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3년 독일 영화이다. 적대국이었던 러시아 모스크바 국제영화제에서 작품상을 받았다. 영화는 춥다. Winter Is Comming ! 혹한기 속 잔인한 전투로 스탈린그라드 전투가 압도적이다. 한국전쟁 당시 장진호 전투도 극한의 추위 속에 벌어진 전투로 유명하기는 하다.
우리가 익히 들어 알고 있는 미국 영국 캐나다군의 노르망디 상륙작전과 이 이후 벌어진 전역의 참전 병력수가 대략 150만명인 바, 스탈린그라드 전투 규모도 그에 맞먹는다. 그러나 스탈린그라드의 사상자 수는 서부 프랑스 전선에 비해 10배가 넘게 발생해, 이른바 혈투, 인간이 벌인 가장 잔혹한 전투중 하나이다. 건물 층 하나, 벽 하나 사이에 두고 죽고 죽이는, 가장 유용한 전투장비가 수류탄과 야전 삽이었다고 하니 그 잔인함은 이루 말할 수가 없다. 현실이 더 영화보다 극적일 때, 영화는 무엇을 할 수 있을까라는 고민을 주는 영화이다.
1942년 6월 세계 곳곳에서 연합군 측의 반격이 준비된 상태에서 2차 세계대전의 분기점이 된 전투가 스탈린그라드 전투이다. 미드웨이 해전이 태평양에서 벌어지면서 미국이 승기를 잡았고, 북아프리카에서 8월 엘 알라메인 전투가 시작되고 있는 때였다. 스탈린그라드(현 볼고그라드)는 우크라이나 너머 동쪽으로 한참을 가야하는 도시로 볼가강 근처 도시이다. 흑해와 카스피해 사이, 코카서스(카프카스)북쪽에 위치해 있기 때문에 2차세계대전 독일 국방군과 소련 붉은 군대 사이에 결코 양보할 수 없는 지정학적 중요성을 가진 땅이었다. 이미 독일군 북부집단군은 레닌그라드를 포위하고 있었고, 중부집단군은 모스크바 근처까지, 남부집단군은 바쿠유전까지 내려간 상태였다.
2차 세계대전 당시 북아프리카나 우크라이나, 러시아 대 초원 지역은 전략가들이 꿈꾸던 환상적인 조건의 땅이다. 그 만큼 기상천외한 일도 벌어지고, 전격전, 대포위전, 대회전, 대역전이 가능하기도 한 곳이었지만, 히틀러라는 엉성한 전략가에 의해 독일군은 바쿠유전을 차지하겠다는 욕심으로 들어가도 너무 러시아 땅으로 들어갔다.
결국 승리의 여신(니케)은 승리에 자만하는 자에게 다시 기회를 주지 않으며, 복수의 여신 (네메시스)또한 오만한 자에게 파멸의 선고를 내린다.
히틀러와 스탈린, 파울루스 독일 국방군 대장과 주코프 붉은 군대 사령관, 만슈타인 원수, 잔인한 츄이코프 방어군 사령관....후르시초프, 참전 루마니아 이탈리아, 헝가리 군대들....결국 전략가들의 체스판, 장기판에서 한 마리 졸일 뿐인 병사들...영화는 전쟁의 잔혹성과 더불어 독일군 일반 병사, 장교들의 인식과 그들도 한명의 뜨거운 피를 가진 인간이란 점을 잘 부각한다. 누군가의 남편이자, 아빠이자, 아들인 사람들.
아우슈비츠의 유태인 희생 보다 더 컸던, 자신의 조국을 지키기 위해 독일 국방군을 상대로 혈투를 벌이고 죽어갔던 러시아병사들, 이들을 좀 더 잘 기억할 필요가 있다. 전쟁이 끝난 뒤 1920년생, 21년생들 중 남자들은 10분의 1만 남았다고 하니까.
또한 의미 없이 끌려가 전쟁에 동원된, 가도 가도 끝이 없는 우크라이나 대평원을 지나면서 러시아 농민에게 ‘우리 땅이니까 잘 관리해’라고 외치던 평범한 영화 속 독일군들, 역사는 꼭 이름 없이 참가한 대중들에게 그 죄와 책임을 묻지 않는 것은 아니라는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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