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문정신

검도, 못하면 맞는다는 교훈

켓세라세라 2023. 3. 19. 08: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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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변에 자신의 힘을 과시하는 이들이 있는 것은 어쩔 수 없다. 독일제 자동차, 사는 집으로 명품가방과 명품 시계로, 학벌로 재산으로 권력으로 이른바 4P 권력 power, 재산 property, 위신 prestige, 쾌락 pleasure을 갖는 것이 삶의 목표였고 이를 성취했다고 자랑하고 싶다. 그들은 다른 모자란 이들이 그들의 단계에 이르지 못하는 것을 경멸한다. 그 잘난 분위기를 풍기는 것으로 뻣뻣하다. 쭈볏쭈볏하며 자신감 없는 이들과 대조되는 자신만만한 태도는 오만함과 그렇게 구별되지 않는다.

타인을 괴롭히는 이들의 마음 상태는 어떠한가. 학교폭력이든 직장폭력이든 가정폭력이든, 그들은 생각보다 강하지 않다. 타인에게 두려움을 불러일으키는 존중을 강요하거나 우월적 지위를 확인하고자 하는 것은 자신이 진정 약하기 때문이다. 그리고 내면에 무언가를 감추고 있다. 자존감 높은 이들도 대체로 그렇다. 주위 사람들에게 보이는 멸시에는 그 숨기고 있는 그 무언가 열등감이 작동하고 있다. 자기를 기만해 봐야, 그 모순은 계속 커져가고 외적인 갈등은 커져가고 자신은 고립된다. 결정적으로 자신의 실수와 단점을 바라보지 못한다. 실패는 나의 것이 아니고 타인의 것으로 떠 넘긴다. 배움이 중단된 결과이다.

 

세상에는 경계가 있다. 넘어서는 경계, 넘지 말아야 할 경계. 갓 태어난 아이들은 학습한다. 규칙이다. 욕구와 욕망이 그 무엇을 원하도록 하더라도 무한히 충족할 수 없다는 사실을 무의식과 의식, 본능적으로 알아채 간다. 심지어 물질적으로 충분한 지원을 받을 수 있는 재벌집 아이 조차도 그러하다. 그리고 원하는 것을 얻지 못하는 좌절을 견디는 방법을 배우지 못하면 몸과 마음에 사단이 나기 마련이다. 생존을 위해서 오히려 불리하다.

못하면 맞는다. 검도의 간단한 규칙이다. 정확도가 힘을 이기고, 타이밍이 속도를 이긴다. Precision beats power and timing beats speed. 그렇다 하더라도 대련 상대를 이기기 위해서는 힘과 스피드는 기본이다. 그리고 고도의 집중력, 이것이 실력이다. 힘과 스피드, 정확도와 집중력, 하나 하나 쌓아가는 수련의 과정이다. 반성과 겸손함으로 나보다 잘하는 이들에게 배워야 가능하다.

세상살이도 이와 같다. 공부도 사업도 직장일도 투자도 실력을 쌓아가야 한다. 처음부터 잘하는 사람이 어디 있는가. 그리고 무엇을 해도 잘하는 사람이 있음도 알아야 한다. 재능이 있는 이들이 처음부터 있다. 머리 좋고 동체시각이 뛰어나며, 선천적으로 기세가 강한 사람이 있다. 남들은 한 시간을 들여 공부할 때, 10분 만 보고서 간단히 이해하는 이들도 있다. 세상은 불공평하다. 평등하지 않다.

자신이 부족하고 못났다는 것을 인정하기는 애초에 어렵다. 가르침을 받기보다 가르쳐 주는 것을 더 좋아하는 것이 본성이다. 그렇지만 문화의 힘은 이 본성과 거꾸로 간다. 경쟁이 치열한 조건에서 생존과 성공 확률을 높이는 가장 좋은 방법은 고개를 숙이고 더 배우고, 수련하고 자신의 실력을 키우는 것이다.

검도가 특히나 사춘기 청소년에게 좋은 점은 여기에 있다. 자신감과 자존감을 키우는 것에 중점이 있는 한국식 가정교육, 분명 장점이 있다. 그러나 세상은 자신의 뜻대로 자신에게 맞춰주지 않는다. 자신이 사회에 맞춰야 할 때가 더 많다. 강하면 부러진다. 자아도 그런 것 같다. 주위에 열려져 있어야 하고 상호 존중과 인정 속에 더 말랑말랑해져야 한다. 타인에게 거만하거나 항상 힘의 우위를 재는, 충동적인 어른으로 자라도록 해서는 안 된다. 자신의 잘못과 실수에서 결코 배우지 못하는 어른이 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검도는 이 모든 것을 일상의 교훈으로 깨닫게 해준다. 겉으로 보이는 예의만 바른 것이 아니다.

못하면 맞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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