성공한다. 이것은 스토리다.
귀족에 못지않은 문화자본과 사회자본을 가진 주인공 딸은, 그녀가 비록 신분은 낮지만 행동과 태도는 귀족 보다 귀품이 있기 때문에, 그녀는 모든 마을 사람들로부터 사랑을 받아왔다. 그러다가 그는 고착된 신분보다 개인의 내면과 능력을 더 중요시 여기는 귀족 도련님의 눈에 띄게 된다. 귀족 아들은 처음에는 방탕한 인물로 비추어지지만, 의리와 책임감 강한 인물로 형상화되면서 둘간의 사랑은 성공한다. 이것은 플롯이다.
어디서 많이 들어본 스토리와 플롯 아닌가?
그렇다. 영화 포가튼 러브 Forgotten Love는 폴란드 판 ‘춘향전’ 이야기이다. 인생의 어떤 기회와 성공도 우리가 원하는 방식대로 결과가 나오지는 않는다. 또한 실패와 패배도 그다지 절망스럽지도 않을뿐더러, 원하지 않는 대로 결과가 최악으로 흐르지 않는다. 인생의 길흉화복, 삶의 성공과 실패는 여러 요인에 의해 좌우되는 것이긴 하지만, 같이 사는 이들과 더 나누고, 공생과 상생을 자신의 삶의 영역에서 실천하고, 약자를 위해 헌신하고, 서로를 존중하고 아끼는 이들의 성공을 사람들은 대체로 더 응원한다.
단순한 신분상승의 의지로 춘향전을 읽는다면 삭막하다. 사람들은 살아가면서 대체로 주위에 어떤 사람들이 필요한지 잘 안다. 욕심 많고 무례한데다, 완고해 정해진 착취구조를 옹호하며, 비겁하고, 거짓말 하며, 강자에게 아부하고 약자를 짓밟는 이들을 싫어한다. 묵묵히 선을 실천하고 정성과 노력으로 이웃에게 기쁨을 주고, 웃음을 나누며, 타인을 위해 자신을 희생하는 이들을 옆에 두기를 좋아한다. 인지상정이다. 그리고 이러한 이들이 왜곡과 실패를 딛고 진실을 찾아 성공하는 것을 기꺼이 응원한다. 아랍과 아프리카에서 대유행을 한 드라마 ‘장금이’, 그 인기는 어마어마 하다.
단순히 계급을 초월한 사랑을 실천하는 스토리로 이해하기보다, 풍성한 플롯으로 사람들의 잔잔한 마음들을 바라보게 하는 영화 포가튼 러브, 또는 춘향전, 다시 볼만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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