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이야기

에너미 엣더 게이트 Enemy at the Gates, 2001

호요토호 2025. 3. 25. 14: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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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련이 승기를 잡은 스탈린그라드 전투, 19428월부터 431월 까지, 5개월 동안 독일군 40, 루마니아 15, 이탈리아 11, 헝가리군 14만 사상자가 발생했다. 소련군은 약 112만 명 병력 손실.

단일 전투로 세계 최대, 최고의 기록이다. 이 참혹한 전쟁을 어찌 통계만으로 설명이 되겠는가. 그 안에 죽거나 다친 병사들의 삶에는 모두 그 나름의 드라마가 있을 것이다. 살아 숨쉬며 꿈을 꾸고 살아가던 보통 사람들,

주인공 주드 로, 여주인공 레이첼 바이스, 출처 : 다음영화

  “나? 말하고 싶지 않아....말하고 싶어도.... 한마디로.... 그런 말해서 안 되는 일이거든....” <이리나 모이세예브나 레피츠카야, 사병, 사수 / 스베틀라나 알렉시예비치, 전쟁은 여자의 얼굴을 하지 않았다, 368p>

전쟁의 잔인함, 말과 글로 어찌 설명이 가능하겠는가. 영화는 그 잔인함을 영상에 표현한다. 영화 초기 볼가강변 전투, 무모한 돌격과 쌓이는 시체, 몇 주간 소련군은 그렇게 해서 자신의 조국을 지키려고 했다.

이미 영화 스탈린그라드 : 최후의 전투,1993’에서는 독일측 병사들의 극심한 공포, 불안, 절망, 무력감, 그리고 정신적 소진 등을 잘 묘사하고 있다. 영화 에너미 엣더 게이트는 미국 자본으로 프랑스 감독에 의해 러시아 병사 입장에서 스탈린그라드의 참혹함을 그려낸다.

폭력 소비에도 총량이 있을까? ‘수전 손택에 의하면 사람들은 현실의 불행과 타인의 고통을 보면서 즐거움을 느낀다고 한다. ‘타인의 고통을 보는 것은 그것이 자신에게 일어나지 않았다는 만족감을 제공하고, 고통 받고 있는 사람에게 느끼는 연민은 자신이 그런 고통을 가져온 원인에 연루되어 있지는 않다는 사실의 근거가 될 뿐이라는 것이다. ‘또한 우리가 보여주는 연민은 우리의 무능력함뿐만 아니라 우리의 무고함도 증명해준다는 점에서 뻔뻔한 반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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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적인 양심이라고는 찾아볼 수 없는 극단적인 폭력이 난무하는 현장에서 영화는 젊은이들의 사랑을 묘사한다. 소련은 여성을 전투병으로 활용한다. 저격수, 조종사, 전차병, 고사포 부대원, 1943년 여성 군인은 90만명에 달했다. 일반적으로 남녀 혼성부대는 효율적이지 않다. 이스라엘 연구에 의하면 전투 중 여군 전우가 죽거나 다치면, 남성 부대원은 심리적 충격을 크게 받아 전투의지를 상실한다고 한다. 아마 누이나 여동생, 또는 연인 같은 이들의 아픔과 상실이 상대적으로 남성 전우가 죽었을 때 보다 더 크기 때문이라고 추측한다.

전쟁터에서 사랑이 불가능 한 것은 아니다. 영화 에너미 엣더 게이트에는 결전을 앞두고 남녀 주인공, 바실리 자이에프(주드 로 분)과 타냐(레이첼 바이스 분)가 막사에서 동료들이 모두 자는 사이에 사랑하는 장면이 나온다. 비현실적이라고 생각이 들기도 했지만, 스베틀라나 알렉시예비치의 <전쟁은 여자의 얼굴을 하지 않았다,2015>를 읽고 가능할 것 같았다.

배고플 때 지급된 소중한 계란 2개, 더 예쁘게 보이고 싶어서 군화를 계란으로 닦았다는 사례, 아직은 더 예쁘고 싶었는데...군대에서 아버지 같은 장교가 전쟁은 길 다면서 여성 부대원들을 미용실에서 머리를 다듬게 해준 이야기...독일로 진격하다 예쁜 옷, 드레스를 발견해서 입고 잔 이야기... 여성으로 대우해 주지 않는 남자 소련군에 대해 춤 거절로 복수한 이야기...그리고 많은 연애담들...

그리고 어찌 전쟁이 여자의 얼굴만 하지 않겠는가. 전쟁은 남자의 얼굴을 하고 있는 것도 아니다. 전쟁은 TV나 영화 속의 동료애나 첨단 군사무기나, 그럴 듯한 전투장면들이 결코 아니다. 가장 씁쓸한 회고.

“나는 전쟁을 회상할 필요가 없어요. 지금도 내 모든 삶이 전쟁 중이니까….” <전쟁은 여자의 얼굴을 하지 않았다, p2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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