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ep Focus

“사실, 정말, 진짜, 절대” 의 사회학

호요토호 2025. 3. 29. 10: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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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인의 언어생활에서 가장 많이 쓰는 단어를 꼽자면, 단연 너무‘~인 것 같아요이다. 이뿐만 아니라 사실, 정말, 진짜, 절대도 만만치 않게 쓰인다. 한국인은 자신의 말이 가짜가 아니라는 것을 강조하기 위해서 사실을 과도하게 강조한다. 공적인 언어를 사용해야 하는 이른바 전문가라는 사람들이 말하는 것도 주의 깊게 들어보라. ‘사실이라는 말이 정말많이 쓰인다. 거짓과 사기, 기망이 판치는 현실에서 자신도 사실을 사실로 받아들이기 힘든데다, 상대방 설득과 의견 관철을 위해 사실을 끊임없이 강조를 더, 더 한다.

한국인은 타인을 대체로 믿지 못한다. 이해관계가 없는 타인이나 외국인에 대한 신뢰는 상대적으로 낮다. 믿을 만한 내 편은 자신과 가까운 가족 친척, 친족, 친구들이다. 이른바 일반화된 신뢰가 결여되어 있고, 자신의 생활 바운더리에 벗어나 있는 이들에 대한 신뢰가 급격히 낮아진다.

시인 최승호는 권투왕 마빈 해글러에서 매수되기 쉬운 심판관 때문에판정승을 기대하지 않고, 한판 KO승을 노리는 한국인의 심리를 묘사한다. 편파 판정 때문에 국가대표가 되지 못한 추성훈, 협회에서 퇴출당한 김재엽. 윤동식, 모두 파벌로 얼룩진, ‘내편 봐 주기의 피해자들이다.

한국인들은 국가 사회의 공정한 룰을 불신한 채, 모두가 챔피언을 꿈꾸면서 벌거벗고 싸우는 신념에 찬 순교자이다. 결연히 사회적 경쟁에 뛰어들어, 이른바 프랑스 혁명과 같은 내전 상황에서 살아간다.

사회적 자본, ‘신뢰가 바람직하다는 것도 알겠고, 불신이 만연해 지면 사회적 비용은 크게 증가되고, 전체 공동이익 실현이 줄어든다는 것도 알겠다. 그러나 세상에서 만 혼자 믿음을 실천하는 것은 바보짓이다. 이는 다시 불신을 정당화 시킨다. 이는 합리적 선택이다. 그러니 다 같이 이기는 공공선과 공동선에 별로 관심 없고, 다 같이 패배자로서 피범벅일 것이 분명한 투우장으로 스스로 기꺼이 걸어 들어간다.

틈 만 나면 터지는 각종 비리, 취업 비리, 입시 비리. ‘공적 신뢰의 결핍사적 신뢰의 과잉은 결국, 심판관들조차 어느 쪽 한 편으로 나뉘어 집단 패싸움에 나서는 것으로 발전한다. 좀 새로운 양상이다. 어느 편에 속해 있으면, 든든한 우군이 뒷배경이 있어서, 더 과감하게 갑 질을 거리낌 없이 시전 한다. 영원한 만인의 만인에 대한 투쟁이다.

경쟁이 있는 곳, 누군가가 선택하고 결정해서 승부를 판정하고 가치를 평가할 때, 사기꾼과 협잡꾼이 판을 치지 못하게 하는 구체적인 방법은 무엇일까. 작은 틈, 권력이 남용될 여지, 재량의 여지를 주면 안 된다는 생각, 철저한 감시와 처벌만이 대안일까? 역시 수시 보다 정시가 공정한가?

당신은 ‘사실’, 믿음을 가진 무신론자인가 아니면 믿지 않는 ‘정말’ 순교자인가? 아니면 ‘진짜’ 순교자이면서 동시에, ‘절대’ 신을 믿지 않는 무신론자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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