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려 무신정권 시기 몽고의 첫번째 침략은 화친이 잠깐 이루어져 몽고는 다루가치, 고려 감시역으로 72명을 남기고 떠난다. 그리고 최우는 항전의지로 강화도 천도를 결정하면서 평양성에 머물던 다루가치 72명을 살해할 계획을 세웠다. 이미 몽고군의 잔혹무도한 초토화 전술을 경험한 평양 사람들은 그 계획을 알고 반란을 일으켜 다루가치 살해를 막으려고 했다, 다루가치를 죽이면 몽고군의 보복이 자신에게 미칠 것이 뻔했기 때문이다. 반란이 성공하지 못하고 다루가치는 모두 죽임을 당하지만, 섬으로 도망간 권력자와 왕과 귀족들, 고려 백성들 도대체 누구를 위한 전쟁인 지 스스로 자문해 봐야 하는 것은 당연한 이치이다.
더구나 무신정권 권력자 최우는 잔혹한 몽고군에 맞서, 백성들을 위해 자발적으로 싸우겠다고 나선 유능한 고려 정규군 군인을 처벌했는데, 그것은 자신의 호위가 우선이었기 때문이었다. 자신의 이익을 우선시한 비루하고 잔인한 권력자에게 뭘 기대하겠는가. 어쨌든 8차에 거친 세계 최강의 몽고기병 전쟁기계들의 침략으로 초토화된 고려국 한반도, 결국 굴복해서 몽고에 공물을 바치느라 고생한 우리 조상들 입장에서, 미리 항복과 화친이 더 나은 용기와 결단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다. 물론 사람들이 죽어나가도 결사항전으로 자주성을 지켰다는데 의미를 더 두는 사람들을 애써 무시하는 것은 아니다.
danger와 risk는 다르다. danger의 반대어는 safety 안전이고, '위험(risk)'는 항해의 위험, 암초와 거친 바람과 파도를 감수하고 먼 바다로 나가야했던 대항해시대 스페인어에서 유래한다. 덴저는 지금 닥쳐있는 위험을 의미한다면, 리스크는 감수할 수 있는, 타개할 수 있는 의미이다. 눈 앞의 호랑이는 댄저라면, 호랑이가 있는 산을 넘어가야 하는 것은 리스크이다. 우크라이나 전쟁에서 러시아의 공격은 우크라이나인들에게 danger이고 risk이다. 우리에게는 그냥 risk 일 뿐이다. 기후온난화로 인한 환경문제도 danger이고 risk이다. 고려백성에게 몽고군은 현실의 danger이나 강화도로 도망간 무신정권에게는 risk 관리 대상이다.
테슬라 CEO 얼론 머스크가 나름 우크라이나 전쟁 종전안을 제안했다는 소식이 들려온다. 크림반도를 러시아 국가 영토로 공식인정하고, 우크라이나는 중립국화하며, 최근 러시아가 합병한 동부지역 영토는 다시 주민투표를 통해 소속국가여부를 결정하자는 안이란다. 러시아의 핵무기, 전술핵 사용? 협박용이지 사용은 불가능하다는 것이 중론이기는 하다. 더구나 전 지구적인 아마겟돈 핵전쟁, 러시아가 미국에 패배할 확률이 90% 이상이란다. 그러니까 바이든 대통령도 왠일로 푸틴을 '이성적인 사람'이라고 불렀는데, 미묘한 변화의 바람이 부는 것인지도 모르겠다.
우크라이나 전쟁, 보기에 따라 전쟁의 성격이 각각 다르다. 우크라이나에 사는 러시아인들의 입장에서는 독립전쟁일 수도 있고, 또는 내전일 수도 있다. 우크라이나인에게는 침략전쟁이고, 러시아 입장에서는 나토의 동진을 막는 방어전쟁일 수 있다. 그리고 전쟁은 우크라이나인들이 러시아와 상대 하지만, 서방과 미국이 뒤에서 무기를 대주고 있는 한, 서방의 대러시아 대리전쟁의 성격도 있는 것으로 봐야 하지 않을까.
사람들은 의외로 낮은 가능성의 위험을 더 두려워하는 경향도 있다. 북한 핵과 푸틴의 핵위협은 의외로 낮은 가능성의 위협이지만 두려워한다. 반면 높은 가능성의 위험을 가볍게 여기기도 한다. 인플레이션은 보이지 않는 세금으로 우리의 소득을 빼앗아가는 무서운 위험이다. 또한 무서운 risk 자체보다, risk가 제공하는 두려워하는 상태가 야기하는 심리에 의해 세상의 대다수 불행은 발생한다.
생각보다 복잡한 우크라이나 사정, 우리야 리스크일 뿐이지만, 북한 핵은 어쩌란 말인가. 한미일 합동 군사훈련은 친일국방인가. 한반도에 다시 전술핵을 배치하는 것은 최선인가.
이보다 시급하고 중한 한국경제, 실물·외환·금융위기, 수출 증가율, 소비 투자율은 감소, 금리인상과 대출금리 부담 상승, 인플레이션으로 인한 소득 감소, 대출이자부담증가로 인한 소비축소, 모든 경제지표가 국민들의 삶이 감수할 리스크에서 당장 해결해 할 덴저 danger로 전환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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