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은 필연적으로 맞이하게 될 고독, 외로움을 피할 수 없다. 그래서 인생은 비극이다. 나이 들수록, 몸은 망가지고, 마음은 울컥울컥한다. 쓸쓸함을 회피하고자 하면서 이것저것 하다가 결국 시간은 흐르기 마련이다. 고독의 찬미, 사의 찬미, 절망과 고통에 대한 철학의 논의가 있는 것도 어찌 보면 당연하다. 삶의 무게를 이겨내기 위한 방편으로 고독에는 역시 인문학이 제격이다.
생명과 기쁨, 행복의 의미 코모레비((木漏れ,KOMOREBI). 나뭇잎 사이로 비추는 햇살. 그 햇살을 느끼기에 주변 사회 환경은 어지럽고 복잡하다. 무해하고 무탈하기를 바라는 마음. 아보하‘아주 보통의 하루’이다. 소확행과 같은 말. 그러나 소확행은 '스몰 럭셔리'의 또 다른 표현으로 오염되었다고 한다. 해외여행, 값비싼 명품과 외제차, 한강뷰를 자랑하는 아파트 등 빅 럭셔리 대신에 오마카세와 밥값보다 비싼 디저트, 호캉스가 스몰 럭셔리란다.
모던하고 세련된 삶을 ‘정상’ 인 것처럼 포장해서 보여주는 광고, 드라마, 영화의 세팅은 행복을 과시하도록 강요받는 소비자들을 양산한다. 결국은 내용도 없고 공허한, 먹고 마시기, 여행가기, 여행가서 먹고 마시기, 그 지루한 삶의 반복과 지겨운 삶의 이야기들,
자본주의 소비문화에 심리적으로 위축된 이들이 택할 것은 많지는 않다. 어쩌란 말인가, 사람과 사람과의 거리가 이렇게 된 걸, 치열한 경쟁과 바쁜 일상, 경제적 이유로 자발적 고립, 정신적 유배를 택한 이들의 등장은 필연이다.
평범한 일상 속에서 소소한 행복을 찾는 삶이 ‘퍼펙트 데이즈’ 완벽한 하루이다. 어차피 혼자 왔다 혼자 사는 인생인데, 누가 누구의 삶에 대해 이러니 저러니 해봐야 소용없다.
노자 도덕경 20장의 我獨의 가르침은 다음과 같다.
我獨泊兮 其未兆 나 홀로 담담하네, 희희낙락할 조짐도 없으니
如嬰兒之未孩 웃음을 배우지도 못한 갓난아기 같이
我獨若遺 我獨若昏 我獨悶悶 나 홀로 남겨지고 혼미하고, 우매한 것 같다.
澹兮其若海 飂兮若無止 그러나 내 마음은 평안하고, 그 고요함은 바다와 같고 높은 하늘의 바람처럼 그치지 않고 일정하지.
眾人皆有以 而我獨頑似鄙 세상 사람들은 모두 쓸모가 있다. 그러나 나는 홀로 완고해 비루한 듯하다.
我獨異於人 而貴食母 나 홀로 세상 사람들과 다르다. 나는 만물을 살게 해주는 이치만을 귀하게 여길 뿐이지.
노인의 공허함에 맞먹는 젊은이들의 공허감도 그 삶의 무게를 더, 더 무겁게 만든다. 쉬 없이 울리는 SNS 메시지, 실시간으로 동시 간에 같이 존재한다고 느끼기 위한 것인가. 실시간(實時間)이, 실시간(失時間)이 되어 버렸다. 접촉 없는 접속, 고독할 틈이 없지만, 외로움 총량 법칙 마냥, 질적인 고독의 크기와 밀도는 더 커져 버린다.
솔로로 살아도 멋있게 살 수 있다. 가족을 이루고 사는 삶도 그리 나쁘지 않다는 것을, 거창한 것이 아닌 작지만 개인에게 작은 행복을 줄 수 있다. '그저 그런 하루'의 소중함을 누군가는 느끼며, 누군가는 버티며 산다.
야쿠소 코지, 그 우는 듯, 웃는 듯 한 연기, 아침햇살 사이에 그 자체로 코모레비를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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