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하얀 리본’에서 제기하는 가장 본질적인 모순은 사실 ‘체제’의 문제이다. 사회 시스템이 억압을 정당화하고, 규제 에너지가 충만할 때 개인의 삶은 숨 막힐 수밖에 없다. 남작인 귀족이 마을 토지 소유의 반을 차지하고, 생산과 소비, 노동을 통제하는 공동체에서 전통이라는 힘의 남용은 결국 개인의 자유에 대한 억압으로 나타난다. 봉건제 사회를 거쳐 자본주의가 도래하면서, 사람들이 봉건제적인 삶에 향수는 느끼되, 대체로 되돌아가기를 바라지는 않는다. 공동체 의식을 바탕으로 상호 호혜적인 행동을 하는 인간관계? 따라서 근대 초기의 사회주의 운동내지 무정부주의는 복고적인 성격을 띨 수밖에 없다. 또는 마르크스가 살았던 시기는 자본주의가 고도로 발달해서 문제가 되었던 사회가 아니라, 봉건제 사회의 모순이 극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