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에서 얻는 가장 귀중한 교훈은 무엇일까. 그것은 결국 망할 것은 망한다는 진리, 영원한 것은 없다는 진리가 아닐까 싶다. 독재자도 허망한 죽음을 맞이하고, 영광의 제국도 폐허가 되며, 그리 증오하고 미워한 이들도 때가 되면 기억조차 남기지 못하게 되는 무의미, 역설의 덧없는 인생 이야기이다.
개인과 개인, 개인과 집단, 집단과 집단 끼리 겪는 반목과 갈등, 소진될 것은 소진될 것이고, ‘이 또한 지나 가리’이긴 하다. 물론 길고 긴 역사의 흐름에서 그렇기는 하지만, 짧은 한 세상 기껏해야 7~80년을 사는 한 개인에게 겪어내고 참아내야 할 흙탕물은 영 성가신 것이 아니다.
‘삼국지연의’가 유독 한국 대중의 사랑을 받는 이유, 전장의 영웅들은 하나 둘 스러진다. 오장원의 별처럼...그러나 전쟁은 계속된다. 인간의 오욕(五慾), 맛난 것과 좋은 옷, 부귀영화를 바라는 마음이 계속되는 한, 삶의 전쟁, 선한 이와 악인, 비겁자와 용자, 미치광이와 바보들의 등장은 계속해서 반복된다. 역사발전의 법칙, 진보와 관련 없다. 이 풍진 세상의 덧없는 인생사들이다. 연극이다. 한편의 오페라이며 서사극이다. 이 재미있는 이야기를 어찌 좋아하지 않을 것인가.
영웅도, 왕후장상도, 반란의 수괴도, 혁명가와 음모가도, 전략가도, 비루함을 넘어 민망함으로, 오만함이 지나쳐 결국 몰락의 길을 걸을 때, 길고 긴 고난의 어려움이 짧은 승리의 환호로 끝날 때, 덧없음은 이제 신조와 신념이 된다. 결국 남는 것은 역사이고, 그 긴긴 장강의 흐름처럼 우리도 흘러만 간다.
누군가에게는 역사적 과거를 과학적 인식과 객관적 이해의 대상으로 ‘역사화’해야 하는 불가피함으로 다가가겠고, 또는 민감한 역사적 과거를 ‘극복해야 할 문제내지 대상’으로 규정할 수도 있겠다. 또한 역사적 중립성 대신 도덕적 판단과 책임의 문제를 강조할 수도 있겠다.
국가가 지정한, 국정이든 검정이든, 시험의 대상인 역사가 아닌, 살아 숨 쉬는 역사, 우연과 필연을 따질 필요도 없고, 史觀이 士官으로 읽히고 해석되든, 그 변화의 시간에 원리를 찾든 말든, 영웅이 더 큰 기여를 했는지 민중이 더 큰 기여를 했는지, 역사가 발전하든지 말던지....피라미드와 신전, 궁전과 왕릉만이 역사를 지켜낸 것은 아니건만, 우리는 열심히도 유적들을 찾아다닌다.
백제 유물에서 나온 목각 유물에 써있는, 立 立 立...서라! 서라! 서라! 망측함을 넘어서서 그 솔직함에 미소 지을 수 있는 마음, 삼천리 산천에 기록되어 있는 나 여기 다녀갔다는 그 낙서들... 묘한 동질감을 느끼는 넉넉함이 역사를 더 친근하게 만든다.
오늘도 역사의 한 장면으로, 그 기억의 한 편린으로 여행을 떠나는 것이 어찌 즐겁지 않을 소냐....비록 드라마에 녹여있는 역사라 할지라도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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