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하얀 리본’의 작은 마을. 불신과 공포, 불길한 기운, 어른의 문제인가, 아이들의 문제인가. 아니면 사회구조와 그 변동이 문제인가. 많은 것을 숙고하게 해주는 영화이다. 왜 이 세상이 요모양 요꼴로 작동될 수밖에 없는지가 궁금한 이들이 봐야 할 필수 영화이다. 감독 미카엘 하네케, 오스트리아 영화이다. 2009년 칸영화제 황금종려상 수상. 2010년 60회 독일 영화상, 국제영화비평가연맹 회원들에 의해 ‘올해의 최고 영화'로 선정되었다.
영화는 프로이드 심리학과 마르크스 사회학을 결합한 에리히 프롬의 분석과 일맥상통한다. 사회화 과정에서 개인에게 어떤 문제가 있을 수 있는가. 또한 사회의 측면에서도 어떤 문제가 있을 수 있는가. 근대라는 시대, 성장과 발전, 진보의 뒤편에 인간의 나약하고 악에 쉽게 물드는 본성에 의해 오염된 개인인 사과들은 개별적으로 곪아간다. 그리고 사과상자가 썩는다. 그리고 또 개별 사과가 상자 때문에 썩는다.
사회화 과정을 통해서 학습해야 하는 사회 규범은 한 개인이 동의한 것이 아니다. 또한 그 규범이 인간성, 자연의 본성과 맞지 않는다면 이것이 문제이다. ‘나’의 동의를 거친 것이 아니기 때문에 사회적 규범들은 내가 하고 싶은 행동과 배치될 수도 있고, 결국 내가 하고 싶지 않은 일을 하도록 강요하는 것이다. 이 불일치가 한 개인의 영혼에 프로토콜 오류를 일으킨다.
그리고 사회 규범의 다양성, 상대성은 개인에게 혼란을 주기 마련이다. 선택한 가능한 다양한 옵션 앞에서 영화 ‘정복왕 펠레’에서 보여 지는 선하고 바른, 진취적이고 올바른 선택을 한 개인이 할 수 있으면 좋으련만, 어떤 이유에서인지 의심과 기만, 위선, 그리고 불만, 갈등, 폭력의 기운이 대체로 더 높다. 그래서 잘못된 규범이 한 개인에게 스며들어 그것을 다시 자식들에게 다시 전수되어 문화로 자리 잡게 된다. 전수될 뿐만 아니라 더 나쁜 쪽으로 진화한다. 악화가 양화를 구축하듯, 새로운 악이 구악을 압도한다. 변증법적 퇴보의 수순이다. 도덕적인 측면에서 그렇다. 그렇게 해서 꽉 짜여진 사회구조, 피학과 가학의 상황논리가 완성된다.
영화 ‘하얀 리본’ 의 아이들 중, 누군가는 히틀러, 괴링, 괴벨스, 아이히만이 될 것이고 독일민족의 영광을 위해 영국, 프랑스, 대서양, 우크라이나, 러시아 전쟁터에 자발적으로 나설 것이다. 그리고 유태인을 상대로 그 분노를 키우고, 기어코 그 분노를 실현시키는 것에 어떤 죄책감도 느끼지 못하게 될 것이다. 구시대의 적폐, 권위주의에 대한 복종의식은 자신의 자유를 포기 회피하는 무기력한 대중으로서, 애국의 논리인 국가와 민족에 대한 헌신 속에 편안함을 느끼는 파시즘의 광기로 연결된다.
영화 ‘하얀리본’에서는 착취의 은폐가 드러난다. 남작인 귀족이 마을 토지 소유의 반을 차지하고, 생산과 소비, 노동을 통제하는 공동체에서 전통이라는 힘의 남용은 결국 개인의 자유에 대한 억압으로 나타난다. 그러면서 개인 간의 균열, 갈등이 결국 약자인 아이들과 여성들의 자유 쟁취로 이어짐을 볼 때, 시대를 거꾸로 돌이킬 수 없는 것이다. 영화에 등장하는 남작인 귀족 영주, 의사, 목사... 모두 공동체 내 4P 권력 power, 재산 property, 위신 prestige, 쾌락 pleasure를 독차지하는 남성 권력자들이다. 그러한 독점의 시대에서 사회변동, 공동사회에서 이익사회로의 점프내지 패러다임 쉬프트가 이루어 낸 것은 결국 위신과 쾌락의 민주화일 뿐이다. 따라서 권력과 재산의 불균등, 지금의 자본주의가 처한 냉혹한 현실에서 이를 두고 인정투쟁은 계속 되고 있다. 그리고 권력과 재산을 향한 젊은 세대와 여성, 소수자들의 도전은 계속된다.
따라서 지난 서구의 역사 1차세계대전, 2차세계대전, 독일 혹은 일본이 거쳐 온 그 역사의 패악거리들은, 결국 권력을 가진 남성 들이 저지른 권력남용과 욕심의 결과이자, 그들 욕망에 포획 포섭된 젊은 남성 청년들과의 협잡에 불과하다는 결론을 내리는 것이 영 이상하지 많은 않다.
'영화 이야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시리어스맨 A Serious Man, 2009 (3) | 2025.01.18 |
---|---|
더 리더, 책 읽어주는 남자 The Reader, 2009 (2) | 2025.01.17 |
다스 부트 (Das Boot, 1982), 특전 U보트 (2) | 2025.01.15 |
퍼스트 리폼드 First Reformed, 2017 (0) | 2025.01.14 |
전,란 Uprising, 2024 (0) | 2025.01.13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