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이야기

반도와 열도, 카라와 야마토

켓세라세라 2023. 2. 27. 11: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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을 일본어에서 카라라고 읽는 바, 일본서기에 신라에서 얻은 자식을 韓子라고 쓰고 카라라고 읽는 다고 나온다. 가라 加羅/伽羅/迦羅와 같은 의미이다. 왜국에 살던 이들이 한반도에 사는 곳을 카라, 가라라고 불렀던 것이다. 부산과 가까운 규슈에는 오죽하면 카라쿠니다케(韓國岳)는 산이 있겠는가. 이 산 정상은 구시호루라고 하는데, 이 산에 내려오는 이야기는 구지봉 전설과 비슷하다.

출처 : 가고시마현 홈페이지

카라()’를 의도적으로 카라()’로 대체 하려는 시도는 한반도에서 대거 이주한 인상을 지우려고 했던 행태와 유사하다. 이는 마치 도래인(渡來)이란 중립적인 표현을 써서 중국에서 많이 이주한 것처럼 꾸미려는 노력과 상통한다. 최근에도 카라쿠니다케(韓國岳)’를 카라쿠니다케(辛國岳)‘카라쿠니다케(空國岳)‘로 바꾸려고 했으나, 지역민들의 완강한 반대로 어쩔수 없이 카라산이라는 말을 쓰고 있다.

일본 초대 천황으로 기록된 진무 천황(神武天皇)의 활동 시기는 일본서기에 기록된 것은 BC 6세기지만, 강력한 철기로 3세기~4세기 야마토 지역, 지금의 나라현와 오사카, 쿄토지역을 정벌한 철기 가야인들의 지도자가 아니었을까. 정복할 동쪽에 아름다운 땅 (東有美地)이란 벼농사 짓기 좋은 풍요로운 땅 아니겠는가. 어떤 계기, 한반도 변한지역 가락국과 규슈를 잇는 여러나라들, 자신의 고향을 등 뒤로 하고 풍부한 철제 무기와 말을 타고 본주 혼슈정벌에 나섰으리라. 야마토의 무덤양식인 전방후원분 고분에는 모두 가야계 유물이 나온다고 하니까.

경상도 사투리 우에()와 우에, 언니와 일본어 아니우에, 마파람의 마()와 마에() 우리말 안과 일본어 앙꼬의 안(,) 해돋이와 히타치, 속삭이다와 사사야쿠, 괜히 비슷한 어원의 말들이 있는 것이 아닐 것이다. 특히나 의성어와 의태어는 비슷하다. 두근두근과 도키도키, 꼬르륵과 빼꼬빼꼬, 우물쭈물과 우쭈우쯔 등등

이후 야마토 정권은 백제와의 교섭을 통해 끊임없이 한반도의 임나가라, 가야에 대한 어떤 권리내지 의무를 계속해서 주장하는 데, 이는 어떤 연고가 없이 가능하지 않다. 그리고 신라에 대한 적대, 가야에 파견나가 있다가 돌아오는 장군이나 무사들. 다이나믹한 3세기~7세기 시기 동북아시아의 정세에서 백제 가야 왜는 한편이나 다름없이 움직인다. 물론 그 이후 백제의 영향력과 지배력이 커져가면서 가야의 역사와 백제의 역사는 일본서기에 교묘하게 통합되어 서술되었을 것으로 유추해 본다. 일관된 반 신라의 기조, 이는 변함없다.

일본 고분시대 하니와 토기, 정복자의 위용이 당당하다

선진기술과 무력으로 일본 열도를 정복한 도래인들, 그들이 보이는 한반도에 대한 태도는 어떤 묘한 양가감정을 느끼게 한다. 자신의 조상이나 남겨진 친인척들을 뒤로 하고 독자 발전을 모색할 때는 단절을, 자신이 힘이 쎄서 힘을 과시하거나 영향력을 보이고 싶을 때는 간섭과 침략의 마인드로 돌변한다.

정한론(征韓論), 임나일본부설, 일선동조론, 남선경영론 우리가 아주 혐오, 기피하는 일본제국주의 침략의 논리들이다. 언어와 생김새에서 동질감을 느끼며, 고대의 한반도와 열도는 같은 역사를 같은 공유하기 때문에, 1910년의 합병은 후손이 다시 합쳐진 것에 불과하다는 말도 안되는 논리이다. 이것에 대해 역으로 일본 천황계가 백제계다, 또는 오다노부나가가 신라계다, 유명 정치인이 조선 도공의 후예다, 이런 정신적인 위안으로 삼기도 한다.

가야계통 철제갑옷과 무기

역사왜곡을 통한 공격적인 대외팽창의 논리로 삼는 못된 짓은 못된 짓이고, 한반도 남부지역과 규슈, 그리고 일본 열도의 초기 역사시대에서 이루어졌던 교류와 협력, 반목의 역사가 있었던 것은 역사이다. 야마토 지배자들이 한반도에 기득권이 있었다고 해서 뭐가 문제가 되겠으며, 반대로 가야나 백제, 신라의 이주민들이 지금의 일본 열도로 먹고살려고, 정복하러 떠 난 것이 또 뭐 그리 자랑스러운 것이겠는가. 지금의 중국과 대만, 남 북한, 일본, 러시아, 미국이 어우러져 펼쳐진 동북아시아의 정세는 현실이다. 한일간 민족의 감정이 날 서 있는 것도 현실이고, 서로가 개인 대 개인, 문화 대 문화로 서로 좋은 것은 인정해주고 이용하고, 못된 마음과 행태에 대해서는 엄중히 비판을 하면서 혼낼 것은 혼내고 꺼릴 것은 꺼리면 되는 것 아니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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