넷플릭스 코믹 드라마 ‘바이킹 따라잡기’에는 재미있는 에피소드가 나온다. 바이킹 문화에서는 전투 중에 죽는 것이 가장 바람직하다. 전사한 이들은 발키리의 인도로 발할라 궁전으로 초대 받는 바, 최후의 전쟁 라그나로크에서 오딘 신을 도와 싸울 영웅으로 대접받는다. 죽어서도 예비군이다. 참 처절한 문화이다.
전장에서 죽지 못한 늙은 은퇴 바이킹들은? 치욕이고 수치, 불명예의 상징들이다. 그들은 발할라에 가지 못하는 대신 스스로 바닷가 자살바위에서 숨을 끊기를 강요당한다. 그런데 드라마에서 노병들은 뛰어내리기를 망설인다. 그리고 과감하게 결정한다. 모두 다 같이 숲으로 도망가 여생을 행복하게 편히 보낸다. 그래도 아무 문제가 없다.
3차 대전을 야기할 핵 공격을 주장하다가 경질된 맥아더는, 퇴임 연설에서‘노병은 죽지 않고 사라질 뿐이다’라는 말을 남겼다. 물론 군인으로서 명예, 헌신은 계속된다는 좋은 의미로 노병이 자주 인용되기는 하다.
로마군은 나이 순서로 3열을 이루어 싸웠는데, 1열은 10대~20대인 하스타티, 2열은 30대 프린키페스, 3열은 40대~50대 트리알리로 불렸다. 주 전투는 1열 2열에서 끝나기 마련이고, 대부분 트리알리는 서 있다가, 1열 2열이 지치거나 패주할 때, 심각한 패배 상황을 마주했을 경우에 안전하게 퇴각시키거나, 전투 상황을 역전시키는 역할을 했다고 한다.
저출생으로 인한 병력 자원 부족 문제를 해결하는데 "시니어 아미"가 대안이 될 수 있을 것인가? 시니어 아미 홈페이지와 법인도 개설되어 있다. 소크라테스도 40세에 중장보병으로 참전했다. 나이 마흔이면 예비군으로서 부족함은 없다. 무기에 따라서, 전장 상황에 따라서 노인들이 못 싸울 이유는 없다. 말을 타고, 활 쏘고 창검을 휘두르기는 힘들지만, 쇠뇌(노, 弩)를 쏘거나 총을 쏘는데 나이나 체력이 그렇게 중요하지 않았다. 더구나 이제는 드론군과 로봇군의 시대가 오고 있지 않은가. 마우스로 전쟁을 게임처럼 할 날이 곧 오지 않겠는가.
아니다. 고지를 점령하거나, 격렬한 시가전, 상륙작전, 극한 더위와 추위, 온갖 생활의 불편을 이겨낼 젊음과 투지와 끊기, 인내심이 필요한 법이다. 이 모든 병사로서 결격사유에 놓인 이들을 전장에 불러내야 할 만큼 긴박한 상황인가.
무술을 끊임없이 연마한 이들이라면 좀 얘기가 달라지기는 하다. 그러나 나이 50대만 되어도 군사 훈련은 무리다. 힘들다. 대체로 중년과 노인은 장군, 지휘관 역할을 하지, 사병으로 활용하기에는 효율적이지 않다. 좀 불평불만과 말들이 많지 않겠는가.
이미 존재하는 자율방범대나 학교 보안관, 노인 취로 사업을 얼마나 확대해야 하는지 비아냥도 들린다. 老兵이 老病이라는 현실, 전쟁터에 등장할 노인 병사라? 농담이면 좋으련만, 진지하다. 상식을 파괴하기 때문에 서늘하다. 사회가 급변하고 있다는 증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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