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이야기

코끼리는 그곳에 있어 An Elephant Sitting Still, 大象席地而坐, 2018

호요토호 2024. 12. 1. 17: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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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은 아슬아슬하다. 한 보통 개인의 삶은 몇 번의 행운, 그리고 몇 번의 불행이 교차하는 법, 그 행운과 불행의 줄타기에서 꾸역꾸역 살아나간다. 어찌 보면 우연히 다가온 행운이었을 뿐인 것을, 자신의 정당한 노력에 의한 권리로 착각하기 마련이다. 그러면서 주변인들을 착취하는 것을 마다하지 않는 인간도 있고, 그리고 어떤 이에게는 불행만이 연속해서 발생해, 삶이 견디기 어려울 정도로 비상구 없는 답답한 현실일 수도 있다.

코끼리는 그곳에 있어는 자신에 대한 환멸, 슬픔, 절망, 사회적 배제를 처절하게 묘사하면서, 사회 없는, 사회를 결코 표현해서는 안 되는, 표현의 자유가 억압받는 중국의 현실의 절망을 드러낸다. 개인의 일탈과 절망? 중국의 사회적 문제? 중국에 대해 우리는 얼마나 알고 있는가. 중국인은 중국의 사회적 문제에 대해 무엇을 알고 있는가?

출처 : 다음영화

삼국지와 수호지, 서유기, 홍루몽의 나라, 위대한 유교의 발상지이면서 전혀 공자님의 가르침과 거리가 먼 나라. 공산당이 통치하지만, 사회주의의 기본 휴머니즘 조차 가볍게 무시하는 나라. 미국도 따지고 보면 12개 문화권으로 구분할 수 있다고 하는데, 중국도 우리가 아는 건 장님 코끼리 만지기 식일 수도 있겠다.

5000년 역사에서 부단히도 서로 전쟁하면서 지겹도록 피곤하게 우리를 괴롭혔던 나라. 그 나라의 민중, 인민의 삶을 우리는 잘 모른다. 일본만 하더라도 정서적으로 비슷함이 그래도 있는 데, 중국문화는 한자를 써도 그들의 사고방식과 생활패턴에 대한 인식은 무지에 가깝다. 왕서방과 아Q는 편견과 선입견일 것이다. 그들도 사회경제적 성공을 꿈꾸며, 공부하고 노동하고, 연구하고, 밥 먹고 잠자고 어린아이를 보며 행복과 희망을 추구할 것이다.

어쨌든 영화는 처음부터 끝까지 암울하다. 4편의 주인공들이 느끼는 막막함, 자신에 대한 모멸, 수치심... 삶이 어디서부터 망가지게 되었는지, 앞으로 어떻게 될지 두려워한다. 이 영화를 찍은 감독도 자살을 했으니... 중국이 처한 현실, 거대한 중국이라는 나라가 몰락하는 조짐이 영화에서 보인다. 물론 그 옆의 작은 나라 또한 그 영향권에서 벗어날 수 없다.

세계 자살률 1위인 국가의 국민이 옆 나라 빈곤, 빈민, 하층민들의 삶을 걱정해 주는 것은 가당치도 않다. 우리도 번지르르 한, 번듯한 것처럼 보이기만 한 삶을 한 꺼풀 벗겨내면, 영화 속 추악한 현실보다 더한 것을 마주하니까.

그렇다. 자살한 작가이자 감독, ‘후보 Hu Bo’가 생각한 만저우리의 코끼리는 도대체 무엇일까. 사회 밑바닥, 막장에 다다른 이들이 인간성을 되찾을 희망은 무엇인가. 그 답을 우리는 대충은 알지 않은가?

부처님 탄생과 관련된 설화. 히말라야 산맥 아래에 어느 왕국, 왕비 마하마야는 45세로 아기가 없었는데, 어느 날 꿈을 꾸었다. 하늘에서 큰 코끼리가 연꽃을 가지고 부인의 갈비뼈로 헤집고 들어온 다음아기가 생겼고, 태어난 아기가 바로 고타마 싯타르타, 부처님이었다.

한 개인의 자아의식으로의 퇴행, 타인의 무관심과 적대감, 사회와 역사, 문명이 쌓아온 지식과 지혜와의 단절... 이것들과는 반대에 바로 코끼리가 앉아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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