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수’는 EBS 다큐멘터리 K–교육격차 시리즈에 나오는 가상의 초등학생이다. 이 아이는 무기력하다. 하루의 시작을 학교에 와서야 세수하고 옷 갈아입고, 수업시간에 그냥 멍하게 있거나 졸거나, 학습에 의욕이 거의 없는 아이를 ‘현수’라고 통칭한다. 현수는 신도시가 아닌 원도심 슬럼가, 분양아파트 보다 임대아파트에서 더 많이 존재한다.
플로리다 프로젝트 The Florida Project, 2018에는 여섯 살 ‘무니’가 나온다. 무니 혹은 현수가 사는 세상. 미국이나 한국이나, 사각지대는 어디나 있다. 사회 밑바닥, 냉혹한 현실을 바라보는 따뜻한 시선, 혹은 순수함만으로는 인간답게 살 수 없다는 절망의 사회의 벽.

싸구려모텔에 장기 투숙하는 홈리스, 범죄와 마약, 매춘, 알콜 중독, 욕설 등에 노출된 미국 빈민층의 아이들의 현실, 플로리다 프로젝트 The Florida Project 영화의 배경은 디즈니월드 안에 위치한 매직캐슬이다.
한국의 ‘특권 중산층’은 디즈니랜드의 세계에 입성하기를 욕망한다. ‘특권 중산층’은 재미 사회학자 구해근 교수가 쓴 용어이다. 이들은 욕망을 선도하고 리드한다. 교육, 소비, 라이프스타일은 전파되고 모방된다. 영어 유치원과 사립 초등학교, 국제학교나 특목고, 자립형사립고, 과고, 영재고, 의치약수한과 IN 서울 상위권 대학, 서열과 지위를 놓고 벌이는 경쟁을 통해 디즈니랜드의 세계로 들어가기를 열망한다.
매직캐슬, 단칸방 홈리스 모텔 정도는 아니더라도, 일반 중산층도 특권 중산층의 계획, 라이프스타일, 교육 계급투쟁, 글로벌 전략 등을 모방한다. 그 효과와 결과, 아다 시피 부동산과 사교육 거품이다. 그리고 세계 최고 자살률과 최저 출생률이다. 이들의 정신상태는 가족 이기주의로 똘똘 뭉쳐 있고, 지극히 성공 지상주의적이다.
‘매직캐슬’... 게토도 아니고, 향소부곡도 아닌데, 임대아파트 주민과 아이들은 무관심과 멸시를 받고 살아간다. 사회적 격차가 돌이킬 수 없을 정도로 진행한 미국, 아니 한국사회의 풍경이다. 불가피하게 한국사회 많은 ‘현수’와 ‘무니’는 무의미하게 학교를 지금도 가고 있다.

영화 평론가 이동진은 “좋은 영화는 세상을 구하는 법을 제시하지 않는다”라고 평하지만, 영화 플로리다 프로젝트 The Florida Project는 디즈니랜드와 매직캐슬의 아이러니 현실을 보여주면서 타인의 가난과 빈곤, 처지의 어려움을 동정하지 않으면서 따뜻한 마음을 유지하는 것에 대해 죄책감을 갖게 한다.
교육의 역할을 ‘사회적 부모’ 가 되어야 한다는 ‘EBS K–교육격차 다큐멘터리’ 속 선생님의 말, 그래도 희망이다. 출발선이 같을 수 없는 냉정한 현실에서, 배우는 것이, 사고하는 힘이 한 개인의 행복한 삶과 인간적인 삶에 결정적인 기회로 작용하는 시대에, 그 무기력을 삶의 활력으로 생의 기쁨으로 전환이 불가능한 것은 아닐 것이다.
또는 “저는 선두그룹에 있었잖아요. 저만 보면 나쁘지 않은 거라고 볼 수 있는데 저보다 뒤에 있는 제 친구들을 봤을 때, 제가 가진 것을 좀 나눠주고 싶었어요. 삶을 살다 보면 더 힘든 구간이 올 수 있는데 혼자 그걸 이겨내는 것보다는 같이 이겨내는 게 더 좋으니까 같이 할 것 같아요” - EBS K교육격차 다큐멘터리 중 아이들 인터뷰
그래도 따뜻한 마음이 세상을 바꾸는 첫 시작이다. 한국의 현수 또는 미국의 무니, 모두 모두 파이팅! 힘 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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