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ep Focus

이크족 이야기

호요토호 2025. 6. 12. 11: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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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크족’(Ik people)은 아프리카 우간다 북부지역에 살고 있다. 스코틀랜드 인류학자 콜린 턴벨(Colin Turnbull)은 이크족의 열악한 사회경제적 조건하의 삶을 인간성이 뒤로 가는 모습으로 기술한다.
이크족은 1958년 우간다 영국 식민정부와 그 이후 우간다 정부의 강제 정책에 의해, 방랑 수렵생활이 금지된다. 험지에 가서 농사를 지으라는 것이다. 이크족이 이주한 땅은 정기적으로 3~4년에 한번 씩 기근이 들었다. 식량이 부족해 져, 그들은 굶주림으로 사회와 문화가 파괴되기에 이르렀다.

생활에 필요한 식량이 거의 없을 때, 그러한 환경에서는 서로를 도울 이득이 없다. 사회 조직, 문화가 사라져, 가족마저 거의 해체 상태에 이른다. 먹을 것을 각자가 알아서 마련해야 하고...나누어 먹는 식량을 공유하는 것은 물론 저장하는 것조차 잊었다. 부모 형제 자매가 배고프다고 먹을 것을 나누지 않는다. 아기들은... 세 살까지만 엄마가 돌볼 뿐 그 뒤에는 혼자서 먹을 것을 찾아 산과 들을 헤집고 다닌다. 윤리 도덕? 배부른 얘기이다. 이크족은 언어조차 퇴화했는데, 감정과 기분을 표현하는 단어들이 사라졌고, 가장 일상적인 대화는 ‘밥 줘’ 와 ‘먹을 거 없어’ 로 단순화 되었다고 한다.
Evil Genes(나쁜 유전자) <Barbara Oakley, 이종삼 역, 살림> p.393에는 이크족 소녀 ‘아두파’의 사례가 소개되고 있다. 다른 아이처럼 사악해야 하는데 아두파는 품성이 좋고 이타적인 아이였다. 그래서 이크족 사회에서는 미친 아이로 생각되었고, 부모도 아두파를 제정신이 아닌 것으로 생각했다. 그런데도 아두파는 부모가 자신을 사랑하고 있고, 자신도 부모를 돌보야 하는 관계로 인식했다. 아두파 외에 두 동생과 부모는, 정상이어서 아두파가 먹을 것을 구해오면 빼앗아 자신의 배를 우선적으로 채웠다. 그 외에는 부모는 아두파를 무시했다. 움막에도 들이지 않았고, 아두파가 배가 고프다고 하면 들은 척도 하지 않았다.
어쩐지 불길하다. 사회의 붕괴, 도덕의 붕괴, 인간성 파괴의 극단적인 이크족 사례를 통해 교훈을 얻기 전에 이미 우리는 서로가 서로를 이크족처럼 살고 있지는 않은가..
인류, 호모 사피엔스 집단은 주어진 가혹한 환경, 식량부족의 문제에 어떤 식으로든 반응을 해 왔다. 이기주의와 이타주의, 양 극단 사이에서 대체로 고립과 배제보다는 열림과 나눔, 협력과 연대, 자기희생을 통한 공동체의 보존을 우선시한 이들이 우선적으로 살아남았다. 이른바 대다수 문명사회에서 자신의 이익만 우선시하고 타인의 고통에 무심하며, 주고 나누기보다, 빼앗고 약탈하며, 거짓으로 사기 치는 것은 사회 악으로 인정된다. 선과 악, 두 힘의 관계에서 현재 우리 자신은 그 선택의 결과일 수 있다. 우리가 생각하는 인간성이란, 결국 개인과 집단이 선택한 힘이 각각 작용한 결과일 뿐이다.
이크족은 먹을 것을 두고 무한 경쟁을 하지만, 우리는 돈과 지위, 서열과 등수를 놓고 무한 격투기를 한다. 강자만 살아남는 경쟁 구도, 경주마들의 경쟁에 당나귀와 노새들도 기꺼이 경쟁에 승리할 것을 확신하며 뛰어든다. 소수의 승자와 다수의 패배자를 낳은 게임의 규칙, 이 문화에 대해 우리는 얼마나 고민하고 있는가. 이 경쟁 룰을 바꿀 생각은 있는가, 바꿀 수 있다는 사실을 알고나 있는가. 세상은 경주마들 세상이라고 하기에 당나귀 노새, 종마, 승용말, 조랑말이 더 많다. 은퇴 경주마도 살아가야 한다.
이크족 소녀 아두파는 어떻게 되었을까? 자신의 먹을 것을 기꺼이 나누어 주고 부모와 형제자매의 애정을 기대했지만, 결국 돌아오는 것은 차가운 냉대와 비웃음 뿐, 상심한 소녀는 비실비실 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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