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이야기

이디오크러시, Idiocracy, 2006

호요토호 2025. 1. 6. 09:42
반응형

황당하고 저속한 B급 코미디 영화이다. 미국사회의 어두운 면을 가볍게 다룬 것 같지만, 풍자는 신랄하다. 미국사회 지식인들은 자신의 사회를 어떻게 바라보는지 알 수 있는 영화이다.
영화제목 이디오크러시(Idiocracy), Idio는 바보, cracy는 지배라는 말이니까. 데모크러시의 조합처럼, 바보들이 지배하는 사회체제를 말한다. 지능이 평균인 한 미국인이 타임 슬립해서 간 미래 2500년의 세상은 엉망진창이다. 주인공은 지능이 좀 모자란 평범한 인물인데, 미래사회에서 가장 똑똑한 사람으로 활약한다.

출처 : 다음영화

영화 이디오크러시에 나오는 이디오는 Fool을 의미한다. Idiot는 원래 지금의 바보 천치, 멍청이 이런 의미로 쓰여 지지는 않았다. 고대 그리스에서 Idiot란 자신의 문제에만 관심을 갖고 공동체 문제를 등한시 여기는 시민을 뜻한다. 그리스인들은 바람직하지 않는 사회 갈등을 개인의 욕망을 극대화하거나 공동선에 관심이 전혀 없는 개인 때문이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사업하거나 장사하는 사람들은 아예 민주주의에 참여조차 할 수 없었다.
더 나아가서 소크라테스는 Idiot가 아닌 일반 시민들도 중우, 어리석은 대중이라고 싫어했다. 이 생각을 발전시켜 플라톤은 어리석은 아테네 민주주의에 대항해 스파르타형 철인 독재 정치를 고안해 냈고, 그 제자 아리스토텔레스는 시민적 우의와 덕성을 강조하는 정치철학을 발전시켰다. 하기사 이디오나 중우(衆愚) 나 그렇게 차이가 있는 것은 아니다.
닐포스트만은 ‘죽도록 즐기기’에서 조지오웰의 ‘1984’와 올더스 헉슬리의 ‘멋진 신세계’를 대비하며, “오웰은 우리가 증오하는 것이 우리를 파멸시킬까봐 두려워했고, 헉슬리는 우리가 좋아서 집착하는 것이 우리를 파멸시킬까 봐 두려워했다”라는 명 문장으로 우리가 사는 세계를 냉정하게 표현해 냈다.
영화 ‘이디오크러시’의 미래 세계는 ‘멋진 신세계’ 부류라고 할 수 있다. TV보기, 달달한 것, 성행위, 게으름, 아무 생각 없기, 폭력, 무지.... 게임, 마약, 술, 성행위...

출처 :다음영화

원래 인간은 중독을 좋아하게끔 설계되어 있다. 골치 아픈 플라톤의 ‘국가’를 읽기보다, 팝콘과 콜라를 먹으며 ‘이디오크러시’를 보면서 킬킬 대는 쪽으로 진화했으니 말이다. 단편적인 쾌락을 주는 재미에 중독된 개인들이 모인 사회는 ‘멋진 신세계’이다. 물질적으로 풍요로운 사회이다. 지속 가능성? 그건 알바 아니고...
한때 오바마가 한국 교육을 칭찬한 적이 있었다. 의아하지만, 미국 대중교육 수준을 보면 수긍할 만도 하다. 미국 슬럼가 고등학교 중에 흑인 학생이 등교를 하면 1달러를 주는 학교가 있다. 한편에서 백인위주의 철저한 엘리트교육, 그리고 대부분 방임되는 슬럼가 유색인종 학생들. 공장 산업현장에서 작업 메뉴얼을 이해하지 못해 직업을 찾지 못하는 미국인들...마약인지 우울증 치료제인지 모를 약의 남용. 멋진 신세계의 소마가 오피오이드, 프로작이다.
미디어 환경은 문자에 대한 독해력과 사고력을 떨어뜨리는 방향으로 계속 발전하고 있다. 대신 생각해주는 인공지능의 발전에 뒤처지는 인간지능....TV, 광고, 자극적인 대중문화, 유튜브, 틱톡과 같은 뉴미디어에 길들여진 이들은 이제 인공지능과의 경쟁에서 불리하다.
소크라테스와 플라톤이 꿈꿨던 '국가'는 너무 멀리 있다. 자신의 문제에만 관심을 갖고 공동체 문제를 등한시 여기는 시민도 문제지만, 진짜 바보 멍청이 Idiot가 적극적으로 공동체 문제에 참여하는 것은 더 큰 문제이다. 이디오로 길러지기를 권장하거나 방치하는 사회, 또는 이디오를 적극 이용 활용하는 정치, ‘1984’와 ‘멋진 신세계’가 묘사하는 미래 세계의 불안과 공포와 조금은 결이 다른,  두려움을 선사한다.

728x90
반응형